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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 2023(2)] DEEP/ENTERPRISE TECH 

이찬(26) 플로틱 대표 

이진원 기자
물류로봇계의 이단아

물류센터는 각각 상황이 다르고 매 시간 변화가 발생한다. 기존 물류자동화 솔루션은 길게는 2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류로봇 스타트업 플로틱은 빠르면 1개월 안에 물류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는 혁신을 일궈내고 있다. 플로틱 솔루션은 각 물류센터에서 기존에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과의 유연한 연동도 가능하고 도입 장벽도 낮은 덕분이다.

이찬 플로틱 대표는 물류센터의 입출고 프로세스를 간단한 데이터 연동만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 개발을 현시점에서 완료했다. 작업 할당에서부터 검수에 이르는 복잡한 물류현장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실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플로틱 물류로봇의 대표적인 강점이다. 2021년 설립된 플로틱은 지난 1년 반 동안 파일럿 테스트를 마치고 올해 실제 물류센터에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찬 대표는 고교 2년생이었던 2014년 세계 최대규모 과학기술경진대회인 인텔 ISEF(International Science & Engineering Fair)에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같은 해 대한민국 인재상도 수상했다. 이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 진학해 로봇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학부 재학 중에는 카카오벤처스, 배달의민족, 네이버랩스, 현대자동차에서 자율주행로봇 엔지니어 등의 인턴십에 참여해 로봇 서비스 부문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경험하면서 기반을 쌓아왔다. 이 대표는 “로봇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투자, 기술, 서비스, 운영, 심지어는 예술의 입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경험한 것이 지금 성과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플로틱은 창업 이후 ‘로봇이 잘하는 일은 로봇에게, 사람이 잘하는 일은 사람에게’라는 모토로 수차례 피버팅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나갔다. 그리고 팬데믹 시대 이커머스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물류센터 입출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수 물류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장의 수요와 실용 사례를 수집하며 솔루션을 완성해나갔다. 그 결과, 실시간 주문처리 플랫폼과 변화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자율주행로봇 기술을 확보했다.

그는 “로봇은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도구를 만들기에 앞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도구는 또 훌륭한 방법을 만나야 의미가 있으므로 문제의 본질을 고객의 입장에서 파고들어 도구를 완성한 뒤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및 물류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된 플로틱은 창업 이후 카카오, 네이버, 현대차, 산업은행,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국내시장이 이커머스 글로벌 5위지만 물류센터 환경은 열악하다는 점을 공략했고, 국내에서 선택받는 솔루션이라면 향후 시장 규모가 큰 북미, 유럽, 일본 시장까지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로봇 기술을 누구나 쉽게, 자신의 물리적· 시간적인 한계를 넓힐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로봇 기술을 가지고 가장 좋은 타이밍에 가장 좋은 제품으로 가장 어려운 시장에 뛰어들어, 인류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을 막은 사람, 오히려 더 나아가 인류의 물리적인 한계를 넓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고퀄 디지털 휴먼의 아버지 | 임정혁(28) 이너버즈 대표


2021년 설립된 이너버즈는 디지털 휴먼 콘텐트 제작에 개인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을 공급한다. 기존의 딥러닝 기반 솔루션들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 각도, 조명 환경, 격한 움직임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이를 최대한 피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휴먼을 제작했다면, 이너버즈는 직접 모델을 개발하고 학습시켜 창작자들이 느끼는 애로 사항을 해소했다. 그래서 별도의 전처리와 후처리 과정 없이도 완성된 디지털 휴먼 콘텐트의 퀄리티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임정혁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AI 분야 박사과정 중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 AI 기술에 집중했다. 그리고 같은 카이스트 출신 AI 연구원들과 함께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단계를 6개월간 거쳤다. 이후 콘텐트 산업에 AI를 접목해 최종 사용자인 제작자, 창작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총 4년간 고성능을 위한 학습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또 기술적 한계로 구현하지 못한 영상 영역을 1년 넘게 R&D에 매진하며 개척해나갔다. 임 대표는 “도전적 이슈는 이너버즈가 지니고 있는 철저한 윤리적 AI 규율을 만족시키면서도 고성능을 실현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아직 시장진입 초기 단계지만 메이저 콘텐트 제작사들과 B2B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K팝 기획사 하이브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설립 1년 반 만에 누적 투자 약 26억원, 사업지원금 6억원을 유치했다. 임 대표에 따르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기획력과 짜임새 있는 세계관의 가상 연예인 IP 제작과 관련해 이너비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임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남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역량과 마인드셋을 갖춘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의 민주화 | 김기정(27) 콕스웨이브 대표


