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내 온전한 자유의 유통기한 

 

20일 후. 가족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 3년 만에 드디어 신입이 들어온다. 매우 기대된다.
20일. 나의 온전한 자유가 무너지기까지 남은 시간이다. 작년 12월 업무 미팅을 하는 도중 무심하게 날라온 아내의 “두 줄” 카카오톡 사진. 그 사진에 대한 나의 회신 “으악!”은 첫아기의 태명이 되었다. 역사는 분명 BTS 콘서트를 보러 갔던 LA에서 일어났다. 그 BTS 베이비 으악이가 세상에 등장하기까지 이제 딱 3주밖에 안 남았다.

큰일이다. 집 앞 극장에 가서 즐기는 심야영화도, 아내와 같이 즐기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들도, 주말마다 드라이브를 위해 모이는 자동차 모임이나 행사도 이제는 없다. 집에 멋있게 조립해놓은 레고 자동차들도 으악이 손에 들어가면 다 산산조각 날 게 분명하다. 아내와 단둘이 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던 집도 새로운 식구의 등장을 앞두니 너무 작게 느껴졌다. 결국 우린 100년 만의 폭우를 뚫고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그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과제들이 현관문 앞에 배달되고 있다. 어제는 4시간 동안 앉아서 아기 침대와 수납장을 조립했고, 오늘은 유모차의 현란한 핸들링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리소스는 제한적이고 매 순간의 선택이 존폐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직의 임직원들은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할 것 같은 선택들의 홍수에 시달리기도 한다. 일 또는 사랑. 취미활동 또는 업무성과. 나도 마찬가지였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결혼은 사치와 같다는 생각이었다. 언젠가 성공하면 결혼하겠지라며 동화 속 누군가의 이야기같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지내다가, “가정을 꾸리는 것이 꽤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좋아하는 형님의 말이 유독 진정성 있게 가슴을 파고든 날이 있었다. 임직원 수백 명이 함께하는 조직의 대표는 분명 다양한 사건 사고를 하루하루 수습하면서 지내느라 바쁠 게 분명한데도, 주말마다 자녀들과 함께하는 모습,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그 형님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분명히 나 역시 회사에만 100프로를 전념하며 최근 3년을 지냈더라면, 회사가 지금보다 더 크게 성장했을지도 모른다는 고정관념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은 특정 미신이나 생각들이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결국 사실이 되어버리는 것을 자기성찰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 표현했다. 부도가 난다는 루머를 듣고 공포에 빠진 고객들이 은행에서 출금하기 시작해 실제 은행이 파산하게 되었다는 일화처럼 말이다. 역으로 나는 가족과 일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시너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많은 것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생각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내와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는 상투적인 루틴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 도움을 주는 인사이트를 얻는 기회가 되고 있다.

- 여인택 피치스그룹코리아 대표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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