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Cover

Home>포브스>On the Cover

[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 2023(3)] SOCIAL IMPACT 

이민(28) 탄소중립연구원 대표 

이진원 기자
모든 탄소의 데이터화

세계시장에서 LCA(Life Cycle Assessment, 에너지를 사용하고 원자재 제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평생 동안 탄소 배출 분석)를 고려한 규제 움직임이 확대될 전망이다. EU는 2024년 이후 LCA 방법론을 환경규제에 적용할 방침이다.

탄소중립연구원(CNRI)은 다수의 LCA 프로젝트 역량을 기반으로 쌓아온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LCA뿐만 아니라 탄소회계 관리가 필요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빠르고 효과적인 탄소회계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제품을 보급한다.

탄소배출량과 감축량을 재무제표 작성하듯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 이 업무를 자동화한 ‘탄소 회계’ 프로그램이다. 탄소 전문가가 없는 기업들도 API를 연동해 쉽게 탄소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산재되어 있는 탄소 데이터(전기요금·난방비·유류비 등)를 클라우드로 통합 관리하고, 관리자는 대시보드에서 실시간 모니터링과 더불어 주간·월간 보고서를 저장해 ESG 보고서를 작성하고, 더 나아가 자체적인 탄소 감축 목표 설정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민 CNRI 대표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를 졸업하고 밸런스히어로(시리즈 D), 에어스메디컬(시리즈 B) 등 스타트업을 일군 경험이 있다. 이 대표는 이종호 CTO(서울대 어드밴스드 에너지 시스템 연구실 석박사 통합과정)와 송한호 고문(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과 함께 ‘ 모든 탄소의 데이터화’라는 비전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1년 CNRI를 공동 창업했다.

CNRI는 전기차 보급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성 표준이 필요하다는 글로벌 흐름 가운데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한국교통안전공단, 일본 국토교통성과 협업해 아시아 자동차 LCA 표준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UN, 한국·일본 정부 등 글로벌 스케일의 협업과 더불어 국토교통부의 그린뉴딜 빅 4 과제에도 독자적인 기관으로 참여했고, 실력을 쌓기까지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들을 무보수로 진행해왔다”며 “스타트업으로서 업계에서 인정받기 전까지 핵심경쟁력을 확보하고 프로젝트의 높은 품질을 증명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고 말한다.

CNRI에는 현재 7명이 함께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 1억5000만원을 유치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탄소 회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기반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 및 아시아 시장에는 아직 리더가 없는 상황이다. 그는 “탄소 회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초기 진입 및 선점이 중요하므로 글로벌 주요 제조공장이 많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제조업 특화 탄소 회계 소프트웨어를 독점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석이 복잡한 자동차·에너지 산업에서의 전문성을 활용해 패션·플라스틱·뷰티 산업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CNRI의 목표는 명확하다. 모든 기업이 탄소 데이터를 쉽게 관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모든 기업의 관심 경계를 넓혀 쉽고 빠르게 탄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다.

디지털 격차에 맞서다 | 박지혁(24) 와들 공동설립자·대표


지난 2018년 카이스트 동문 6명이 모여 시각장애인의 디지털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목표 아래 프로젝트팀 와들랩을 결성했다. 그리고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봉쇄조치로 인해 생필품 구매가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위해 배리어프리(Barrier-Free) 쇼핑 ‘소리마켓’을 출시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이미지 내 상품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해 중증 시각장애인 2500여 명의 자립적인 소비생활을 지원할 수 있었다. 이후 해당 기술을 11번가 등 국내 주요 쇼핑몰에 확대 보급해 디지털 접근성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박지혁 대표는 이미 고교 시절부터 디지털 기술로 소외된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는 2015년 ‘뇌성마비 환자를 위한 보행보조 재활로봇 개발’ 연구로 삼성휴먼테크 논문대상 고등부 금상, 과학영재 창의연구학술발표대회 최우수상, 세계과학영재축전(ISSF) 최우수연구과 제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 인재상도 수상했다. 대학 진학 후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시각장애인 동료를 만났고, 이때 그가 겪는 디지털격차를 접한 것이 와들을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설립 초기 팀원들과 매주 복지관을 찾아가 시각장애인이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심도 있게 파악해나갔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스마트폰 화면의 글자들을 점자로 변환해주는 휴대폰 케이스를 개발하기도 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뉴스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그러다 팬데믹이 시작되자 그들에게 절실한 온라인쇼핑의 접근성에 주목하고 연구개발 끝에 소리마켓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와들은 관련 기술특허 3건을 등록했다. 그리고 이커머스 상품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는 기술들은 언어의 제약이 없어 글로벌 서비스에 바로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글로벌 진출도 꿈꾸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만큼은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업사이클링 펫푸드로 수출까지 | 강민준(25) 밸리스 설립자·공동대표


‘생태계 교란 어종 배스를 활용하여 반려동물용 영양제를 개발하겠다’는 한 대학생의 아이디어가 어엿한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지난 2016년 벤처 창업 동아리였던 밸리스는 현재 생태계 교란 어종 블루길과 굴 패각을 활용한 반려동물용 수소칼슘 영양제, 국내산 B급 농산물을 활용한 반려동물용 동결건조 간식 등 다양한 업사이클 제품을 20종 이상 개발했고, 업력 3년 차에 연 15억원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용 업사이클 식품은 소비 행위만으로 생태계 복원, 어민소득 창출(폐기물자원화), 탄소 저감(폐기처리량 감소) 등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했다.

