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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 2023(5)] ART 

전아현(28) 조형 작가 

노유선 기자
회화적 시선, 입체적 표현

▎Art 추천 및 심사단: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최은규 바이올리니스트, 안우성 성악가·지휘자, 정승우 유중문화재단 이사장
“산이 켜켜이 안개속으로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무언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별과 상실의 슬픔에 사로잡혀 한 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때였어요. 구름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산의 정취는 어느 한순간도 똑같지 않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기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작업실에 돌아와 그 장면과 순간을 회상하면서 멀리 가지 않아도 산의 한적함과 고요함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조형 작가 전아현은 상실의 슬픔을 내려놓고자 설악산(강원 인제)과 지리산(경남 산청), 천성산(경남 양산) 등 깊고 적막한 산을 찾아 국내 곳곳을 누볐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심산(深山) 시리즈’다. 산세는 콘크리트로, 안개를 머금고 있는 하늘은 레진(resin)으로 구현했다. 연무에 둘러싸인 첩첩산중의 산봉우리와 등줄기가 심원법(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리는 방식)에 따라 입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가파른 산맥이 켜켜이 멀어져가는 모습이 아련하다.

전아현은 상명대학교에서 생활예술학(가구조형)과 조형예술학(서양화)을 복수 전공한 뒤 홍익대학교에서 목조형가구학과 석사를 마쳤다. 레진, 시멘트, 나무 등 다양한 소재로 오브제를 비롯해 티테이블, 스툴, 벤치 등을 제작하며 자연을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회화와 가구 모두에 조예가 깊은 그는 아이디어를 회화적인 시선으로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여백을 활용하는 산수화 기법과 깊이감을 더하는 심원법이 조화를 이룬다.

그는 “평면의 캔버스로는 생각을 표현하는 데 갈증을 느끼던 중 밀라노에서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에 매료됐다”며 “도구로서의 가구가 예술작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순수미술과 가구디자인 사이에서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평면과 입체, 디자인과 현대미술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은 전아현의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그의 독창성은 이미 예술계에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열린 ‘The ARTPLACE HMC 2022-Welcome FRIEZE’ 특별전에 전아현이 유일한 20대 작가로 참여했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한국 현대미술 트렌드를 리드하는 ‘3060세대’ 대표 작가 55인의 작품으로 꾸며진 특별전에 30대가 채 안 된 그가 20대를 대표해 초대된 것이다.

2021년에는 서울 강남에 있는 ‘식물관 PH(실내온실 정원)’에서 첫 번째 개인전 [심산 深山, 심산 心山]을 열었다. 이 외에도 [공예의 이기](2023, 아트스페이스3), [초록색 수집](2022, 문화실험공간 호수), [산.수.풍.경](2022, 리나갤러리), [모든 것은 그 자리에](2021, SeMA 창고) 등 여러 단체전에 참여해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인생에 관심이 많아 심리 서적을 즐겨 읽었다는 전아현은 자신의 작업 철학이 ‘공감과 위로’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그 근원이 궁금하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인생이 알고 싶다”며 “2년 전 전시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과 긴 대화를 나누며 나만을 위한 작업이 타인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내가 겪은 사건과 당시에 느낀 감정을 토대로, 여러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인모니니 이어 인모리우스 | 양인모(28) 바이올리니스트


▎ 사진:크레디아
2015년 제54회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양인모가 또다시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12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양인모는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이름을 딴 이 콩쿠르는 국제적 권위를 자랑한다. 이날 양인모는 콩쿠르 1위와 더불어 현대작품 최고해석상도 받았다.

앞서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최연소 결선 진출자상, 현대작품 최고연주상, 청중상 등을 휩쓸었던 그다. 그동안 클래식 팬들로부터 ‘인모니니(양인모+파가니니)’로 불렸던 그는 이제 ‘인모리우스(양인모+시벨리우스)’로도 불리게 됐다. 그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며 “직업의식이 아니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대할 때 사람들도 내 연주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6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양인모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2013년 미국 뉴잉글랜드음악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 학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파비오 루이지, 네메 예르비, 정명훈, 제임스 개피건, 오스모 벤스케 등 세계적 거장과 호흡을 맞추었으며, 덴마크 방송교향악단, 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취리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등 국내외 저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관에 대해 “클래식의 가치는 시대와 문화가 바뀌어도 변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특히 오늘날에는 세상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진정한 음악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여정은 올해도 계속된다. 4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페인 투어, 6월 난탈리 뮤직페스티벌, 5월 오울루 심포니 오케스트라, 7월 미켈리 뮤직 페스티벌, 10월 뉘른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등이 예정돼 있다.

