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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바디프랜드 헬스케어전략팀 실장 

헬스케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노유선 기자
‘의사’가 만드는 안마의자로 주목받는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7월 이화여대 의대 신경과 출신의 김지영 전문의를 영입했다. 현재 헬스케어전략팀 실장으로 활동 중인 그에게서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의사 선생님’으로 불렸던 김지영 실장은 요즘 바쁜 와중에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 출신인 김 실장에게 기업은 병원보다 낯설고 어려운 곳일 수밖에 없다. 7월 13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만난 김 실장은 “그동안 의사로서 맡은 분야에만 집중해왔지만 기업 구성원이 되고 보니 다른 부서와 협업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며 “업무를 수행하며 세상을 보는 시야가 점차 넓어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설립된 안마기기 제조사 바디프랜드는 글로벌 안마의자 업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안마의자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류의 건강수명 10년 연장’을 사명으로 삼은 바디프랜드는 안마기기 제조업체에 멈추지 않는다. 이미 의학 기술을 반영한 ‘메디컬 체어’를 출시했으며, 더 나아가 현재는 ‘헬스케어 로봇’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2016년 출범한 ‘메디컬 R&D 센터’도 안마기기 제조사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곳에는 정형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전문의 6명이 포진해 있다.

의사에서 ‘헬스케어 전략가’로 변신

바디프랜드에서 의사의 역할은 연구개발에 머물지 않는다. 김 실장처럼 경영전략 수립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김 실장은 “급변하는 글로벌시장은 경쟁도 치열하다”며 “기업 전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묻자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다시 말해 적절한 경영전략 수립이 기업의 성공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헬스케어전략팀에서 안마기기가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체계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임상연구를 기획·진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재 바디프랜드는 여러 대학병원과 제품 관련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양대에서는 안마의자가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주는 효과에 대해, 동국대에서는 전동침대가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김 실장은 “앞으로도 바디프랜드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추진하겠다”며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 현장을 떠나 바디프랜드로 자리를 옮긴 배경은 무엇일까. 바디프랜드의 열정과 철학은 김 실장이 오랫동안 몸담아온 병원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이직을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ICT(정보통신기술) 중심의 디지털전환은 생체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의 가능성을 높였다. 과거에 헬스케어가 진단과 치료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예방과 관리 위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김 실장은 “헬스케어 산업 패러다임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 거부할 수 없는 변화에 동참해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기여하고자 이직했다”고 말했다.

여러 기업 중 바디프랜드를 택한 이유에 대해 김 실장은 “바디프랜드에는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열정이 있다”며 “현재 생체 정보 측정이 가능한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하는 데 매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사는 열정뿐 아니라 비전과 철학도 남다르다”며 “인류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겠다는 기업 철학을 듣고 크게 감명받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급성장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내놓은 ‘디지털 헬스 산업 분석 및 전망 연구’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7년 5000억 달러(약 62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사후관리에서 라이프스타일 개선으로 헬스케어 산업이 변화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및 서비스 수요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바디프랜드는 이에 부합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개발하고자 전사적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바디프랜드가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808억원이다. 지난해에는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200억원은 매출액의 약 4% 수준입니다. 중견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평균이 2.2%인 것과 비교하면 바디프랜드는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5년 동안에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바디프랜드는 체성분, 혈압, 심전도, 심박수 등 생체 정보 측정이 가능한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체성분 분석이 가능한 안마의자를 내놓을 예정이다. 김 실장은 “단순히 마사지를 받는 안마의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사지를 받는 동안 각종 생체 정보를 측정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까지 나아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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