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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으로 기후변화를 막아라 

 

전통적 방식의 핵분열 원자력 발전이야말로 화석연료를 몰아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브렛 쿠겔마스에게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제작이 가능한 초소형 원자로 1만 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가 복잡한 미국은 피해 갈 생각이다.
휴스턴에서 서쪽으로 1시간 정도 가다 보면 교외 주택가를 지나 소가 풀을 뜯는 목축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멕시코만에 설치할 정유·시추 플랫폼 장비를 제작하는 브이가스(VGas LLC)의 공업용 작업장이 있다. “이곳에서 고온·고압에서도 견딜 수 있는 부품 모듈화 작업을 지난 수십 년간 진행해왔습니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라스트 에너지(Last Energy) 창업자이자 CEO인 브렛 쿠겔마스(Bret Kugelmass, 36세)가 말했다. 그는 화석연료 대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줄 소형 모듈핵분열 원자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 위해 브이가스를 선택했다.

쿠겔마스가 오픈소스에서 가져와 구성한 도안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브이가스는 규격 제품을 가져와 소형 경수 원자로에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조립했고, 이를 선적 컨테이너 안에 넣을 수 있는 모듈 9개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전체 모듈을 접합하는 데는 단 이틀이 걸렸다.

이번에 제작한 프로토타입은 실제 구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 75톤 무게로 제작된 원자로 압력 용기는 단면을 잘라 내부를 드러내고 있다. 농축우라늄 펠릿으로 채운 표준 핵연료집합체의 지르코늄 핵연료봉이 어떤 방식으로 내부에 안착되어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새로운 화학작용이나 물리법칙을 시연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쿠겔마스가 강조했다. “혁신의 핵심은 원자력발전소의 구현 방식을 바꾼 데 있습니다. 포장지를 바꾸었을 뿐이죠.”

그러니까 기존 핵분열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말이다. 우라늄 원자를 쪼개서 에너지를 얻는, 수십 년도 더 된 기술이다. 수소 원자를 융합하는 반대의 방식도 있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핵융합은 융합을 유도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융합으로 얻는 에너지보다 많다는 비효율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수십 년간 답보 상태에 있었다. 최근 개발된 기술로 가능성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펼치더라도 기술이 상용화 수준으로 발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핵분열 기술이 좀 더 쉬운 대안을 제공한다. 미국 규제당국을 피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쿠겔마스는 발전소 설립 부지를 알아볼 때부터 미국을 배제했고, 20㎿급 원자로를 처음 설립할 곳으로 폴란드를 선택했다. 2025년까지 완공해서 바로 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이다.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끊긴 이후 발전의 70%를 화석연료에서 얻고 있는 폴란드는 쿠겔마스가 제작한 원자로 10기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장기 구매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원자로 1기마다 1억 달러가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원자로는 라스트 에너지에서 운용해야 하며, 초과 비용은 모두 라스트 에너지가 감당해야 한다.

쿠겔마스는 전 세계에 초소형 원자로 1만 기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모집한 투자금이라고는 2400만 달러가 전부인 업계 신입이 내세운 목표치고는 아주 대단한 꿈이다. 그래도 ‘뭘 좀 아는’ 전문가에게서 투자를 받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2100만 달러가 들어온 투자라운드 주관사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기가펀드였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에 누구보다 먼저 투자한 루크 노섹(Luke Nosek)이 대표로 있는 투자사다.

쿠겔마스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로봇 만들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롱아일랜드 출신 소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25살이 된 2012년에 보험사 의뢰를 받아 고정익 드론을 날려 건물 수백만 채의 지붕을 점검해 폭풍이 닥쳤을 때 위험도를 평가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에어프레임(Airphrame)으로 명명한 이 사업으로 그는 총 580만 달러 투자를 받았고, 2017년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해결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원자력발전을 다음 목표로 삼아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컬럼비아대학 국제기후·사회연구소(International Research Institute for Climate and Society) 연구 결과에 따라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 트릴레마(energy trilemma)’를 모두 충족하는 해결책으로는 원자력이 유일했다. 풍력과 태양에너지의 경우 발전 단위 당 필요한 재료의 양이 원자력보다 10배는 더 많다고 코웬앤코(Cowen &Co.)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마크 비안키가 말했다. 게다가 이들 재생가능 에너지는 부지를 확보할 때마다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주민 반발이 극심해 규모를 키우기가 아주 어렵다.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풍력·태양에너지 발전단지 면적을 모두 합하면 텍사스주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데, 여기에서 발전된 에너지는 글로벌 전기에너지 사용량의 5%밖에 되지 않는다. 쿠겔마스가 제안한 초소형 원자로 1기에서 나오는 20㎿를 발전하려면 태양광 패널은 600에이커의 땅이 필요하고, 풍력 터빈은 4000에이커가 필요하다.

