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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OF THE NEW YEAR 

 

정소나 기자
코로나19로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와인은 대중적인 술이 됐다. 처음 몇 해 동안은 가성비 중심의 중저가 와인이 인기를 끌었다면, 이제는 입맛의 고급화·다양화가 진행되며 프리미엄 와인에 관심이 높아졌다. 2023년의 첫 잔으로 어떤 와인을 마실지 고민하고 있다면 잘 알려진 와인 대신 최고의 품질과 희소성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와인에 눈을 돌릴 차례다. 새로운 한 해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품격 있는 선물로도 제격인 8가지 와인 리스트.
1. 펜폴즈 그랜지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레드와인’이라는 찬사를 쏟은 호주 부티크 와인. 2001년 호주 국가문화재로 등재되며 호주 와인을 전 세계에 알렸다. 1951년 처음 생산된 이래 지금까지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시라즈(Shiraz) 품종과 호주 남부의 기후, 토질이 시너지 효과를 한껏 발휘한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크 숙성으로 발현된 복합적인 부케와 검붉게 잘 익은 베리류의 과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이후에 허니, 그레이프프루트의 아로마가 은은하게 풍기고 버터를 발라 그릴링한 듯한 육류의 풍미와 감칠맛, 견과류의 뉘앙스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소고기, 양고기, 치즈 등과 페어링하면 깊은 맛이 배가된다. - 160만원.

2. 펜폴즈 빈 707 카베르네 소비뇽


1964년 출시 당시, 가장 높이 날던 ‘보잉 707’ 비행기에서 이름을 따온 최상급 카베르네 소비뇽. ‘그랜지’와 ‘야타나’와 더불어 펜폴즈 3대 아이콘 와인이자 호주 최고급 와인 등급 ‘랑톤’에 1순위로 등재된 와인이다. 빈 707 카베르네 소비뇽은 맥라렌 베일, 쿠나와라, 바로사 밸리에서 수확한 포도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세 가지 원액을 블렌딩해 탄탄한 구조감, 훌륭한 밸런스를 선사한다. 리치한 텍스처 속에 너트메그와 커스터드의 뉘앙스가 풍기는 가운데 베리, 플럼 콤포트의 향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며 흑연의 은은한 힌트가 동반된다. 세계적인 주류 산업 전문지 더 드링크 비즈니스(The Drink Business)에서 2022년 TOP 12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붉은 육류, 단단한 치즈, 훈제, 염장 음식, 피자나 파스타를 제외한 밀가루 음식과 특히 잘 어울린다. - 99만9000원.

3. 베린저 에잇쓰 메이커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베린저 에잇쓰 메이커(8th Maker)는 베린저 가문의 헤리티지를 기념하기 위한 아이콘 와인이다. 1876년 베린저 와이너리를 설립한 창립자, 제이콥(Jacob)과 프레드릭(Frederick) 형제에 이어 139년 후 수석 와인메이커로 등극한 5대손이자 8번째 와인메이커 ‘마크 베린저(Mark Beringer)’가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만들었다. 베린저 소유의 가장 명성 높은 빈야드에서 만들어지며, 100년 넘게 쌓아온 베린저 와인메이킹 노하우와 헤리티지를 담아 베린저 가문의 명성을 보여주는 나파 와인의 결정판이다. 짙은 가넷 컬러로 블랙베리, 블랙체리, 야생 블루베리류의 다크 프루트 아로마가 후각을 리드한다. 리치한 텍스처의 풀 보디 스타일로 정돈된 탄닌과 신선한 산도 간의 균형감이 돋보인다. 숙성 잠재력을 가진 와인이라 장기 숙성했을 때 더욱 훌륭하고 극대화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 170만원.

4. 엠 샤푸티에 에르미따쥬 르 파피용


프랑스 론 지역을 대표하는 엠 샤푸티에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레인지 중 가장 최상급인 팍&스페라(Fac et Spera) 레인지의 와인. 포도밭의 토양과 해당 빈티지의 기후를 반영해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que)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친환경 유기농 와인이다. 1989년 미셸 샤푸티에는 에르미따쥬 지역에서 첫 번째 포도밭을 개발하여 와인을 생산했고 현재는 프랑스 외의 프리미엄 생산 지역에서 24개의 팍&스페라 레인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훈제향, 라즈베리향이 감도는 아로마와 함께 블랙베리, 호두, 감초향이 느껴지며, 부드럽다가도 강렬한 팔레트와 함께 코코아 향이 감도는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 118만3000원.