지난 2021년 설립된 콕스웨이브는 AI 기술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 김기정 대표는 뉴욕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이후 서울대 데이터마이닝 연구실에서 멀티모달 이미지 생성 모델에 심취했다. 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해 그럴싸한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었고, 그는 이런 인공지능 기술을 모두가 쉽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창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첫 작품으로 하마(Hama)를 론칭했다. 하마는 이미지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제거하거나 편집하는 이미지 인페이팅(Image Inpainting) 서비스로, 60여만 명이 활용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은 최첨단 AI 생성 이미지를 위한 검색엔진 서비스 엔터픽스(Enterpix)다. 이미지 검색·생성·저장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특히 해외 사용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 하마와 인터픽스 서비스를 생성형 AI를 활용하려는 기업에 매각했고, 현재 콕스웨이브 애널리틱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차세대 제품 분석 툴이다. 김 대표는 “하마와 인터픽스 서비스를 운용하면서 인공지능과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면 인공지능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존 제품 분석 툴은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인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성과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인공지능과 사용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은 유저의 자유로운 입력에 따라, 인공지능이 전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출력하는 동적인 구조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가 산업 전방위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AI 기술의 대중화를 이끄는 김 대표와 콕스웨이브도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팀을 리드한다”며 “기술에 대한 열정은 더 혁신적인 미래 비전을 불러일으키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독하게 성장한 클라우드 게임체인저 | 김영광(29) 오케스트로 대표


지난 2018년 설립된 오케스트로는 연평균 매출 성장률 250%를 기록하며 2022년 기준 338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창업 당시 2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은 현재 230명으로 늘었다.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에 의지하며 수익모델을 확립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오케스트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국내 공공·금융·민간·국방 분야 100개 이상의 핵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현재 오케스트로 클라우드 SW 기반으로 운영된다. 김영광 대표는 오케스트로를 소개할 때 클라우드 시장 질서를 개편·파괴·개척한 국내 최초의 클라우드 기업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IT 대기업이 시장지배적이고 신생 토종 기업이 도전장을 던지던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케스트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클라우드 기술·기능·제품을 유연한 아키텍처 위에서 통합·조율하고, 이를 기반으로 클라우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그 결과 “서비스제공자 중심의 시장에서 탈피해 고객의 권한을 강화하는 클라우드 운영을 기술로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국내외 클라우드/인공지능 기술 관련 특허 33건을 출원했고 오케스트로 차원에서도 41건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재학 시절 오케스트로 창업 초기에 합류해 개발팀 팀원으로 시작해 영업 컨설팅 팀장, 경영전략실장, 본부장을 거치며 경영, 기술, 영업 등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면서 오케스트로의 초고속 성장에 일조했다. 김 대표는 하루 24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개 쓰며 주 7일 내내 영업 활동과 업무에 매진하며 독하게 몰입했다. 덕분에 공공/금융/민간/국방 등 섹터별 고객, 협력사 등 5000명 이상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었다.

현재 오케스트로는 오픈스택(Openstack) 기술과 글로벌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OKESTRO Kubernetes)으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K콘텐트 수출의 숨은 역군 | 이상헌(29) 보이스루 대표


최근 뉴미디어를 통해 문화 콘텐트의 글로벌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언어는 이제 더는 장벽이 아니다. 보이스루는 언어장벽을 낮추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번역 자동화 플랫폼을 설계하고, 번역가들과 AI기반 툴이 협력하여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번역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번역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단가, 물량,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현재 글로벌 구독자를 보유한 국내 유튜버 중 70%가 보이스루의 번역 서비스인 자메이크를 사용하고, 카카오와 네이버를 포함한 주요 웹툰 플랫폼들도 보이스루의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상헌 보이스루 대표는 “기존 번역은 얼마나 ‘정확하게’ 번역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보이스루는 영상 미디어와 웹툰 미디어에 특화된 만큼 얼마나 ‘재미있게’ 번역이 되는가를 자동화하고, 효율화한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

이 대표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개발자 업무를 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AI와 개발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이 대표의 초기 창업 목적은 청각장애인들의 콘텐트 접근권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모친이 30년간 번역회사를 운영한 배경에 영향을 받았고 K콘텐트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시류를 읽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다.

보이스루는 현재 누적 투자 약 130억원을 유치했고, 매출 5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말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가 200억원에 보이스루를 인수했다. 지난 2021년에 일본, 2023년에는 인도네시아 자회사를 설립해 동남아시아 등 해외 번역가들의 보이스루 플랫폼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올해 매출의 50%가 해외에서 발생할 예정이다.

“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으며, 콘텐트 번역의 생태계를 ‘바꾸어나가는 데 가장 핵심적인 보이스루만의 문화를 형성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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