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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심판의 날 

 

광란의 펀딩은 끝났다. 한때 유망했던 금융 스타트업 십여 곳이 이젠 적은 고객 수와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 대다수에게는 합병 또는 폐업만 남았다.
지난 11월 15일, 구매자의 전액 현금 지불을 지원하여 ‘망가진’ 주택 구매 시장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던 설립 5년 차 핀테크 기업 리본홈의 공동 설립자들은 전 직원에게 불길하고 수수께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그 이메일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한 시기 속에서 우리는 고객이나 금융 담당이 아닌 직원들에게 업무 대신 자기 관리를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마음 내키는 활동을 할 것을 요청한다.”

6일 뒤 뉴욕시에 자리한 리본은 직원 85%(190명)를 해고하고 직원에게 약속했던 퇴직금을 6주 치가 아닌 1주 치로 삭감했다. 현재 직원이 30명도 남지 않은 이 회사는 최근 모든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리본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9월, 팬데믹으로 인한 주택 구매 열풍 속에서 베인 캐피털, 그레이록 등 벤처 투자사는 이 스타트업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기업가치를 5억 달러로 평가했다. 그 돈은 폭발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될 예정이었다. 회사는 “연간 100억 달러 규모의 주택 거래”를 예상했고 직원은 360명으로 늘었다.

돈이 쉽게 들어오던 날은 지났다. 주택담보대출 이율은 2021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하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전액 현금 지불 수요도 줄었다. 수익성을 확보할 길이 없었던 리본은 지속적인 외부 펀딩에 크게 의존했다. 예금으로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기존 은행과 달리 리본은 고객의 현금 지불에 자금을 댈 월스트리트 업체들이 있어야 했다. 리본의 주요 자금 제공 업체였던 골드만삭스와 워터폴 에셋 매니지먼트는 펀딩을 중단했다. 리본이 더는 대출 요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본 측은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한때 유망했던 여러 핀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리본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자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망가진 사업 모델은 새 현금을 끌어올 수가 없다. 문제가 생긴 핀테크 기업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회사를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 한 핀테크 업체 임원은 “벤처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있는 모든 기업이 매물’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핀테크는 금융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IT 스타트업을 폭넓게 이르는 용어다. 이 새로운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 10년간 설립됐다. 낡은 은행, 보험사, 신용카드사를 휘황찬란한 기술로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벤처 투자사는 이 부문에 돈을 넣지 못해 안달이었다. 2021년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핀테크 부문은 펀딩 라운드 5474건에서 14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3년 동안의 투자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다. 주식 공개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이 공개를 단행했다. S&P 글로벌시장 정보 보고서는 2020년과 2021년에 28개 핀테크 IPO로 100억 달러의 자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어펌(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지불하는 대출), 마케타(최신식 결제 처리), 업스타트(AI 심사 대출) 등 여러 기업에서 새로운 억만장자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IPO 시장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핀테크 주가가 고점 대비 60% 가까이 낮아지면서 벤처 투자자와 은행업자들은 자금줄을 틀어막았다. 신규 투자뿐 아니라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의 추가 펀딩도 중단됐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핀테크 펀딩은 지난해 4분기에 11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 핀테크 임원은 “벤처 투자자들은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가격이 얼마든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베러 투머로 벤처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총괄 파트너인 실 모놋은 “올해 문을 닫는 곳이 많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스턴 소재 벤처기업인 재뉴어리 벤처스가 지난가을 초기 단계 스타트업 45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1%가 1년 운영비에도 못 미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포브스는 한 달에 걸친 조사에서 CB인사이트와 피치북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마지막 펀딩 라운드 이후 최소 18개월이 지난 핀테크 스타트업 200개 이상을 살펴봤다. 그런 다음 내부자, 투자자, 은행업자, 애널리스트, 핀테크 설립자에게 연락하여 현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검증되지 않고 수익성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의 목록을 추렸다. 상당수가 대규모 해고 등 위기의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또 비교적 최근에 투자를 받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핀테크들도 찾아냈다. 포브스가 선정한 25개 좀비 핀테크(169쪽 표 참조)는 총투자금 75억 달러를 빨아들였고 최근 가치는 최대 25억 달러에 달한다. 그중 상당수는 인수되거나 사라질 운명이다.