한국 회화계 젊은 헤르메스 | 정하슬린(29) 회화 작가


▎ 사진:정하슬린 작가
정하슬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졸업하고 체코 프라하예술대학(Academy of Fine art in Prague)에서 ‘판화와 드로잉(Graphic Studio)’ 과정을 마쳤다. 개인전 [Lorem Ipsum](2020, 킵 인 터치)과 [Modern Touch to Salad](2019, 레인보우큐브)를 열었으며 [Combination! : 컬렉션과 아카이브](2022, 픽셀카운팅), [팁과 요령 : 오늘 당신의 눈은 어떤 세계를 보게 될까요?](2020, 김세중미술관), [10Pictures](2020, WESS) 등 다양한 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2022)과 Re:Search 지원사업(2020), 한국예술종합학교의 Karts On-Road 지원사업(2020) 등에 선정돼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실크스크린과 스텐실, 스펀지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고 여러 재료를 섞어 회화 작업을 진행한다. 완성된 작품을 관찰하며 작가의 작업 과정을 유추하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정하슬린은 “‘이미지와 물질 사이에서 회화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화두로 잡고 회화를 시작했다”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모두 아울러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회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물질을 수집·분류한 뒤 깊게 관찰하면서 물질의 과거를 추론하는 일이 즐겁다”며 “정보가 지나치게 넘쳐나 오히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시대에 작가적 관점에서 보고 들은 것을 잘 엮어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하슬린은 자신의 모든 캔버스가 ‘선물’이라고도 했다. 그는 “보고 들은 것과 새롭게 발견한 것, 기존에 모아둔 것을 모두 엮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일이 즐겁다”며 “많은 사람이 나의 작업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 회화계의 떠오르는 ‘헤르메스(Hermes·그리스 신화 속 전달자)’ 정하슬린의 활약이 기대된다.

세계가 놀란 천재 피아니스트 | 임윤찬(19) 피아니스트


▎ 사진:목프로덕션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임윤찬은 해외에서 유학한 적 없는 순수 국내파 연주자다. 7세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2020년 예원학교를 음악과 전체수석으로 졸업한 뒤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예술 영재로 입학했다.

2015년 11세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그는 2018년 세계적인 주니어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청소년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위와 쇼팽 특별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9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1위를 차지했다. 그해 주 스페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산페르난도 왕립미술원 콘서트홀에서 첫 해외 독주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의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그는 이 대회에서 금메달과 함께 신작 최고연주상과 청중상도 받았다. 청중상은 전 세계 클래식 팬 3만 명이 참여한 인기투표 집계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상이다. 그가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영상은 현재 유튜브 조회수 985만 회를 넘어섰으며, 뉴욕타임스는 이 무대를 ‘올해의 10대 클래식 공연’으로 선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임윤찬은 지난해 국가브랜드진행원에서 주최한 2022 국가브랜드 콘퍼런스에서 국격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브랜드대상 예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로 발매된 광주시립교향악단(지휘 홍석원)과 함께한 베토벤 ‘황제’ 공연 실황 앨범 [베토벤·윤이상·바버]는 발매 직후 1만 장 넘게 판매되며 ‘플래티넘 앨범’으로 기록됐다.

임윤찬은 지난 1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 리사이틀을 성공리에 마쳤으며 이후 토리노, 밀라노, 로마에서 잇따라 리사이틀을 열어 이탈리아 관객들을 만났다. 2월에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루이뷔통재단미술관에서 연주 일정을 끝내고 세계적 거장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지휘하는 도쿄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준비한다.

3관왕에 오른 플루트 신동 | 김유빈(26) 플루티스트


▎ 사진:목프로덕션
‘플루트 신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초등 5학년이던 2008년 음악저널 콩쿠르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유빈은 어느덧 ‘유럽 정상급 플루트 콩쿠르 3관왕’에 올랐다. 그는 2014년 제69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뒤 이듬해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서 1위로 우뚝 섰다. 지난해에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71회 ARD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플루트 부문 최정상에 올랐다.

1952년 시작된 ARD 콩쿠르는 독일 제1공영방송 ARD사가 개최하는 독일 최고 권위의 대회다.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정명훈(1973년, 피아노 2위), 황수미(2012년, 성악 2위), 손정범(2017년, 피아노 1위) 등이 있다. 김유빈은 “이른 나이에 연주자로 데뷔해 멘털 관리를 숙명으로 여기고 이에 집중해왔다”며 “페이스 조절을 잘하면서 즐기려고 노력해왔다”고 소탈하게 말했다.

김유빈은 2013년 예원학교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리옹국립고등음악원 학사,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6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최연소로 입단해 현재 종신 수석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이반 피셔, 미하엘 잔데를링, 정명훈, 드미트리 키타옌코, 프란츠 벨저-뫼스트 등 세계적인 거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 제네바 체임버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프랑스 리옹국립고등음악원 오케스트라, 도쿄 앙상블 등 국내외 저명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다.

올해 김유빈은 유럽, 대만 등 국내외를 오가며 다양한 협연·리사이틀·오케스트라 수석연주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3 통영국제음악제와 대전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공주시충남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등이 예정돼 있다. 그는 “시대에 따라 음악에 대한 시각과 연주가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개방적인 자세로 임한다”면서도 “음악의 정통성을 이어나가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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