5. 뚜아리따 레디가피


뚜아리따는 리따 뚜아와 남편 비질리오 비스티 부부가 은퇴 후 설립한 와이너리이다. 1984년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 해안, 볼게리 남쪽에 위치한 수베레토에서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하기 시작하여 1992년 첫 빈티지를 선보였다. 불과 20여 년 만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슈퍼 토스칸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토스카나 출신 화가 라파엘 드 로사(Raffaele De Rosa)의 작품이 들어간 라벨이 특징이다. 뚜아리따에서 생산한 레디가피는 이태리 와인 사상 처음으로 로버트 파커 100점, 와인 스펙테이터 100점을 받았다. 2016년 레디가피는 짙은 최상급 루비를 보는 듯한 색을 띤다. 코코아, 감초, 고급 시가의 은은하지만 화려한 향이 특징이며, 입안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감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과실향이 느껴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여운이 남는 최상의 빈티지 와인이다. 연간 약 9000병만 생산되어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 80만원대.

6. 쉐이퍼 힐사이드 셀렉트 2018


로버트 파커 포인트 100점을 여섯 번이나 기록한 전설적인 나파 컬트 와인으로, 할란, 스크리밍 이글과 함께 미국 원조 컬트 와이너리 9개 중 하나이다. 연간 2400케이스 정도로 극소량만 생산하는 쉐이퍼의 ‘최상급 와인’이자, ‘최고의 걸작’ 와인이다. 100%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32개월간 숙성하여 완성된다. 매끄러운 탄닌에도 불구하고 긴 숙성 잠재력을 지녀, ‘벨벳 장갑을 낀 강철 주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풍부하고 집약적인 과일의 풍미와 섬세하고 빼어난 탄닌을 가지고 있다. 블랙베리와 카시스, 블랙커런트, 젖은 돌, 초콜릿, 향신료의 아로마가 잔을 채우며 입안에서는 즙이 많은 붉은 자두와 라즈베리, 검은 후추, 약간의 라벤더와 아니스의 터치가 느껴진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피니시를 가진 와인이다. - 75만9000원

7. 안티노리 솔라이아


6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 최장수 와인 기업인 안티노리에서 출시한 슈퍼 투스칸 와인. 이태리 와인의 상징인 안티노리는 와인 생산 원년인 1385년부터 한 대도 끊이지 않고 가족 경영으로 가업을 이어 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지인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하는 100대 와인에서 솔라이아 1997 빈티지가 이태리 와인 사상 최초로 1위에 올랐고, ‘올해의 와인(Wine of the Year)’으로 선포되며 이탈리아 와인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블랙체리, 잘 익은 붉은 베리류의 진한 과실향과 감초, 커피, 스모크 향 등 다양한 아로마가 주는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장기 숙성형 와인답게 부드럽고 섬세한 탄닌이 또렷하게 느껴지며, 피니시에서는 카카오, 바닐라가 주는 감칠맛과 어우러진 긴 여운이 매력적이다. 2019~2036년 사이에 마시면 최상의 맛과 향기를 경험할 수 있다. - 70만원대.

8. 텔라토 갤럭시


텔라토 와인 그룹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와인 산업을 이끌어온 가족 경영의 와인 기업이다. 와인 소매사업을 시작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를 포함해 전 세계 12개국에서 생산된 명품 와인을 미국 시장에 소개하는 수입사, 도매회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명품 와인에 대한 노하우로 캘리포니아에서 프랑스 최고급 와인과 견줄 수 있는 와인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갤럭시는 텔라토 패밀리 빈야드의 대표 와인 메이커 3명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긴 와인으로, 우아함과 은혜로움, 파워를 상징한다. 깊고 진한 가넷빛 컬러로 블랙베리, 다크초콜릿, 자두, 흰 후추, 향신료, 흙 향 등이 느껴지며 풍부하면서도 훌륭한 균형감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출시 후에도 마시기 좋지만, 장기 숙성 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와인이다. 체더치즈, 육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연간 300케이스만 소량 생산하며, 2013년 삼성전자 임원진 선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 50만원대.

-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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