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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코올의 매력 

 

애슬레틱 브루잉의 빌 슈펠트와 존 워커는 맥주 애호가들조차 만족할 만큼 맛있는 무알코올 맥주를 만든다. 이제 6년 차인 이 스타트업은 약 5억 달러 가치를 평가받으며 투자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지난 1월의 어느 음울한 수요일, 애슬레틱 브루잉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빌 슈펠트는 미국 코네티컷주 밀포드에 새로 마련한 1만4000㎢ 규모 양조장의 컨베이어벨트에서 황금빛 에일이 든 노란 캔을 집어들고 열었다. 아침 10시였다. 개입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슈펠트(39)와 공동 설립자 존 워커(42)는 소리 소문 없이 맥주 양조를 시작해서 미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었다. 대체로 밋밋하고 흐릿한 무알코올 맥주는 오랜 세월 동안 양조업체에서 디카페인 커피나 콩고기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애슬레틱 브루잉은 홉 향이 풍부한 IPA, 맛이 진한 에일과 포터 맥주 등 크래프트 맥주의 맛과 느낌을 갖췄으면서도 호밀빵 한 조각보다 알코올이 덜 함유된 맥주를 만들어 그런 낙인을 없애고 있다. 6개들이 1팩의 가격은 약 10달러다. 과거 헤지펀드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시장에 더 집중하기 위해 술을 끊었던 슈펠트는 “인간은 5000년 이상 맥주를 마셔왔다”며 “나는 맥주도 좋아하고 음식도 좋아한다. 현대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맥주가 없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술을 즐기는 수백만 명의 인구도 똑같이 느낄 것이라고 본다. 슈펠트와 워커는 2017년에 가정용 양조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얼라이언스 컨슈머 그로스, TRB 어드바이저스, 테이스트메이커 캐피털 등에서 무려 1억735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2022년 가을에는 127억 달러 매출 규모의 음료업계 대기업 큐리그 닥터 페퍼가 5억 달러를 약간 밑도는 가치평가로 5000만 달러의 소수 지분을 인수했다. 나오미 오사카, J. J. 와트, 칼리 클로스, 톰스 슈즈의 설립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등 유명 인사들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모모후쿠를 설립한 셰프 데이비드 장은 “나는 무알코올 맥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알코올이 없어서가 아니라 맛이 없어서였다”며 “애슬레틱이 고정관념, 음식의 금기 중 하나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 애슬레틱에 투자하고 이 회사 맥주를 자신의 음식점에 들여놓기로 했다.

기존 미국 맥주 판매량이 수년간 비교적 횡보했지만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닐센IQ에 따르면 이 시장의 총매출은 2021년 여름부터 2022년 여름 사이에 20% 증가해 3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애슬레틱이 눈에 띈다. 애슬레틱의 2022년 매출은 2021년 3700만 달러 대비 거의 70% 증가해 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시장 리더는 미국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하이네켄 0.0이다). 큐리그 닥터 페퍼의 전략 부문 대표인 저스틴 휘트모어는 “알코올을 즐기지만 건강과 맛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한 자릿수 매출이 평균인 업계에서 약 8배나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아직 1000억 달러 규모인 미국 맥주시장에서 불과 0.33%를 차지할 정도로 작지만, 업계 거물들은 이 수치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73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 앤호이저부시 인베브는 무알코올·저알코올 맥주 시장 매출을 2025년까지 글로벌 맥주 매출의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린위치 캐피털 그룹의 요식점 투자 팀장인 앤드루 딕코는 “이를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적용해보면 미국에서만 수백억 달러 규모”라며 “그렇게 성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과 소셜미디어의 부상은 건강과 몸매에 대한 미국인들의 집착을 한층 강화했다. 맥킨지는 소비자가 깨끗한 제품, 영양가 높은 음식, 개선된 수면과 더 나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추구함에 따라 건강 제품·서비스가 4500억 달러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마초가 합법화된 세상에서 자라난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술을 덜 마신다. 음료 시장 조사업체 CGA에 따르면 2022년에는 미국 음주 애호가 3분의 1 이상이 1월 한 달 동안 술을 마시지 않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 캠페인에 참여했다. 기업들은 목테일(Mocktail, 무알코올 칵테일) , 무알코올 와인, CBD(대마 성분) 탄산수 등 대체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럼에도 무알코올 맥주가 ‘무해한’ 음료 시장의 85%를 차지한다. 슈퍼모델이자 기업가인 칼리 클로스는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분위기를 즐기고 음주 욕구도 채울 수 있다”며 “성장할 여지가 많다. 특히 여성 소비자에게 그렇다. 임신·수유 중인 여성뿐 아니라 건강한 대안을 찾는 여성들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말했다. 클로스는 임신했을 때 애슬레틱 맥주를 처음 마셔본 뒤 이 회사에 투자했다.

