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혼란을 대하는 자세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길을 걷다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피어난 봄꽃을 보면 괜히 설레기도 하고 마음도 평안해진다. 저 꽃들은 누군가가 눈물을 닦으며 하늘을 볼 때도, 슬픔이 산처럼 쌓이는 전쟁의 포연 속에서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하지만 인간사는 저 봄꽃들과 다르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은 세상사가 힘들다며 푸념하고, 기업인들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며 하소연한다. 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대전환의 시대 아닌가. 전쟁은 끝나지 않고 강자들의 패권 다툼은 우리를 점점 좁은 울타리 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 같은 미국 은행의 파산은 예전 기억을 소환하며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챗GPT처럼 세상을 다 바꿔버릴 것 같은 혁신적인 신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요즘 ‘대전환의 시대’라고 명명하는데, 당연히 대혼란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혼란의 시대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첫째, 환경·기술·시장의 변화는 그 속도나 파급력에 관계없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것이 기업인이 할 일이다. ‘당연하다’ 생각하면 걸어갈 길도 더 잘 보인다. 둘째, 전문가 그룹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예측과 분석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의 명성이 높을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명성이 높은 전문가라도 나의 일터와 무관한 타자일 뿐이다. 기업마다 추진 역량이 다르고 성장해온 DNA도 다르다. 참고 삼을 순 있어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6시그마, 블루오션 전략, 스마트팩토리,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등이 그러했다. 따라서 나의 문제는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남의 눈이 아닌 나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셋째,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경쟁이나 역학관계 중심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심을 잘 잡고 세상(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에 초점을 둬야 한다. 경쟁이나 역학관계 위주로 보다 보면 사안의 본질을 놓치고 최강자들의 움직임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동일한 IT 업계라도 중소·중견 기업이 처지가 전혀 다른 글로벌 대기업의 전략과 문화를 무작정 따라해서는 안 된다. 시장조사를 핑계로 경쟁사와 자꾸 비교하지도 말자. 경쟁사의 범위 안에 스스로 갇힐 확률이 높다. 탁월한 성공을 거둔 기업인들은 경쟁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걷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존감과 자신감을 더 가져도 된다. 10년, 20년, 30년간 기업을 영위했다면 그만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강점을 내가 모를 수 있다. 남의 강점에 욕심 내지 말고 나의 강점에 더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포브스코리아의 경우 ‘월간 경제 매거진’이라는 틀로만 보면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수 있다.

포브스의 전통과 강점을 한국형으로 전환해 ‘우리만의 가치와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이 강점을 인간의 기본적 요구와 연결한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성공한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이 강하다. 강인한 의지로 몰입하고, 더 나은 조직문화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왔다. 이들은 결코 환경을 탓하지 않을뿐더러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길을 끝까지 간다.

-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202304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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