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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PICK IDOL] 포브스 선정 ‘최고의 세계관을 가진 아이돌’은? 

 

신윤애 기자
그룹의 탄생 설화, 멤버별 캐릭터 등을 각기 다른 서사로 정립한 아이돌그룹의 ‘세계관’은 K팝의 독창적인 장르적 특성이 됐다.

세계관이란 보편적으로 ‘어떤 지식이나 관점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라고 이해되지만 대중문화 콘텐트에서는 ‘설정된 가상의 세계’라는 사뭇 다른 의미로 활용된다. 평범한 학생이었다가 방사능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갖게 됐다는 ‘스파이더맨’, 천재적인 CEO·엔지니어이자 억만장자인 토니 스타크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개심해 슈퍼히어로가 됐다는 ‘아이언맨’의 탄생 스토리가 대표적인 예다.

세계관이란 개념을 K팝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건 SM의 보이그룹 엑소(EXO)다. 2011년에 데뷔한 엑소는 멤버들이 ‘엑소 플래닛’이란 가상의 태양계 외행성에서 날아왔으며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세계관을 제시했다.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세계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음악, 영상 같은 콘텐트에 웅장하고 디테일하게 담아내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팬들은 콘텐트에 숨어 있는 세계관을 ‘읽어내는’ 즐거움에 매료됐다. 결국 세계관은 ‘팬만 알 수 있는 정보’이자 팬덤의 결속력을 다지는 새로운 장치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미래 세상은 셀럽과 A.I.의 세상이 될 것”이라며 SMCU(SM Culture Universe)라는 이름으로 세계관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며 본격적으로 세계관 문화를 확장해왔다.

엑소가 세계관을 처음 소개한 그룹이라면, 방탄소년단은 이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고 평가받는 그룹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당시 불안정한 청춘의 단면을 ‘BU 세계관(BTS Universe)’에 담아냈고 ‘학교’, ‘화양연화’, ‘윙스’, ‘러브유어셀프’, ‘스피크유어셀프’ 시리즈물에서 일관되게 이어갔다. 결국 이 세계관은 세계 각국에서 팬덤 아미(ARMY)가 형성되고, 이들이 연대감을 갖고 하나로 뭉치는 데 가교 역할을 했다. 엑소와 방탄소년단 이후 등장한 아이돌 대부분은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장착하고, 이를 무기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K팝을 한층 더 독창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든 세계관. 이 중 팬들이 최고로 여기는 세계관은 무엇일까. 아이돌챔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물었다.

포브스 선정 ‘최고의 세계관을 지닌 아이돌’을 뽑는 투표는 6월 21일부터 7월 5일까지 진행됐다. 후보는 고스트나인, 레드벨벳, 킹덤, NCT, 베리베리, 위클리, 에스파, 피원하모니, 세븐틴, 방탄소년단, 우주소녀, 엑소, 빅스, 이달의 소녀, 온앤오프 등 총 15개 그룹이었다. 정교하고 매력적인 세계관으로 팬덤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그룹들이다.

이번 투표에서는 1위와 2위의 접전이 눈부셨다. 그 주인공은 ‘지구에 불시착해 사라진 멤버를 찾는 휴머노이드’라는 세계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보이 그룹 온앤오프와 ‘멤버 각자의 세계관이 모여 그룹 전체의 세계관을 완성시킨다’는 세계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 이달의 소녀다. 접전 끝에 온앤오프가 1위를 차지하는 듯했으나, 투표 마지막 날 이달의 소녀가 뒷심을 발휘해 몰표를 받으며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달의 소녀는 전체 25만834표 중 52.65%인 13만2055표를 얻었다. 온앤오프는 11만2560표를 받아 2위에 올랐다.

이어서 빅스(1850표, 0.74%), 엑소(1628표, 0.65%), 우주소녀(817표, 0.33%), 방탄소년단(678표, 0.27%), 세븐틴(392표, 0.16%), 에스파(184표, 0.07%), 피원하모니(170표, 0.07%), 위클리(154표, 0.06%), 베리베리(127표, 0.05%), NCT(89표, 0.04%), 레드벨벳(73표, 0.03%), 킹덤(30표, 0.01%), 고스트나인(27표, 0.01%)이 3~15위에 올랐다.

총 109개국 팬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는 미국과 한국 팬들의 높은 참여도가 두드러졌다. 참여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이었고, 투표를 가장 많이 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미국에 이어 참여자가 많은 국가는 필리핀, 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이고 한국에 이어 투표 수가 많은 국가는 미국, 필리핀, 일본, 인도네시아였다.


※ 이달의 소녀 - 2016년 10월부터 매달 멤버 한 명을 공개하고, 일정 멤버수가 채워지면 유닛으로 데뷔한 후 세 개 유닛이 합쳐서 비로소 완전체가 되는 독특한 데뷔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희진, 현진, 하슬, 여진, 비비, 김립, 진솔, 최리, 이브, 츄, 고원, 올리비아 혜가 순서대로 선발돼 2018년 8월 19일 완전체로 데뷔했다. 이달의 소녀는 팀 내에 존재하는 세 개 유닛 그룹을 중심으로 독특한 ‘루나버스’ 세계관을 확장해오고 있다. 유닛 중 1/3은 지구, yyxy는 에덴, 오드아이써클은 중간계를 의미하며 오드아이써클은 지구와 에덴, 두 세계 사이를 넘나들 수 있다는 유기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이달의 소녀는 모든 멤버가 개인의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각각의 유닛과 하나의 그룹을 완성해나간다는 특징이 있다. 각 멤버들이 지닌 세계관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큼, 팬들은 ‘탐정’ 못지않은 추리력으로 뮤직비디오나 앨범 속에 숨겨진 세계관 힌트들을 찾아내는 데 몰두한다. 결국 이 같은 확장형 세계관은 이달의 소녀가 더욱 공고하고 이탈 없는 글로벌 팬덤을 유지하는 가장 큰 무기로 통한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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