쿠겔마스는 원자력에 대해 초보 수준이었던 2018년, 팟캐스트 [원자력의 거인들(Titans of Nuclear)]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식을 쌓았다. 현재 이 팟캐스트에는 에피소드 400개가 쌓여 있다. 그는 발전용량을 늘리는 데 어떤 장벽이 있는지 연구한 후에 지나치게 복잡하고 과도한 규제가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문제도 있다.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구축할 때 거금이 든다는 점이다. 쿠겔마스는 원자력발전소가 투자를 받고 건설되는 과정에서 지급되는 왜곡된 유인책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발전업체는 비용 초과에 대한 책임을 거의 지지 않는다. 전기요금을 인상해서 비용을 충당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규제에 따라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이들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 그래서 쿠겔마스는 풍력과 태양에너지의 자금조달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라스트 에너지가 책임지고 발전소 건립을 완공하면 발전소에 대한 권리는 그대로 라스트 에너지에 귀속되고, 폴란드 정부와 진행했던 장기계약과 동일한 계약을 체결해 이를 근거로 대규모 자본을 차입하는 방식이다. 폴란드 발전소 프로젝트에서 라스트 에너지는 약 10억 달러를 대출할 수 있게 됐다.

차세대 소형 원자로 구축을 목표로 내세운 스타트업은 라스트 에너지만이 아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함께 세운 합작사 테라파워(TerraPower)는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와이오밍에 345㎿급 원자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차 냉각 계통으로 용융염을 사용하는 새로운 형식의 원자로다. 연방 보조금 20억 달러를 받았지만, 수년간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비용은 40억 달러를 훌쩍 넘긴 상태다.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의 지원을 받아 스팩 상장을 앞두고 있는 엑스-에너지(X-energy)는 우라늄 옥시카바이드를 연료로 사용해 노심 용융을 원천 차단하는 320㎿급 원자로를 개발했다. 규제당국 심사에서 좋은 결과를 받을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초소형 원자력발전소 개발사로 가장 먼저 증시 상장에 성공한 누스케일 에너지(NuScale Energy)는 10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난 1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50㎿급 원자로 설계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첫 발전소 완공은 203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처럼 최신 기술도 아니고 기존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 라스트 에너지는 수십 년간 원자력발전소의 발목을 잡았던 안전문제(확실한 근거 여부는 논외로 하자)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고 있을까? 쿠겔마스는 다중으로 설치된 냉각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설사 이 냉각 메커니즘이 모두 실패한다 해도 550톤 철강 케이스가 지하에 위치한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한, 노심용융이라는 지극히 가능성 낮은 사고가 발생해도 핵연료와 과도한 열을 모두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다발을 제거한 후 콘크리트와 철강으로 만든 외부 보관통에 보관하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라스트 에너지는 6년 주기로 연료가 미리 장착된 새로운 원자로 모듈을 가져와 통째로 교체한다. 또 기존 노심은 발전소가 완전히 해체될 때까지 열을 식힌 상태로 안전하게 지하에 보관한다. 연료봉만 교체하지 않고 원자로 모듈 전체를 교체하는 건 낭비로 보일 수도 있지만, 후자의 방법이 오히려 이후 과정의 복잡성을 없애준다. “운용상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경제성을 위해 비효율성을 일정 부분 받아들였습니다.” 쿠겔마스가 말했다. “다른 방법을 택했다면 다시 문제의 시작점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그린 드림 - 라스트 에너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발전소를 꿈꾼다. 원자로 노심은 안전하게 지하로 들어가고, 높이 치솟은 냉각탑 대신 대칭형으로 구성된 팬과 증기터빈이 설치된다. 20㎿ 단위당 필요한 부지 면적은 1에이커밖에 되지 않는다.

※ How To Play It

초소형 원자로는 원자력발전의 미래다. 이 트렌드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종목으로는 카메코(Cameco)가 있다. 서스캐처원에 본사를 둔 우라늄 생산업체로, 세계 최대 우라늄 광산 중 일부를 보유한 회사다. 원자력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우라늄 235(U-235)가 필요하다. U-235는 현재 모든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 중인 분열 가능한 우라늄 물질이다. IA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구에서는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기업 및 정부는 소형 모듈 원자로를 비롯한 첨단 원자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런 시장 흐름은 결국 우라늄 수요를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카메코 주가는 향후 12개월 안에 34.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 현재 27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으므로 상승 여력은 28%다.

- 존 마크맨은 마크맨 캐피털 인사이트 사장이자 패스트 포워드 인베스팅 편집자다.

※ The Vault 금속 탐지기

냉전이 막 시작될 무렵, 미 정부는 우라늄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얼마든지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 1948년 미 정부는 우라늄 1파운드당 최소 1.50달러(현재 가치로 19달러)를 지불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그러자 미국인들은 대박을 치기 위해 너나없이 ‘우라늄 러시’에 뛰어들었다.

정부 또는 기업 소속 지리학자 200여 명이 콜로라도고원에서 우라늄을 찾아다니는 동안, 아마추어 수백 명은 곡괭이와 삽, 가이거 계수기를 챙겨 들고 미국 땅을 헤집고 다녔다. 이들과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에 들뜬 다른 국민 수천 명을 위해 미국 원자력위원회는 128쪽 분량의 『우라늄 탐사 지침서』를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제작했다. 이 지침서는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우라늄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지 알려줬다. 황동색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우라늄의 화학적 정보부터 가치까지, 우라늄 광석에 관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고 도표와 부록 자료에 ‘방사선 탐지 도구’를 쓰는 방법까지 실어 설명해준다. - 포브스 1953년 8월 1일 자 기사

- CHRISTOPHER HELMA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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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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