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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소울에너지 대표 

착한 에너지로 이루는 탄소중립의 꿈 

신윤애 기자
탄소중립의 핵심 요소는 재생에너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럽, 북미 등에 비해 생산되는 재생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일조량, 바람의 양과 질이 모두 부족한 데다 국토 면적의 70%가량이 산림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불리한 환경에서 눈에 띄게 선전하는 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이 있다. 2017년 설립된 소울에너지다.

전 세계인이 힘을 모아 탄소배출량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기업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는 탈탄소 캠페인(RE100·CF100)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RE100, CF100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래도 목표는 하나다. 기후·환경 문제 개선이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에서는 순수한 재생에너지만 인정한다. CF100(Carbon Free 100%)은 무탄소 에너지원, 즉 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연료전지, 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 등을 포함한다.

“RE100, CF100. 모두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수단입니다. 도착지가 명확하니 어떤 길로 갈지를 놓고 경쟁하는 파워 게임은 불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기후·환경 문제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지난 1월 12일 중구 소울에너지 본사에서 만난 안지영 대표가 말했다. 더불어 “기후·환경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소울에너지는 ‘기후·환경 문제 개선에 보탬이 되겠다’는 포부로 2017년 설립된 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이다. 발전사업의 개발부터 건설, 운영, 보수, 전력거래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특히 발전소의 운영과 유지관리(O&M) 능력은 업계에서 국내 톱티어로 꼽힌다. 현재 소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4500개를 관리하고 있다.

소울에너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설립 7년 차 스타트업의 것이라고 보기엔 어려울 정도로 하나하나 묵직하고 그 의미가 크다. 현재 소울에너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9개 시도의 O&M 전국 직영망을 갖추고 있고, 태양광 1.2GW(사업비 약 2조원)와 육상풍력 200MW(약 6000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상풍력 발전소 4개소를 운영한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활약상도 화려하다. 영국, 호주에서 삼성SDI가 수출하는 배터리 AS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삼성 배터리의 글로벌 판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국내의 금융,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를 도입해 2GW 규모의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시작했다. 안 대표는 “투자금과 수익의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와 기대를 받고 있다”며 “올해 초 착공했고, LS일렉트릭과 소울에너지가 O&M을 맡아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기술·자본만으로 영국 ESS 시장 진출


▎소울에너지가 탄소중립 캠페인의 일환으로 발행하는 매거진 [1.5℃].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먼저 ESS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뭔가.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벌 목적보다는 선진 시장을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무작정 ‘가르쳐달라’고 하면 누가 순순히 가르쳐 주겠나. 직접 사업을 하며 배우고 싶었다. 영국의 전력시장은 실시간으로 전력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전력의 트레이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우리나라도 곧 그런 방향으로 갈 텐데 미리 능력을 쌓고 싶었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용량으로 전력을 거래하게 된다면 우리가 영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전력을 거래하게 된다.

소울에너지의 역할은 뭔가.

국내의 금융, 배터리, 기술력을 한데 모은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PM과 O&M 역할을 맡았다. 우리가 개발한 안건으로 신한자산운용이 투자와 자금 조달을 위한 펀드를 조성했고 LS일렉트릭은 EPC를 맡았다. 순수한 국내 기술과 자본만으로 해외에 진출해 대용량 ESS 사업을 진행하는 건 국내 최초다. 영국에서도 최초의 사례로 알고 있다.

스타트업치고 프로젝트와 사업 규모가 큰 편이다. 경쟁력이 뭔가.

맨파워다. 소울에너지의 엔지니어 인력은 재생에너지 개발사업, 발전소를 관리하는 O&M, ESS에 특화된 배터리 기술 등 크게 세 분야로 구성돼 있다. 공기업과 대기업에서 일하던 핵심 인력들이 우리 회사에 많이 왔다. 스카우트한 게 아니라 대부분 파트너로 함께 일하다가 우리 회사의 철학에 공감한다며 자진해서 입사했다. 업계 에이스들이 모여 있다고 자부한다.

소울에너지가 하는 일을 자세히 소개해달라.

크게 세 개 축으로 움직인다. 첫째,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그 발전원을 직접 운영한다. 둘째,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적용한다. 마지막으로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를 준비하기 위해 핵심기술인 ESS 관련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요즘 VPP가 화제다.

한국에서는 아직 VPP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쉽게 설명하자면, 건물에 ESS를 부착해 태양광 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저장했다가 가격이 비쌀 때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가격이 저렴할 땐 팔지 않고 그리드의 전력을 공급받아 쓰면 된다. 개인이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프로슈머가 되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분산 자원이 많아질수록 전력 시장은 힘들어진다. 오랫동안 굳어 있던 시스템이 무너지며 혼란이 야기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20% 이상일 때 VPP를 발동해야만 한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7%가량 되는데, 10%만 돼도 VPP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조만간 그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 예상한다.

*테슬라는 2018년 호주 남부에서 가정용 태양광 패널로 개발한 ‘파워월’이라는 ESS를 설치했다. 2021년 여름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력이 부족한 긴급 상황에 가정 소유의 ESS에 저장된 전력을 그리드로 공급하면 kWh당 2달러를 주는 베타 서비스를 론칭했다.

VPP에 대한 준비는.

VPP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통합적인 전력관리 프로그램, 다시 말해 ESS 운영 능력이다. 시장 흐름을 예측하고 소비자들의 전력 소비 패턴을 파악해 이에 맞는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기존 전력원에 대한 이해도와 운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소울에너지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기존 전력원인 발전소를 직접 운영 중이다.

