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동물원의 사자와 정글의 사자 

 

같은 사자처럼 보이지만 우리에 갇힌 사자는 채찍으로 움직이고, 정글에 사는 사자는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인다.
과거의 경영 시스템은 노동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해서 원하는 재화를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시스템하에서의 ‘통제’란 노동자의 자유의지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과거 시스템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인카드를 쓰거나 휴가를 갈 때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행태가 그런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간혹 일부 회사에서는 앞서 언급한 의미의 ‘통제’를 목적으로 불신에 근거한 경영, 즉 직원들에게 경영진이 시키는 일만 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자유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복잡한 고민 없이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더 쉽고 편안한 직장일 수 있다. 회사의 퍼포먼스 측면에서만 본다면, 불신에 기반한 조직에서는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업무 현장에서는 수백 수천 가지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담당자가 스스로 사고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결정 하나까지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어 업무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품질도 낮아진다.

이러한 배경에서 필자는 창업 당시 ‘신뢰를 기반으로 자유의지에 의한 회사를 만들면 생산성과 품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깨달은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목표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자유의지에 의해 회사가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대표는 회사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며, 직원들은 그 비전에 합당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물론, 목표 설정을 위해 전 임직원 간 많은 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지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면 진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면 되기 때문에 직원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또 가장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이 자신이기에, 다른 사람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교훈으로 삼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창의적인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자가 있다. 하나는 채찍으로 움직이는 ‘동물원의 사자’이고, 다른 하나는 굶주림을 해결하려고 스스로 사냥하는 ‘정글의 사자’다.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고민 없이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 동물원 같은 회사가 좋은 회사일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나다운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정글의 사자로 살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할 것이다.

- 천진혁 SSEM 대표

202304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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