강민준 대표는 “기업의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이루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업사이클이라는 분야를 선택했다”고 창업 동기를 전했다. 창업 초기에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대학생이라 경험이 없고 식품제조 전공자도 없어 원료 공급과 제조기술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젊은 패기로 뭉친 팀원들은 사료 제조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생태계 교란 어종 관련 기사에 나오는 모든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환경부와 지자체, 지역 어민의 도움을 받아 생태계 교란 어종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되었고 제조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가 큰 장벽이었다. 강 대표는 “생태계 교란 어종 배스로 강아지용 영양제를 개발했지만 큰 판매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며 “그런데 고양이가 타우린을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어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는 사실과 배스에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고농도 천연 타우린을 추출하고 이를 고양이용 영양제로 개발한 이후부터 판매가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쇼핑몰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수출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밸리스의 핵심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지정받은 다양한 어종으로 확대할 수 있어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하고 어류 가공식품이어서 수출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 서비스의 업그레이더 | 인태근(29) 아리아케어 설립자·공동대표


아리아케어는 IT 기술을 노인요양 산업에 접목해 급성장한 스타트업이다. 단순 돌봄에 국한됐던 서비스를 대형화·전문화·표준화 사업 모델로 일궜다. 현재 전국 100여 개 시설에서 한 해 3000여 명이 아리아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며, 요양서비스 거래액은 연 200억원 규모를 달성했다.

지난 2016년 중앙대 국제물류학과에 재학중이었던 22살 대학생 인태근 대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분명했기 때문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당시 국내 요양 시스템은 매우 낙후돼 있었고, 종사자 처우 문제, 노인학대, 부정수급 등 각종 문제들을 발생시키며 ‘요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 선진국들의 사례를 분석해 혁신적인 사업 모델 개발에 나섰다. 치매 어르신을 위한 치매케어, 요실금 어르신을 위한 디팬드케어,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24시 인공지능케어, 식이 섭취가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푸드케어 등을 관련 대기업들과 오픈이 노베이션을 통해 도입했다. 그리고 현재 카카오 계열사와 사업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유치해 온라인 기반의 요양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아리아케어는 사회문제 해결에도 앞장서왔다. 대학생들이 어르신들을 돌보는 청년봉사단을 운영하며, 치매인식개선 캠페인도 진행한다. 무엇보다도 창업 이후 경력단절여성을 포함해 1만여 명을 요양보호사 등으로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했다.

“노인요양 문제 해결을 위해 20대 청춘을 바쳤다”고 말하는 인 대표는 “노인요양이라는 생소한 영역에서 창업이라는 어려운 도전을 했지만 청년의 도전을 의미 있게 봐주신 보건복지부 등의 지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리아케어는 현재 해외 진출 기회도 엿보고 있다. 노인요양 문제는 해외에서도 사회적 이슈이기 때문이다. 중국 하남성의 당 지도부가 아리아케어를 방문하여 효과적인 요양시스템 구축에 대해 자문했고, 일본의 요양 관련 기업들이 아리아케어의 온라인 기반 요양 플랫폼과 각종 케어테크를 문의했다.

세계 최초 당뇨병 진단 신기술 개발 | 박예슬(29) 오렌지바이오메드 공동대표


지난 2021년 설립된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세계 최초로 적혈구 단일세포 분석을 통한 당화혈색소 측정기 개발에 성공했다.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생체지표로, 당뇨 진단에 사용되며, 합병증 예방을 위하여 2~3개월마다 꾸준히 모니터링해주어야 하는 수치다.

기존 검사 기기는 단백질 정량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유지관리가 까다롭고 마이크로리터 단위의 정확한 양을 채혈해야 하므로 전문가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변이 단백질로 인해 정확도 이슈 및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오렌지바이오메드의 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기는 최초로 단백질 시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적혈구 단일세포 분석기법을 사용하는 새로운 진단법이다. 기술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액 30억원을 넘겼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와 협력하여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 안에 미국 FDA 최종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이 기술은 10만~2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기기도 소형화했지만, 병원 수준의 높은 정확도를 확보했다. 박예슬 대표는 “단백질이 없기 때문에 장시간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고, 유지관리나 영점조절 등이 필요치 않아 전문가의 도움 없이 검사할 수 있다”며 “채혈량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어 환자 주도적인 당뇨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박 대표와 듀크대 동문인 고웅현 각자대표가 공동설립했다. 대학 4학년 때 IT 창업을 경험한 박 대표는 듀크대 MBA 재학 중 듀크대학병원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던 고 대표와 창업을 도모했고 오렌지바이오메드를 설립했다. 바이오메드는 업력은 짧지만 초기 팀원 6명이 그동안 쌓아온 도전과 경험치를 끈질긴 연구에 녹여낸 덕분에 개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첫 아이템인 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기가 성공적인 기반이 돼 두 번째, 세 번째 의료기기를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303호 (2023.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