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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라이징 스타 | 박정언 르오에스 대표 

진정한 ‘K’ DNA 장착한 글로벌 브랜드가 목표 

신윤애 기자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차세대 K뷰티 주인공은 서울(SEOUL)의 영문 철자를 거꾸로 한 뷰티 브랜드 ‘르오에스(LUOES)’다. 브랜드명에 한국의 중심 ‘서울’에서 시작해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포부를 그대로 담았다. “트렌드가 급변하는 뷰티업계지만 우리는 ‘빠르게’가 아니라 ‘시나브로(조금씩 조금씩)’ 목표를 향해 갈 것”이라는 박정언(29) 르오에스 대표를 만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소매 판매액은 31조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2019년 34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던 시장이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 2020년 28조4726억원까지 떨어졌지만, 2년여 만에 점차 살아나는 분위기다. 업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자 잠시 숨을 골랐던 뷰티 브랜드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코로나19로 달라져버린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재개될 해외 진출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뷰티 브랜드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전을 준비하는 분위기에서 ‘빠르게’ 대신 ‘시나브로’를 외치는 브랜드가 있다. 박정언 대표가 2019년 론칭한 르오에스다. 업력 4년 차에 불과한 신생 브랜드지만 업계에서 정석으로 통하는 속도전에 동참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속도로 브랜드를 이끌며 성과를 내고 있다.

“미모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뷰티 습관들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효과가 있잖아요? 그래서 브랜드 철학을 ‘시나브로 뷰티’로 정했습니다. 소비자에게 지속가능한 방식의 뷰티 습관을 제시하고, 우리 또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를 담았죠.”

지난 6월 9일 만난 박정언 르오에스 대표가 말했다. 박 대표의 말처럼 르오에스는 결정의 순간마다 지속가능성 여부를 우선순위에 두고 따져본다.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일이라면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과감히 포기한다. 해외 진출 전략이 대표적인데,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표방하는 신생 브랜드들이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거나 국내를 건너뛰고 해외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방식을 취하는 반면, 르오에스는 국내 소비자에게 먼저 인정받겠다는 전략으로 내수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K뷰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제품의 기능이나 감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서죠. 그들은 한국인이 좋아하고, 한국인 사이에서 유행하는 ‘진짜’ K뷰티 브랜드를 사고 싶어 해요. 따라서 글로벌 브랜드가 되려면 국내 소비자에게 인정받아 진정한 K뷰티가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르오에스가 처음으로 선보인 ‘괄사(Gua Sha)’도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아이템이었다. 괄사는 돌 같은 작은 도구로 근육을 풀어주는 중국 전통 마사지법인데, 박 대표는 마사지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맞춤형 아이템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휴가차 떠난 유럽 여행 중에 우연히 괄사 전문 숍에 방문했습니다. 괄사는 피붓결 정돈, 리프팅, 부기 제거, 혈색 완화에 좋아 미란다 커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얼굴 마사지 기기로 애용하고 있었어요. 한국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상태였죠. 당시 한국에서는 LED 같은 전자파 디바이스로 관리하는 홈 케어가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괄사는 이런 디바이스와 달리 전자파나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관심이 클 것 같았어요.”