슈펠트는 금주법 시대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다. 고객 80%는 알코올 음료를 마시지만, 슈펠트는 보통 물, 탄산음료, 아이스티를 마실 법한 상황에 맥주를 끼워 넣을 기회가 있다고 본다. 평일 점심 식사, 운동 후의 음료, 자동차 여행 등이 그렇다. 많은 고객이 애슬레틱과 일반 주류를 같이 마시며 알코올 섭취량을 조절하고 폭음하거나 살찌우는 일 없이 즐겁게 밤을 보낸다. 크래프트 맥주는 354ml당 200kcal 정도지만 애슬레틱의 런와일드 IPA는 65kcal다(앤호이저부시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시한 도수 4.2% 알코올 맥주 미켈롭 울트라는 95kcal). 슈펠트는 “사람들은 내 면전에서 ‘난 안 마실 거예요, 난 취하는 게 좋거든요’라며 비웃는다. 그러면 나는 ‘괜찮아요, 이건 새로운 평일용 맥주거든요. 얼마든지 비웃어도 좋으니 일단 마셔만 보세요’라고 한다”고 말했다.

슈펠트는 월스트리트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사는 코네티컷주 대리엔에서 자랐고, 미들버리 칼리지에서 미식축구를 했다. 슈펠트는 “생각하지도 못한 금융 분야의 경력을 얻게 됐다”며 “기업가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2005년 슈펠트는 경제학 학위를 받고 졸업하여 저지시티의 나이트 캐피털에서 의료 관련 주식을 거래했다. 나중에는 차터드 파이낸셜 애널리스트가 되었다가 억만장자 스티브 코언의 헤지펀드 포인트72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었지만 사람을 만날 기회도 많았다. 슈펠트는 일주일에 4번씩 저녁 모임에 나갔고 주말에는 바비큐 파티, 총각 파티, 결혼식에 참석했다. 슈펠트는 “생활 방식을 위해 술을 끊었다. 나는 몸매 관리와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었다”며 “하지만 술을 끊자마자 완전히 외부인이 된 느낌이었다.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교 모임에서는 손에 술을 들고 있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2015년 아내 재키와 함께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갔을 때 슈펠트는 무알코올 크래프트 맥주가 없다는 사실에 탄식했다. 슈펠트는 “아내가 내 어깨를 잡으면서 ‘당신이 직접 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돌이켰다.

그 후 2년 동안 슈펠트는 밤마다 양조를 연구하고, 사업 계획서를 쓰고, 자신과 함께 일할 양조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슈펠트는 “사람들은 무알코올 맥주 양조장을 만드는 내가 미쳤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슈펠트는 온라인 양조 포럼에서 향후 공동 설립자가 될 존 워커를 만났다. 워커는 “슈펠트는 ‘가장 혁신적인 크래프트 맥주 부문’이라며 약간 투명하지 않은 구인 광고를 올렸다”고 말했다. 워커 또한 코네티컷주에서 자랐으며 그곳에서 매디슨에 있는 가족의 음식점 사업을 돕다가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있는 세컨드 스트리트 브루어리의 총괄 양조자가 됐다. 워커는 “전화를 했더니 슈펠트가 ‘끊지 말고 들어보세요. 무알코올 맥주예요’라고 말했다”고 돌이켰다.

새로운 도전과 코네티컷으로 돌아갈 기회에 구미가 당긴 워커는 짐을 싸서 가족들과 동쪽으로 향했다. 슈펠트의 월스트리트 인맥을 통해 친구와 에인절 투자자들로부터 300만 달러를 투자받고 코네티컷주 스트랫포드에 930㎢ 규모의 작은 양조장을 지은 뒤 실험을 시작했다.

양조업자들은 이전까지 보통 맥주를 조리하거나 거르는 절차에서 알코올을 제거하여 무알코올 맥주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풍미도 함께 제거됐다. 슈펠트와 워커는 다르게 접근했다. 곡물, 당, 온도, pH 수준을 조절해서 풍미가 뛰어나면서 알코올은 적은 맥주를 만들었다. 6개월 뒤 60번이 넘는 발효 실험 끝에 워커는 애슬레틱의 업사이드 돈 골든 에일을 만들어냈다. 2018년까지 현지 소매업체에 홍보를 하러 다니면서 코네티컷주의 식료품 유통업체 홀푸즈 여러 곳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슈펠트는 주말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철인3종경기와 하프 마라톤 대회를 돌아다니며 샘플을 뿌렸다. 슈펠트는 “우리의 시장 진입 전략은 동네 마라톤 대회와 철인3종경기의 결승선에 아이스박스를 가져다놓고 샘플 수백 개를 배포하는 것이었다”며 홍보를 시작한 “첫 여름에 아마 1만 명은 샘플을 맛봤을 것이며, 그로 인해 광범위한 팬 커뮤니티가 생겼다”고 말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8년 말 슈펠트와 워커는 소매업체 토털와인과 첫 전국 계약을 따낸 뒤 맥주 5만 달러어치로 트럭을 가득 채웠다가 캔 몇 개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애슬레틱의 맥주는 천연 보존제인 알코올의 함량이 낮기 때문에 미생물이 하나만 잘못 들어가도 맛이 변한다. 워커는 “전국 체인점에 들어가는데 하나라도 잘못되면 영원히 끝장난다. 부문 자체가 박살 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들은 맥주를 버리고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현금을 받아서 품질관리를 위한 터널 살균 기계에 100만 달러 이상을 들였다.