모건 스탠리에서 핀테크 부문 투자은행 사업을 이끄는 지가 파텔은 “수면 아래에서 수많은 인수합병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온라인 은행이다. 낡은 은행들을 타파하겠다는 이 업체들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직불카드, 신용카드, 소규모 대출 등 기본적인 소비자 은행 업무를 핸드폰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앱들은 서류 업무를 최소화하고, 수수료를 낮추고, 대면 만남을 줄였다. 팬데믹 도중 수백만 명이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소규모 대출을 받으면서 차임, 커런트, 베이로 등 온라인 은행들은 막대한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이후 47개 온라인 은행이 벤처 투자사에서 총 7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설립 4년 차인 스텝은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있는 온라인 은행으로, 십대를 위한 예금 계좌, 신용카드, 암호자산 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1년에는 IT 투자자 코아투, 결제 대기업 스트라이프, 배우 윌 스미스 등에게 투자를 받고 9억2000만 달러로 가치평가를 받았다. 그해 말 이 회사는 고객 270만 명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 내부 정보를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연 매출은 몇백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텝의 마지막 펀딩은 거의 2년 전인 2021년 4월에 이뤄졌으며, 당시 1억 달러 투자를 받았다. 그 투자금이 아직도 회수되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직원 20%를 해고했지만 CEO인 CJ 맥도널드는 이 해고를 성과에 기반한 것이라고 포장했다. 또 회사 매출이 2021년에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주장했지만 증거를 제시해달라는 포브스의 요청을 묵살했다.

또 다른 온라인 은행인 애스퍼레이션은 2014년에 기후 친화적인 은행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직불카드 사용 금액을 달러 단위로 반올림하고 그만큼 나무 심기에 기부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했으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올랜도 블룸 등 배우들에게서 투자를 받았다. 앱토피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월간 앱 다운로드 수는 2021년 4분기 4만 건에서 2022년 4분기 3만5000건으로 줄었다. 지난 10월에는 이 적자 회사의 가치를 23억 달러로 평가하고 현금 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던 SPAC 계약이 지연되며서 CEO가 사임했다. 애스퍼레이션은 최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탄소 크레디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했으며, SPAC 합병과 IPO 기한은 2023년 3월 31일로 연장됐다.

한 은행 임원은 “온라인 은행은 10년 동안 도전하면서 상상을 넘어 오랜 기간 살아남았다”며 “그중 어떤 업체도 지속가능한 재정을 확립하지 못했다. 브랜드는 구축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유료 검색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비용이 너무 높다. 대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은 정말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큰 난관이 있다. 온라인 은행은 실제 은행이 아니다. 은행업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고객에게 대출을 실행하려면 다른 은행에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대출 자금을 댈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이 비용은 특히 자본 비용이 0보다 커질 경우에 더 비싸진다. 현재 연방자금 금리(은행이 서로 돈을 빌려줄 때의 금리)는 지난해보다 0.08% 상승한 4.25%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온라인 은행 베이로는 더욱 수익성 있는 대출을 위해 1억 달러를 들여 은행업 허가를 받았다. 그러자 이제 다른 난관이 닥쳤다. 대출을 내주기에는 예금 규모가 너무 부족했다. 12월 말 기준 베이로는 계좌 530만 개와 예금액 총 2억7600만 달러를 신고했다. 즉, 각 계좌에 평균 52달러가 들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잔고가 적은 이유 중 하나는 베이로(수수료가 없고, 급료를 미리 받을 수 있고, 신용카드 구매당 캐시백 6%가 지급된다고 홍보한다)가 중저소득층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베이로를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로는 현재 대부분의 돈을 교환에서 벌어들인다. 소비자가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를 긁을 때마다 상인들에게 수수료 1~2%를 받는 것이다. 2022년 매출에서 대출은 10% 미만을 차지했다. 가장 최근 규제당국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운영 자본이 14개월 치 남아 있다.

