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세계 4위 규모였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하며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쳤다. 당시 마케팅 기반의 투자자문 상품을 판매하고 있던 나는 이 사태로 운영하던 플랫폼의 거의 모든 회원을 잃었다.답답한 마음에 작은 정보라도 얻고자 자주 방문하던 S증권사 A지점을 찾았고, 지점장과 서로 한탄을 하던 와중 노신사 한 분이 창구에 나타난 것을 보게 됐다. 그를 본 지점장은 금세 사색이 됐는데 이유를 들으니 변한 얼굴빛이 단박에 이해가 갔다.노신사는 삼성전자 주식 2억원어치를 주당 80만원대에 매수한 고객이었다. 내가 그곳에 방문했을 당시 삼성전자 주가가 1주에 4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진 상태였으니 1억원 정도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지점장은 욕먹을 각오를 다지고 노신사 앞에 섰다.노신사의 첫마디는 예상을 벗어났다. 그는 “지금 가격에 삼성전자 60억원어치를 매수하겠다”고 했다. 지점장도 생각지 못한 말이었을 것이다. 노신사가 가지고 있던 2억원어치 주식이 보초병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이후 2010년, 삼성전자 주식은 80만원대를 돌파했으며 노신사는 당시 매입한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아버렸다.2008년 10월에 있었던 이 충격적인 거래 장면은 나의 주식투자 스타일을 바꿔놓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모든 여력을 쏟아 분할매수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다만 투자 규모는 여유자금의 5% 이내로 한정했다.분할매수는 ‘마틴게일 기법’을 활용한다. 손해가 났더라도 기존 투자금보다 더욱 큰 금액을 투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금 10억원이 있다면, 5000만원으로 지구가 망하지 않는 한 존재할 회사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이 외에도 경제위기가 찾아오거나 종목별 주가가 10% 하락할 때마다 150%씩 추가로 매수했다. 이러한 투자 스타일의 가장 큰 장점은 하락장에서도 심리적으로 매우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금 더 떨어지기를 기다릴 때도 있다. 나는 이 같은 방법으로 10여 년간 손실 없는 주식투자를 이어왔다. 그 결과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 상황과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매매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