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다운의 시대. 테일러드 슈트를 표현하는 방식이 부드럽고 유연해졌다. 전통적인 각진 어깨와 드넓은 라펠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여유로운 실루엣과 편안한 무드로 채운 캐주얼슈트 스타일링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더 새롭게, 자유분방하게 이번 시즌 슈트 트렌드를 즐기는 4가지 방법.

▎HERMES

NEW LAYERING

재킷 안에는 단정한 드레스셔츠를 차려입어야 한다는 틀에 박힌 공식은 잠시 잊어도 좋다. 셔츠 대신 티셔츠나 니트 톱을 선택하거나, 아우터웨어를 슈트 안에 이너처럼 매치하는 것만으로도 새롭고 편안한 무드의 슈트룩을 연출할 수 있다. 슈트와 컬러를 통일한 심플한 디자인의 단색 티셔츠를 매치하면 편안한 듯 세련된 에포트리스 시크 룩을, 화려한 컬러나 패턴이 더해진 니트톱을 곁들이면 가라앉은 마음까지 화사해지는 산뜻한 캐주얼룩을 즐길 수 있다. 스포티한 에너지가 담긴 집업 블루종을 재킷 안에 이너 톱처럼 매치하거나, 재킷 안이나 밖에 캐주얼한 터치의 아우터웨어를 레이어드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슈트 고유의 단정한 무드는 간직하면서도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어우러진다.

▎3. ETRO / 4. ERMENEGILDO ZEGNA

HALF & HALF

▎1. ERMENEGILDO ZEGNA / 2. ERMENEGILDO ZEGNA / 3. PAUL SMITH / 4. PAUL SMITH / 5. DIOR MEN

온몸을 단정히 감싸는 긴소매의 한 벌 슈트 대신 재킷이나 팬츠 어느 하나에만 변화를 줘도 단숨에 드레스다운 효과를 더할 수 있다. 클래식한 테일러링 재킷에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넉넉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버뮤다쇼츠로 구성한 셋업 슈트룩이 키 스타일링으로 급부상했다. 아이보리, 베이지, 카키 등 담백하고 침착한 내추럴 컬러부터 체크 패턴으로 개성을 불어넣은 스타일까지, 언제 어디서 입어도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 편안한 무드의 쇼츠슈트를 만날 수 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컬렉션에서 선보인, 소재와 컬러를 통일한 하프 슬리브 셔츠와 각 잡힌 팬츠를 활용한 창의적이면서도 신선한 셋업 룩도 훌륭한 대안이다. 햇살이 따가워지는 계절, 시원하게 살갗을 드러내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POWERFUL ACCESSORIES

▎ERMENEGILDO ZEGNA

액세서리는 점잖은 슈트를 경쾌하게 드레스다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뜨거운 햇빛은 막아주면서도 단숨에 스타일리시한 기운을 주입하는 선글라스와 버킷해트는 이 계절의 머스트 바이 아이템이다. 무겁고 차분한 뿔테보다는 메탈이나 컬러 프레임을, 평범한 렌즈보다는 눈매가 슬며시 드러나는 틴트 선글라스를 선택하면 젊은 감성이 배가된다. 몸에 꼭 맞는 정갈한 슈트에는 버킷해트를 매치해보자. 슈트나 톱, 모자의 컬러를 통일하면 시크한 멋이 강조되고, 상반된 컬러를 선택하면 분방한 매력이 어우러져 기묘한 듯 훌륭한 조합이 완성된다. 여기에 묵직한 옥스퍼드슈즈 대신 담백한 컬러의 보트슈즈나 스니커즈를 신어 경쾌함을 더해보길 추천한다.

▎2. HERMES / 3. DIOR MEN / 4. PAUL SMITH / 5. GIORGIO ARMANI

COLOR & PATTERN

▎1. DOLCE&GABANNA / 2. DOLCE&GABANNA / 4. PAUL SMITH / 5. ETRO

견고하면서도 이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클래식한 슈트 대신 보기만 해도 에너지가 넘치는 재기 발랄한 슈트가 대세로 떠올랐다. 팬데믹 종식을 기원하는 디자이너들은 전통적인 테일러링 기법을 고수하면서도 현란한 컬러와 개성 있는 패턴을 덧입은 슈트를 선보이며 활력과 긍정의 기운을 전파했다. 슈트 한 벌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하기에 액세서리는 생략하고, 블랙이나 화이트 등 베이식한 컬러의 셔츠나 티셔츠를 매치하는 것이 한결 세련된 방식이다. 슈트 컬러나 패턴만큼 화려하고 이질적인 컬러의 톱을 입은 과감한 슈트룩이라면 올여름 리조트룩으로 시도해볼 만하다. 눈이 시릴만큼 고채도의 선명한 색상이나 톡톡 튀는 패턴이 아직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무채색 슈트에 컬러풀한 톱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슈즈나 백 같은 작은 액세서리부터 컬러와 패턴을 더해봐도 좋겠다.

▎DIOR MEN

- 정소나 프리랜서 에디터·사진 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