회사 대변인은 “우리는 베이로에 이 경제 주기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온라인 은행뿐만이 아니다. 바이즈는 22세 설립자 두 명이 이끄는 뉴욕 스타트업으로, 재정 고문들에게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여 그들이 빠르게 맞춤형 저비용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도록 지원한다. 이 스타트업은 2021년 리빗 캐피털과 세쿼이아가 주도한 펀딩 라운드에서 10억 달러로 가치를 평가받았다. 고문들에게서 나오는 막대한 자산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이 회사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관리 자산은 불과 3억6200만 달러에 불과하다(바이즈 측은 5억 달러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수수료가 자산의 약 0.5%이므로 바이즈의 매출은 몇백만 달러 정도다.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 소프트웨어 플랫폼과의 치열한 경쟁, 변화를 꺼리는 고문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바이즈가 어려움을 겪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공동 설립자 겸 CEO인 사미르 바사바다는 50명으로 구성된 자신의 스타트업에 현금 7000만 달러가 있으며 5년은 더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거래는 대부분 인수로 끝났다. 바사바다는 바이즈가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수년 내에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너무 많은 회사가 너무 적은 고객을 좇으면 문제가 생긴다.

“소프트볼 경기를 하는데 음료 가판대가 16개나 있으면 어떻겠느냐”고 투자은행 FT파트너스의 스티브 맥러플린 CEO 겸 설립자가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FT파트너스는 핀테크에 주력하는 투자은행이다. 맥러플린은 “음료가 아무리 맛있어도 모두 망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경쟁 문제가 서비스형 은행(BaaS) 회사에 암운을 드리운다. 과대포장된 틈새 스타트업들은 자사 소프트웨어를 예금 계좌 등 금융 상품을 제공하려는 타사, 특히 온라인 은행에 판매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잘 자리를 잡고 상장된 BaaS 공급자 두 곳은 모두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다. 시가총액이 18억 달러인 Q2와 9억4000만 달러인 그린닷이다. 그린닷은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고 Q2는 2014년 IPO를 한 이래 한 번도 수익을 낸 적이 없다. 지난 12개월 동안 5억5000만 달러 매출을 올리고 1억 달러를 잃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1월 이후 BaaS 스타트업 13개가 벤처 투자 펀딩에서 21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BaaS 공급업체는 너무 많은데 고객이 너무 적다. 게다가 고객들도 대부분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값비싼 규제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1월 재무부는 BaaS 공급업체를 포함하여 ‘은행-핀테크’ 관계에 참여하는 회사들에 소비자금융보호국 등 은행 규제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받도록 권장하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BaaS 스타트업이 매물로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뉴욕 소재 BaaS 기업인 라이즈는 인수자를 찾고 있다(라이즈는 포브스의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영국의 BaaS 기업 레일스도 마찬가지다. 레일스 대변인은 “지난 12개월 동안의 시장 조건이 확장과 시장 통합을 향한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시냅스는 대다수 BaaS 공급업체보다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임의적인 공개 해고 등 혹독한 경영 관행으로 인해 2020년에 인재 이탈이 발생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시냅스는 2019년 마지막 펀딩 라운드에서 평가받은 1억8000만 달러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매각을 타진했다. 회사 대변인은 “시냅스의 현금흐름은 양호하며 탄탄한 재무구조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지 않다”고 주장했으며, 직원의 대량 이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수많은 BaaS의 실패는 전체 핀테크 생태계를 위협한다. 이들의 소프트웨어가 기존 은행과의 중요한 연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핀테크 업계의 피바람을 나쁘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상위 벤처투자 업체의 한 파트너는 이런 현상을 “자본이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라고 본다”고 말했다.

좀비 핀테크

벤처 투자를 받은 25개 스타트업의 앞에는 험난한 미래가 도사리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곳도 있고, 사업 모델이 엉망인 곳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헐값에 인수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사라지는 달러

2022년 IT 주식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벤처 투자사들은 핀테크에 제공하던 자금을 크게 줄였다.

- JEFF KAUFLIN, EMILY MASO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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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 앱토 페이먼트, 설립연도 2014, 설명 서비스형 은행(BAAS): 다른 기업이 암호자산 기반 카드, 법인 카드 같은 직불카드를 발행하도록 돕는다.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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