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34) 김형준 테사 대표 

모바일앱 통한 미술시장 대중화 

노유선 기자
여러 명이 자산을 공동 소유하면서 소액을 투자하는 ‘조각투자’ 열풍이 일고 있다. 부동산을 비롯해 음원 저작권, 미술품 소유권 등 투자 대상도 다양하다. 그중 미술품 소유권을 분할·판매하는 스타트업으로 테사(TESSA)가 있다. 지난해 12월 테사가 판매를 진행한 뱅크시의 ‘러브 랫(Love Rat)’은 개시 1분 만에 완판됐다. 앱 회원 수도 약 2년 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김형준 테사 대표를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만났다.

▎김형준 테사 대표는 “분할 소유권이 판매된 미술품은 테사 뮤지엄에 보관, 전시된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리그’인 미술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다. 소수의 고액 자산가 중심인 국내 미술시장, 그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포부다. 기존 미술시장은 고가의 작품 가격과 정보의 폐쇄성으로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설립된 미술품 투자 플랫폼 테사(TESSA)는 모바일앱에서 최소 1000원부터 미술품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자산을 뜻하는 ‘ASSET’ 스펠링을 역순으로 쓰면 ‘TESSA(테사)’다. 김형준 테사 대표는 “자산의 관점을 바꾸겠다는 의미에서 ASSET을 뒤집었다”며 “앱 도입 후 약 2년 만에 회원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테사는 미술품 투자 대중화라는 목표를 향해 현재 순항 중이다. 지난 5월 10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테사 뮤지엄에서 김 대표의 혁신 스토리를 들어봤다.

미술품의 공동 소유 및 소액 투자 메커니즘


▎지난 5월 10일 테사 뮤지엄에서 만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김형준 테사 대표는 테사의 창업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테사는 블루칩 미술품 투자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테사는 누구나 쉽게 모바일앱에서 글로벌 블루칩 미술품에 소액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 플랫폼이다. 미술품의 소유권을 분할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미술품을 공동 소유할 수 있고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테사가 분할 소유권을 판매한 작품 중에는 7000명 넘는 고객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작품도 있다. 다만 테사가 모든 미술품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미술시장에서 이미 가치가 형성돼 있는 블루칩 미술품들을 판매한다. 처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술품은 자산이고 자산은 언제 어디서든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시장에서 통용되는 작가군을 선별하고 있다.

블루칩 미술품의 기준은 무엇인가.

테사는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한 해 동안 100번 이상 경매 기록이 있는 작가를 블루칩 작가로 구분한다. 경매 이력이 풍부한 작가들은 이미 시장에서 가치가 증명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연간 경매 거래 횟수 100회 이상’이라는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작가, 즉 ‘미드커리어 블루칩 작가’도 소개하고 있다.

미술품을 발굴하는 테사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유사한 미술품의 가치 상승률과 경매 유찰률을 포함한 데이터를 분석해 작품을 선정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안에서 크로스체크(교차 확인)를 하는 등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한다. 아울러 글로벌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한다. 글로벌시장의 새로운 흐름에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테사는 미술시장 네트워크에서 추천 또는 제안하는 미술품들이 테사 사용자에게 적합한지 필터링하는 자체 검증 시스템을 갖췄다.

구매했던 미술품 중 가장 비싼 것은 얼마인가.

니콜라스 파티와 마르크 샤갈, 뱅크시의 작품은 모두 27억원대다. 그중 뱅크시의 작품이 27억6000만원으로 가격대가 가장 높았다. (작품명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미술시장 특성상 공개적으로 노출된 작품은 작품 매각 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망해봐야 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창업 성공

김 대표가 창업한 회사는 테사가 처음은 아니다. 2010년에 지오 소프트웨어(GIO Software)를, 2013년에 버즈아트(BBuzzArt)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특히 버즈아트는 테사와 같은 아트 비즈니스 영역이었다. 큐레이터 출신인 공동 창업자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버즈아트를 통해 신진 작가와 미술품 애호가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글로벌 신진 작가 만 명 이상이 버즈아트 서비스에 가입한 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회사는 5년을 넘기지 못했다. 신진작가로는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창업 실패로 얻은 깨달음이 있을 것 같다.