게다가 괄사는 원석을 깎아 제작하는 방식이어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데다 제품 개발이나 인증 단계가 필요 없어 첫 아이템으로 제격이었다. 보통 화장품 하나를 개발하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박 대표는 곧바로 공장을 다니며 제작을 의뢰했고, 로즈쿼츠라는 핑크빛 원석으로 르오에스의 괄사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흔하지 않은 아이템인 데다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어 꽤 반응이 좋았다. 직접 만든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했는데, 출시 한 달 만에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 MD의 눈에 띄어 입점 제안을 받았다. 그는 “텐바이텐을 시작으로 Aland, 29CM 등 MZ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온오프라인 숍에 차례로 진출했다”며 “괄사의 인기에 힘입어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마스크팩을 추가 론칭했고, 두 상품 모두 좋은 반응을 얻어 국내 뷰티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온오프라인 판매처 대부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텐바이텐, 29CM, 무신사, 카카오톡 스토어, 롯데ON, 브랜디, Aland, SSG 등에서 르오에스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중국어로 된 구매 문의가 오더라고요. 한두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양과 빈도가 늘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봤습니다. 홍콩의 한 패션 매거진에 우리 제품이 소개됐더라고요. 국내에서 열심히 하면 언젠간 해외에서도 알아줄 거란 생각을 했지만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니 신기하고 얼떨떨했습니다. 이 외에도 Aland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제품을 거의 ‘싹쓸이’해가는 기분 좋은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 사진:르오에스
이렇게 한창 입지를 다지고 있을 무렵, 박 대표는 와디즈로부터 제안 하나를 받았다. 괄사 제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는 “괄사는 이미 생산 중인 제품으로 곧바로 펀딩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품질 검수 등 과정이 까다로워 양산까지는 부담스러웠다”며 “펀딩을 진행하기 위해 퀄리티를 포기할 수는 없어 진행 여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고민 끝에 출시를 준비 중이던 ‘비건 립밤’으로 품목을 바꿔 펀딩을 진행해보자고 역제안을 했다”며 “출시까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좋은 퀄리티로 양산을 할 수 있는 제품군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와디즈에서 제안을 받아들였고, 출시 준비를 모두 마친 수개월 후 비건 립밤으로 펀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예상 모금액을 뛰어넘으며 4차까지 펀딩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1억1734만원에 이르는 모금액을 달성했다. 그 덕분에 르오에스는 와디즈의 립밤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쾌거도 이뤘다. 그는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제품을 제공하고 싶어 욕심을 부렸는데 결과까지 좋게 나와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르오에스의 비건 립밤은 동물성 원료를 전혀 넣지 않고 알로에, 강화도 약쑥, 메이플 슈거 추출물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들었다. 비건 인증을 받으려면 모든 원료의 생산 과정을 인증해야 했기 때문에 출시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르오에스 립밤은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와디즈와 함께한 프로젝트 덕분에 르오에스의 인지도가 올라가자 신생 브랜드의 꿈이자 등용문과도 같은 올리브영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박 대표는 브랜드 철학을 지키기 위해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립밤을 출시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올리브영에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클린뷰티 존’에 입점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죠. 조건이 있더라고요. 클린뷰티 제품으로 소개돼야 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이 무색무취여야 한다는 거였죠. 우리 제품은 모든 라인업에 향기가 함유돼 있어 입점하려면 제품의 향을 빼고 새롭게 제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새로운 라인업을 만들어 올리브영에 당장 입점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 브랜드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었죠. 심지어 브랜드 고유의 로즈향이 좋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에 같은 향이 나는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기도 했고요. 결국 올리브영 입점을 포기하고 제품 콘셉트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아쉬웠지만 후회 없는 결정이었어요. 얼마 후 제품 라인업을 바꾸지 않고도 입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거든요. 2021년 10월에 드디어 올리브영에 입성했습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올리브영에 입점하면 매출 상승 효과는 물론 해외 바이어들의 눈에 들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잘나가는 K뷰티 브랜드들을 한데 모은 곳이어서 많은 시장조사가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에 입점하자 박 대표에게도 해외 진출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지난 4월 일본 PLAZA 오프라인 20개 매장과 LOFT 오프라인 50개 매장 및 온라인에 입점했습니다. 또 얼마 전엔 라오스의 최대 규모의 화장품 전문 유통망과 계약을 맺었어요.”

박 대표는 이제 르오에스의 넥스트 스텝을 고민 중이다. 뷰티 브랜드라면 으레 기초라인, 색조라인 중 한 가지를 전문 분야로 삼아야 하는데 선택을 하지 못해 고민이 깊다고 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둘 다 하지 않겠다는 다소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르오에스 같은 인디 브랜드는 주로 색조라인을 많이 선보이는데, 색조 시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한 데다 트렌드 변화 속도도 매우 빨라서 한 달에 한 번 신제품을 출시해야 잊히지 않아요. ‘시나브로’를 지향하는 우리 브랜드의 철학과는 잘 맞지 않죠. 그래서 뷰티를 포괄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확히는 ‘기프트 숍’을 만들고 싶어요.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이라는 키워드로 제품들을 만드는 거죠. 프랑스 파리의 콘셉트 스토어 ‘메르시’와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저희가 선보일 다음 제품은 ‘에코백’입니다.”

박 대표의 꿈은 르오에스를 ‘항상 젊은’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27~29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오에스는 저 혼자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할 때 제 안목과 취향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제가 나이 들어갈수록 브랜드도 함께 나이 드는 것이죠. 하지만 뷰티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소비자는 27~29세 정도라고 생각해요. 이들을 공략하려면 우리 브랜드의 감각도 그 나이대의 감각과 맞아야겠죠. 앞으로 젊은 직원들을 채용해 브랜드의 나이를 ‘always 27~29세’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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