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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녀 증여 시 주의할 점 

 

때때로 자녀들보다 손주들이 더 예뻐 보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주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증여세를 고려하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녀들이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고,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유가 있다면 재산을 물려주기도 하고, 자녀들의 자산 형성에 기여하기도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세금이다. 증여세는 재산 등을 받는 사람이 주는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때 부과되는 세금으로,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가 아니더라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다. 손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어도 당연히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자녀에게 증여할 때와 달리 좀 더 주의해야 한다.

손자·손녀 증여재산공제, 최대 5000만원까지

가족처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에는 재산을 증여하더라도 일정 금액까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증여세 면세점이 있다. 이를 ‘증여재산공제’라고 표현한다. 직계가족, 즉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재산을 받는 사람이 성년인 경우 5000만원, 미성년인 경우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금액으로, 10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총금액을 의미한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손녀의 관계도 직계가족에 해당한다. 재산을 물려주어도 일정 금액까지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관계라는 뜻이고, 그 금액은 앞에서 언급한 5000만원과 2000만원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증여재산공제는 사람 대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대 관계를 기준으로 한다. 다시 말하면, 할아버지·할머니를 의미하는 직계존속과 손자·손녀인 직계비속이라는 관계에 대한 공제금액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6개월 전 아버지가 미성년자인 딸에게 2000만원을 증여하고 증여세 신고도 정상적으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으로 증여한 금액이라 증여재산공제 2000만원을 다 활용해서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았다. 이후 할머니가 손녀에게 증여하려고 할 때, 손녀는 증여재산공제 2000만원을 또 적용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받을 수 없다’이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당연히 다른 사람이지만 손녀 입장에서 보면 둘 다 직계존속이다. 아버지로부터 먼저 2000만원의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한 증여를 받았기 때문에, 이후 할머니가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는 오롯이 금액 전체에 부과되는 증여세를 내야만 한다.

증여세 대납하면 또다시 증여재산에 합산

손자·손녀에게 증여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는 포인트는 증여세 납부 능력이다. 보통 증여 대상자인 손자·손녀는 미성년자이거나 소득이 없는 학생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증여세를 어떻게 납부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이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므로 본인의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 사전에 증여를 받아 본인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금이 있거나, 정상적으로 소득이 신고돼 있어 납부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현금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받은 현금으로 증여세를 납부하면 되므로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받은 재산으로 증여세를 납부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증여세를 대신 납부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증여세를 대신 납부해야 한다면, 대신 납부해주는 증여세가 또다시 증여재산에 합산된다.

증여세는 10~50%의 누진세율 구조이다. 따라서 한 번에 큰 금액을 증여해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보다 금액을 나눠 여러 번 증여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방지하고자 법에는 동일인에게 받는 재산은 10년간 합산해서 과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럼 다시 돌아와,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는 대납분을 보자. 증여세 대납분도 다시 증여재산에 합산되기 때문에 증여세는 다시 늘어나게 되고, 그 늘어난 세금을 또 내주게 되면 증여세는 또다시 늘어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증여세 대납분을 고려한 증여세는 대납분을 고려하지 않은 증여세보다 2배까지 늘어난다.

가령, 10억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할아버지가 미성년자인 손녀에게 증여한다고 하면, 증여세는 약 2억9500만원이 나온다. 이는 손녀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있다고 가정한 금액인데, 미성년인 손녀가 3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본인 자금으로 납부한다고 하면 납부하는 증여세에 대해 자금출처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럼 증여세 대납분까지 고려한다면 증여세가 얼마가 될까? 증여세 대납분을 고려한 증여세는 약 5억9000만원으로, 약 2억9500만원이 더 늘어난 금액이 되고 대납을 고려하지 않은 증여세의 2배이다. 따라서 증여세 대납금액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경우에는 직접 증여하는 할아버지가 증여세를 대신 납부해줄 것이 아니라 부모가 대신 납부해주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한 세대 건너뛴 증여에 붙는 할증

가장 흔한 증여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케이스이다. 하지만 자식 세대를건너뛰고 손자·손녀에게 증여할 경우 한 세대를 건너뛴 증여가 되면서 할증이 붙는다. 증여세의 취지는 부의 대물림 억제라고는 하지만, 다소 과함이 없지는 않다. 세대를 건너뛴 증여에는 할증과세가 이루어지는데, 할증률이 만만치 않다. 기본 할증률은 30%이고, 만약 증여하는 재산 금액이 20억원을 초과하게 되면 할증률은 40%로 올라간다. 앞의 사례에서 언급한 당초 증여세 2억9500만원도 할증이 되지 않았다면 2억2700만원이므로, 할증에 따른 차이는 6800만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증여세 할증과세는 조부모가 부모 세대가 살아 있는데도 그다음 직계비속인 손자·손녀에게 증여할 때 부과된다. 즉, 세대를 건너뛰어야 하는 이유가 없는데도 세대를 건너뛰어 증여할 때 적용되는 내용이다. 반대로 세대를 건너뛰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외할머니, 어머니, 손녀가 있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먼저 사망했다면, 외할머니가 손녀에게 재산을 증여해도 할증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세대를 건너뛰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상속법에서 말하는 대습상속과 동일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손주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모든 것을 해주고 싶더라도 세금만큼은 꼼꼼하게 따져 꼭 내야 할 세금만 내는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한다.

- 고경남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세무전문위원

202205호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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