망해보면서 많이 배웠다. 망해본 사람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다급해진다. 하지만 비즈니스에는 과정이 존재하고 의사결정에는 옳고 그름이 있다. 지난 창업에서는 다급한 마음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세 번째 창업에서는 ‘시간을 의미 있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돈보다도 중요한 것이 시간이라고 본다. 직원들이 스타트업의 성장에 발맞춰 본인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후배들이 창업할 때 조언을 구하면 대박 아이템은 없다고 말한다. 2018년쯤 우리보다 먼저 조각투자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팀이 있었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가 돼서야 조각투자 붐이 일었다. 창업 아이템은 시장의 흐름과 시기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앱을 만들 생각을 먼저 하지 말고 앱 없이 비즈니스를 증명해 보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비즈니스를 점검한 뒤 앱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테사도 앱을 나중에 만들었다. 2019년에 파일럿으로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두 점을 150명에게 공동 소유 형태로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앱 서비스는 2020년 들어서야 론칭했다.

테사 창업 후 위기는 없었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도 받았는지.

처음에는 오프라인 마케팅을 추진하려고 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마침 미술시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진 데다가 미디어가 미술시장을 다루는 경우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 때문이라기보다 시기상 여러 요인이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술품 구매가 오히려 늘었다. 미술품을 안전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현금 보유가 늘어나고 미술품 구매력은 올라간다. 반면 주가와 코인 가격은 떨어진다. 미술품도 전쟁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블루칩 미술품은 안정적으로 성장한다. 하이엔드 아트 쪽은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테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테사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테사는 모든 작품을 선(先)구매한다. 다시 말해 미리 작품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용자 계약 체결에 들어간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소유권 거래 및 증여 등이 발생하면 이력이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 글로벌 소싱과 관련해선 중간 단계를 최소화해 미술품 직접 거래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그 결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단순 판매에 머물지 않고 사후관리도 시스템화할 방침이다. 우선 세금 시스템화가 진행 중이다. 세금 신고와 원천징수까지 모두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지난 3월에는 NH농협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투자자의 자금을 분리 보관하는 방안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미술품 매입과 매각은 어떻게 이뤄지나.

매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다. 미술품을 좋은 가격에 매입하기 위해 가급적 중간 단계를 줄이고, 해외 메이저 갤러리와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매각은 가능한 한 빨리 이뤄지도록 힘쓰고 있다. 사용자들이 매각 경험을 해야 할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인재 채용 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는지.

인성을 중요시한다. 조직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지 살펴보고 그다음에는 주도성 여부를 본다. 모든 직원은 3개월 수습기간을 거치는데, 이때 업무 성과가 좋지 못하면 정직원으로 전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얼마인가. 올해 목표는.

매출액보다 거래액으로 말씀드리면, 지난해에는 130억원 규모로 거래가 진행됐다. 올해는 650억원 규모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40개 이상의 미술품을 판매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테사의 발전 방향은.

테사 서비스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이로써 한국이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주요 국가로 인정받길 바란다. 또 테사 고객들의 미술품 관심도를 높이고 지식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한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테사의 목표다. 국가마다 미술시장의 특성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마스터웍스는 미술품을 소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주식을 파는 구조다. 테사는 기존 서비스의 변형 없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별 특성에 맞는 구조하에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테사를 통해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테사가 비판받는 부분이 있는데, 미술품을 ‘돈’으로 본다는 것이다. 부인할 수는 없다. 테사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은 테사라는 플랫폼을 통해 미술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미술품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 같은 참여가 반복된다면 신진 작가 작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사용자도 늘어날 것이다. 간접 소유의 경험적 가치가 직접 소유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술품 투자도 해봤고 이에 따른 수익도 얻은 사용자들에게는 미술을 공부하고 미술품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적 여유가 생기면 신진 작가 작품을 수집하게 될 것이다. 테사는 이렇게 대중이 신진 작가에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중간 역할을 수행하며 미술시장에 기여하고 있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리=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6호 (2022.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