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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만큼 세금 내는 유산취득세 

 

정부가 검토중인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물려받는 사람) 각자가 취득하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현재 상속세 제도에 따르면 실제 상속분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지게 된다는 지적 탓이다.

최근 뉴스 기사에 ‘정부가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본격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최근에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에 관한 입찰공고를 냈고, 그 용역 결과를 기초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속인 및 수유자(재산을 물려받을 것으로 유언에 지정되어 있는 사람, 이하 상속인 및 수유자를 통칭하여 ‘상속인 등’이라 한다)가 여러 사람인 경우에도 전체 상속세액에는 차이가 없다(이렇게 산정된 총상속세액을 각각의 상속인 등이 전체 상속재산 중 본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비율에 따라 납부해야 한다).

반면에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 등이 실제로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상속인 등이 여러 사람일 경우 유산취득세 방식에 따른 상속세액은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액보다 줄어들게 된다. 상속세에는 누진세율이 적용되므로(상속세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인 구간은 10%, 1억원 초과 ~ 5억원 이하인 구간은 20%, 5억원 초과 ~ 10억원 이하인 구간은 30%, 10억원 초과 ~ 30억원 이하인 구간은 40%, 30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은 50%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재산이 여러 상속인 등에게 분산되어 상속인 1인당 취득하는 재산이 줄어들수록 낮은 상속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 60억원을 자녀 3명이 각각 20억원씩 상속받은 경우를 가정해보자. 유산세 방식의 경우 전체 상속재산 60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상속세 총액은 약 25억원이고, 이를 공동상속인들이 상속받은 비율에 따라 1/3씩 납부해야 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의 경우 상속인 1인당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각자 취득한 재산 20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약 6억원으로, 공동상속인 3명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총액은 약 18억원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 상속세법을 제정할 때 유산세 방식을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최초에 유산세 방식을 도입한 배경으로는, 당시 우리나라 상속세 제정의 기초가 되었던 일본 상속세법이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었고(그러나 일본은 이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제를 개편했다), 또 과세당국 입장에서 유산세 방식이 유산취득세 방식보다 유리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전체 상속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하는 유산세 방식이 상속인별로 실제로 얼마나 상속받았는지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에 비하여 상속세를 산정 및 부과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 또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상속재산 총액이 동일한 경우에도 유산세 방식이 산정한 전체 상속세액이 유산취득세 방식에 따른 상속세액보다 더 크기 때문에 조세수입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과도한 상속세, 유산취득세로 줄여줘야”

그러나 유산세 방식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납세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응능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있다. 즉, 상속인 각자가 취득한 상속재산의 크기에 따라 상속세가 결정되는 유산취득세 방식과 달리, 전체 상속재산의 크기에 따라 상속세가 산정되는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별 담세력을 감안하지 못하여 공평성을 침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상속받지 않고 다른 상속인이 취득한 상속재산 때문에 내가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공동상속인들 간에 상속비율이 크게 차이 날 때 더 심각해진다(예를 들어 공동상속인 2인이 상속재산을 10%:90% 비율로 분할하여 상속받은 경우). 이러한 유산세 방식의 문제점으로 인해, 상속세를 운영 중인 OECD 회원국 23개국 중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4개국(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뿐이고, 나머지 19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앞으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향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되면 상속세 전반에 근본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유산세 방식에서는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상속세 과세대상 재산의 범위가 달라졌다. 즉,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 및 국외에 소재하는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상속세가 과세되는 반면에, 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과세되고 국외에 있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았다. 앞으로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피상속인이 아니라 실제로 상속재산을 취득하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상속세 과세대상 재산의 범위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를 개정할 때 현행 민법상 상속제도와 충돌되는 부분이 없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하는 유산세 방식에 비하여 상속인들이 각자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의 경우 실제로 공동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분할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행 민법에 따르면, 공동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 분할 합의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소송이 제기되면 상속재산의 분할이 확정되는 시기는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들도 모두 고려하여 더욱 합리적인 상속세 부과 및 징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종명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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