새뮤얼 애덤스, 라구니타스, 브룩클린 브루어리 등 기존 크래프트 브랜드도 무알코올 열풍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애슬레틱의 우위는 견고하다. 2022년 미국 무알코올 맥주 판매량의 20%를 애슬레틱이 차지했다. 지금까지는 수요만큼 맥주를 생산할 수가 없었지만 슈펠트는 투자받은 자금을 두 양조장(샌디에이고 양조장과 코네티컷의 새 시설)에 투자해서 곧 1년에 6만5000배럴(약 2억1500만 캔)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매출 대부분은 거대 체인인 홀푸즈와 토털와인 등 식료품점과 주류 판매점에서 나온다. 음식점과 바 3만여 개에도 납품한다.

디지털 판매 규모도 크다. 애슬레틱 맥주는 알코올 함유량이 0.5% 미만이기 때문에 복잡한 주세법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에게 직접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슈펠트는 “전자상거래 산업은 알아서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소비자와 방대한 데이터 세트로 커뮤니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애슬레틱은 고객에게 새 맥주, 특별 판매, 독점적인 맛과 회사의 사업(사회적 기업 인증인 B코프 인증을 받은 애슬레틱은 매출의 2%를 하이킹 트레일에 기부한다)을 이메일로 전달할 수 있다.

데이터는 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된다. 2020년에 애슬레틱은 샌디에이고 양조장을 볼래스트 포인트로부터 인수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서부 해안 고객의 높은 집중도가 통계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전자상거래는 애슬레틱이 새 맥주(블루베리 IPA, 쓴맛이 강조된 제품 등)를 대량생산 하기에 앞서 저렴하면서도 쉽게 테스트하고 고객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슈펠트는 “우리는 고객에게서 직접 피드백을 받고 새 제품을 소매업자에게 보내기 전에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양조장을 완전히 가동하는 애슬레틱은 더 많은 전국 식료품점, 대형 유통점, 주류 판매 체인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장할 여지가 많다. 슈펠트는 애슬레틱이 맥주 판매 허가를 받은 미국 소매업체의 15%에만 공급된다고 말했다. 그린위치 캐피털의 앤드루 딕코는 “슈펠트의 경쟁우위는 막대한 자본”이라며 “무알코올 맥주 사업을 하는 크래프트 업계의 그 누구도 슈펠트의 마케팅과 광고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애슬레틱은 지금까지 맥주가 진출하지 못한 곳도 노리고 있다. 편의점, 카페, 조제 식품 판매점, 심지어 자판기도 포함된다. 슈펠트는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곳에 막대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 1분에 450캔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코네티컷 주 밀포드의 신규 양조장에서 애슬레틱 공동 설립자 빌 슈펠트(왼쪽)와 존 워커.

※ How To Play It

건강한 생활 방식의 유행에서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는 보조 식품 판매업체 스론 헬스테크를 고려해볼 만하다. 규모는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회사는 독점 건강 데이터베이스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조제를 맞춤 제공한다. 이 회사의 보조제 상당수에는 니코틴아미드 리보사이드가 함유되어 있는데, 비타민 B3의 일종인 이 성분이 건강한 노화에 도움을 준다고 스론 측은 믿고 있다. 가짜 과학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아주 훌륭한 비즈니스다. 500만 명이 넘는 고객, 전문 운동선수 수천 명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프로 스포츠 및 미국 국가대표 팀이 이 회사 보조제를 사용한다. 이 회사는 부채보다 현금을 훨씬 많이 들고 있으며, 주가는 수익에 비해 7배나 저렴하다.

- 윤태식은 포브스 특수 상황 조사 및 포브스 인베스터 편집자다.

죄를 사해주는 제품들

죄스러운 즐거움을 죄책감 없이 즐기려는 수요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유해 요소가 빠진 제품의 간략한 역사를 소개한다.

1896: 시리얼계의 거물 존 켈로그는 땅콩으로 만든 미국 최초의 상용 대체 고기 너토즈를 만들었다.

1905: 독일 루드비히 로젤리우스는 커피 콩을 벤젠으로 처리해서 최초의 인스턴트 디카페인 커피 잔카를 만들었다. 1993년 잔카는 미국 인스턴트커피 업계에서 5위를 차지했으며, 슈퍼마켓 매출은 4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952: 미국 최초의 무가당 0 탄산음료인 노캘이 출시됐다. 당뇨 환자와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마케팅된 이 브랜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다이어트 펩시와 코카콜라의 탭에 밀려 김이 빠졌다.

1989: 필립 모리스가 넥스트(Next, ‘니코틴 추출’의 약자) 담배를 출시했다. 약간의 니코틴이 들어 있던 이 담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단종됐다.

- STEVEN BERTONI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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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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