4300개 발전소를 직접 관리하는데, 여기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나온다. 축적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발전소는 예상치 못한 장애로 가동이 정지되는 등 이벤트가 자주 발생한다. 발전소가 멈추면 실시간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원인을 분석하고 복구해야 한다.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이벤트를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자세히 소개하자면, ‘소울메이트’는 전국의 태양광발전소를 동일한 관리 품질을 유지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통합 중앙관제 시스템이다. 다양한 발전 기자재의 에러와 경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현장의 엔지니어가 빠르게 판단하도록 도와준다. 또 주기적으로 시설 점검과 문제점 분석을 실시해 발전소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수명을 늘려준다. ‘옥토(OCTO)’라는 사업주를 위한 발전소 자산 관리 서비스도 있다. 소울메이트와 연동해 자신이 소유한 발전소의 현황 정보를 쉽고 편하게 받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개발 자체가 어렵지 않나.

그렇다. 국토 70%가량이 산지인 데다 아파트가 많고 분산 자원을 깔 수 있는 건물이 많지 않아 최악의 요건이라고 보면 된다.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는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주민들과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사업을 개발하는 능력에 강점이 있다. 대관, 대민의 영역으로 접근하지 않고, 농촌과 어촌이 발전소를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설득한다. 또 엔지니어링과 파이낸스를 연결해 발전소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데 또 다른 문제점은.

현재 국내외에서 기업들의 ESG 공시 의무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은 2025년까지, 코스피 상장사는 2030년부터 의무공시를 하도록 했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컨설팅을 진행해보니 대기업조차도 자사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전용 SaaS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특히 제조기업들은 준비가 더욱 미흡했다. 그래서 지난해 말 탄소회계 서비스 개발사 ‘엔츠’와 탄소배출량 진단 서비스 MOU를 체결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우선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의 로드맵을 어떻게 짜고 있나.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들을 제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네트제로(Net Zero)를 달성하려는 기업들에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행되는 탄소크레디트(탄소상쇄배출권)를 확보해 제공할 생각이다. 현재 네트제로를 선언한 국내 대기업 중에는 이미 해외 크레디트를 구매한 곳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의 탄소중립 사업에 투자할 재원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직 국내는 인증 체계와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데, 산림청과 그 밖에 인증기관을 준비하는 예비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시장을 조성해볼 생각이다.

2026년 IGW 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영 목표

올해 주안점을 두는 사업은.

초기 2년은 ‘해나눔펀드 사업’에 집중해 국내 최초로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ESS 연계형 발전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우리의 역량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올해는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들의 진척률을 40% 정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2026년부터는 약 1GW 규모의 자사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ESS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지난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처음부터 투자 라운딩으로 생존하는 회사가 아니라 정상적인 영업행위로 수익을 내길 바랐기 때문에 최대한 투자를 보류했는데, 지난해 드디어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우리의 경쟁력을 알아봐 준 투자자가 있었다. 기업가치를 1000억원으로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했다. 지금은 2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열정을 쏟게 된 배경이 뭔가.

에너지 관련 업계에 15년 정도 몸담았다. 컨설팅, 창업 등을 하며 여러 위치에서 경험을 쌓았다. 업계 사람들이 하나같이 결국엔 에너지가 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일본이 원전사고 이후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때 에너지로 어떻게 금융상품을 만들고 참여를 유도하는지, 어떻게 에너지전환 정책을 활용하는지 등을 배웠다. 인프라 사업은 근간을 만든다는 매력이 있지만 그만큼 무겁고 딱딱한 분야다. 게다가 모든 게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흔한 고객, 서비스란 말도 쓰지 않는다. 큰돈이 움직이는 이 시장에 어떻게 고객, 서비스가 없을 수 있겠나. 게다가 전력시장이 개방돼 개개인이 프로슈머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개인, 기업,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 하고 관계 지향적이 돼야 한다. 획일적인 것을 다양하게, 일방적인 것을 쌍방으로, 기술 중심을 서비스 중심으로, 즉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었다. 기업의 탄소중립에 그치지 않고 일반 대중에게 기후변화와 실질적인 탄소중립 실천 방안을 알리려고 한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인 ‘1.5도씨’의 일환으로 국민참여탄소중립펀드를 혁신금융으로 진행하고 있다.

[1.5℃]라는 매거진도 발행한다.

예전의 ‘금 모으기 운동’처럼 단순히 순수한 목적성을 띤 참여는 요즘 세상에 기대하기 어렵다. 명확한 논리, 배경지식, 무브먼트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매거진을 선택했다. 2021년 9월부터 계간지로 만들고 있다. 매 호 주제를 정해 기후위기 이슈를 담아내는데, 지금까지 에너지전환, 전기자동차, 바다 등을 주제로 다루었다. 360쪽 내외 분량으로 2000권가량 인쇄해 공공도서관과 학교에는 무상으로 공급한다. 독자 중에서 지구환경문제에 변혁을 일으킬 대단한 환경학자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정신적으로 작은 영향력이라도 미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소울에너지의 목적과 비전이 명확해 보인다.

회사는 재화를 버는 것만으로 가치와 수익을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상품과 프로젝트는 계속 바뀌지만 회사의 비전과 철학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정체성은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기업이다. 기자재를 유통하고 판매하는 업체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기업인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에너지 기업들은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소울에너지의 미래는.

소울에너지의 목표는 하나다. 탄소중립 실현에 크게 기여하고 싶다. 각자의 사정으로 아직 준비하지 못한 기업들이 탄소배출 관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탄소감축 이행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해 배출량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 우리의 철학이 지속돼 100년, 200년 후에도 기억되는 ‘좋은’ 에너지 기업이 되고 싶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김동하 객원기자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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