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 아침에 잘 작동하던 인터넷이 갑자기 먹통이 돼서 고객 미팅을 못 하고, 매번 준비 잘하던 동료가 미팅 자료를 날려버려서 발표를 못 하고, 자주 타던 비행기가 기상 악화로 갑자기 지연되면서 가야 할 회의에 못 가고, 하루아침에 내 직장이 없어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대량해고를 단행해 수많은 실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특정 기업과 관계없음.

5월 중순, 미국의 많은 스타트업이 큰 쇼크를 받았다. 안정적일 것만 같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몇백 명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입사하기도 어려웠고, 회사에서 최고 대우를 받던 이들이 순식간에 실직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쇼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회사들이다. 넷플릭스, 메타, 스트라이프, 뮤랄, 카메오, 우버 등은 올해 5월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거나 고용을 동결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해고 바람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사 전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자금이 여유 있을 때는 고용을 늘려 매출을 늘리고, 매출이 줄면 비용을 빠르게 줄이라’는 것이다.

2021년에도 베터, 펠로톤, 글로시에, 딜리버리히어로, 캐스퍼, 로빈후드 등 미국에서 잘나가는 기업들이 수백 명을 순식간에 해고하면서 많은 직장인이 혼돈을 겪었다. 그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예측하려는 지혜와 눈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직장인은 내 직장과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리더는 내 회사와 이윤이 지속가능한지 등에 대해 고민한다.

코로나19 상황은 분명히 많은 이에게 지혜와 교훈을 선사했다. ‘내일은 우리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하고 싶었던 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도 변화할 준비와 마음만 있다면 못 할 것이 없다. 승부수는 마인드셋(마음가짐)이다. 다시 말해 내일이 보장되지 않고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오히려 마음 편하게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용감해질 수 있는 지혜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초능력이 없는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지금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라.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엇을 예상하고 기대하고 있나. 그 기대가 혹시 우리의 많은 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은가. 단순한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큰 성장을 기대했기에 많은 기업이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그 기대에 미치치 못하니 바로 해고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변화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애플을 5월 중순, 일주일에 3일 출근하라는 정책을 바꿨고 재택근무를 당분간 다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예상치 못한 결정이다. 사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 결정이나 2022년 전략계획의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 미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변화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한국이든 미국이든 여러 대표, 임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민이 비슷하다.

“제 스케줄이 제 스케줄 같지 않아요.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참석하고 가야 할 미팅이 많아요. 하루 종일 끌려다니는 거 같아요!”, “퇴근하면 너무 힘들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시간을 아무리 쪼개도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다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다. 임원들은 대부분 일이 바쁘고 변화가 많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인지하고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일이 더 힘들어지고 마음이 지치는 진짜 이유는 현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기대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현실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같은 일이라도 마음이 더 무거울 수 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할 것을 예측하는 이해력과 기대를 더 가져야 한다. 미래를 예언하라는 것은 아니다. 팟캐스트를 좋아한다면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가이 라즈가 말하는 최고 리더들의 지혜](Wisdom From the Top by Guy Raz with NPR)를 추천한다. 유능한 글로벌 대기업 대표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 들어보면 공통점은 바로 ‘예상치 못하는 일을 예측하려고 시도하는 자세’다.

예를 들어, 장사가 잘될 때 ‘이 상품이 갑자기 안 팔리면 어떻게 될까’,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외면하면 어떻게 될까’ 등을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기본인 현금흐름부터 비즈니스가 성장할 때 미리 연구개발을 해두지 않으면 불경기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불경기에 바빠질 준비와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고객의 요청이 급증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상황에 직면한다.

또 재충전을 지혜롭게 할 줄 알아야 한다. 변화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아무리 변화와 혁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막상 변화가 닥치면 어려움을 겪으며 에너지 소비가 많다. 그래서 변화를 많이 접한 사람들은 지치기 쉽다. 많은 경영진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가 바로 번아웃 때문이다. 그리고 변화에 대응하고 제대로 쉬지 못한 이들은 정신건강이 악화해 심한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다. 미국에서는 4월이 ‘정신건강 인식의 달’로, 얼마나 많은 이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음을 다치고 주위 사람을 떠나보냈는지를 되새겼다. 다시 만나는 친구와 고객들도 다 정신적 고통으로 마음 아파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사회가 공론화해야 한다.

리더가 지치면 회사의 운명에도 치명타를 입히지만 사회에 더 큰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도 사람이기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쳐버리면 선명하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회사의 큰 그림을 생각하기보다 근시안적 결정을 반복해서 이를 수습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발생되는 큰 문제는 바로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다. 결정 피로는 너무 많은 결정을 내린 나머지 지쳐서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증상이다. 후회하는 결정과 말을 나눈 순간들은 아마 지치고 결정 피로가 정점에 이른 때였을 것이다. 그래서 일이 많고 변화가 많을수록 체계적으로 살펴야 한다. ‘나는 지금 무조건 달리고만 있나?’, ‘잠시 쉬면서 다시 달려도 괜찮다’라고.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여러분은 또 새로운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응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변화들은 반갑고 어떤 변화들은 걱정스럽고, 어떤 변화들은 우리가 아직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계획에는 예상치 못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여유롭게 시작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만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투력과 마인드셋을 재정비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일이 내일의 당연한 모습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하고.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