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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리 브랭섬홀 아시아 총교장 

국제교육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 

이진원 기자
최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단위로도 국제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국제교육에 대한 수요는 기존 해외 주재원을 넘어 현지 학부모들이 주도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요인은 현지 교육에서 있을 수 있는 한계성을 넘어 자녀가 글로벌 마인드를 갖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국내 국제학교 최초로 영국 국제학교평가기관인 ISC리서치의 ‘올해의 국제학교’로 선정된 브랭섬홀 아시아의 블레어 리(Blair Lee) 총교장을 만나 글로벌 인재 양성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 소재 국제학교 브랭섬홀 아시아는 지난 3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으로부터 학생 증원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브랭섬홀 아시아는 현재 정원 1212명에서 283명이 늘어난 1495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증원의 배경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학교의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ISC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단위로 국제학교는 지난 2013년 8709개 학교, 총 426만 명에서 2023년 기준 1만3192개 학교, 651만 명으로 늘었다. 지난 10년간 국제학교는 51%, 학생은 53%가 증가했다.

국내 국제학교는 2018년 130개 학교, 3만5280명에서 2023년 140개 학교, 3만8410명으로 늘어 지난 5년간 각각 6%, 9% 증가했다.

브랭섬홀 아시아의 블레어 리 총교장은 국제교육과정의 수요 증가에 대해 “학부모들이 기대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우리가 그대로 공유하고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생각을 자극받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스스로 탐구·학습해 깨우침을 얻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요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이러한 교육과정에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미국식, 영국식 또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커리큘럼에 따라 국제교육을 시행한다. 특히 가장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커리큘럼으로 평가받는다. 국가 교육 시스템과는 독립적으로 개발된 IB 프로그램의 목표는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가정에 도전”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IB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학교는 5000개가 넘는다. 더 나아가 학생과 학부모의 점점 높아지는 교육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국제학교별로 양질의 교육법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선택한 대학 및 진로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독창적인 방법들을 찾고 있다.

제주 유일 전 과정을 IB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브랭섬홀 아시아는 융합교육(Transdisciplinary/ Interdisciplinary Learning)으로 교육의 품질을 차별화했다. 과목 간 경계를 넘어 학습하는 방법론으로, 이질적인 분야에 학습 내용을 적용해보는 창의력 훈련이다.

“IB의 교육 목적 아래 융합교육은 세상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해 수학 한 가지 과목에 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디자인, 예술, 사회학 등 다양한 지식을 통섭해나가는 훈련이죠. 인류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실제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려는 리더를 양성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프로젝트 러닝이라 할 수 있어요.”


리 총교장은 “그래서 우리는 입학전형에서 이런 과정에 적합한 재목을 찾는다”며 “성장과 개선 욕구를 갖고 있는 학생, 색다른 관점으로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 학습 욕구가 강한 학생, 경쟁에서 이기려 하기보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동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닌 학생이라면 융합교육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수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랭섬홀 아시아에서는 필수과목으로 특히 디자인 교육을 강조한다. 경영학계에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 방법론이 강조돼듯, 성장과 학습의 학풍을 디자인 수업이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 총교장은 “디자인 프로세스는 모든 영역에서 적용 가능하며 강력한 문제 접근 및 해결 방식이다”이라며 “영어든 사회든 현실의 문제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혁신적인 방안을 궁리하는 문제해결 프로세스이므로 학생들이 체득할 수 있는 자양분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지식을 어떻게 쓸지가 중요한 시대


▎브랭섬홀 아시아는 오는 8월부터 기존 여학생만으로 구성됐던 6~12학년의 중고등과정에 남학생을 수용한다.
리 총교장은 캐나다 출신의 국제교육 전문가로서 25년 넘는 학교 운영 경력 가운데 18년을 국제학교에서 보냈고, 14년을 IB학교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9월 브랭섬홀 아시아 총교장에 부임한 그는 지난 2012년 서울외국인학교(SFC) 근무 시절 CIS(Council of International School)/WASC(Western Association of Schools and Colleges) 인증을 위해 브랭섬홀 아시아를 실사한 적이 있다.

“당시 설립 초기였는데도 브랭섬홀 아시아는 품격 있는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었어요. 양질의 학생과 교사진, 긍정적인 대외 평판, 표방하는 가치 등을 인증하면서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분명 다른 국제학교와는 차별성이 있었어요. 특히 무엇보다도 학생의 수준이 매우 높았죠.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욕구에 따라가야 해요. 수업에서 학생들이 함께 성장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협력하는 모습이 이 학교와 학생들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외에서 풍부한 교육 경력과 지식을 갖춘 그에게 교육 철학을 물었다. 그리고 그의 통찰력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교육의 큰 그림과 목적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교육과 관련해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은 ‘왜’와 ‘어떻게’입니다. 솔루션을 찾아가는 것이 교육 과정이자 목적입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는 목적이 따로 있죠. 즉, 지식을 어떻게 쓸지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기존 세대 역시 많은 교육을 받았고 세상을 발전시켰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문제가 많아요. 기아, 기근, 기후변화, 핵 위협 등 다음 세대가 직면한 문제들은 그 규모가 매우 커서 개인이나 한 국가가 감당하기 어렵죠. 그래서 미래 글로벌 인재들이 모두 협업해서 솔루션을 찾아가야 해요. 저는 IB 과정이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방안을 찾는 데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저의 철학은 IB 교육이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임 총교장으로서 앞으로 브랭섬홀 아시아의 운영에서 집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도 물었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학업평가(IP DP 평균점수), 명문대 진학 실적, 이중언어 디플로마 합격률, 커리큘럼의 품질 등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놀라운 평판도 개교 10년 만에 쌓았고요. 다만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학생들의 예술·스포츠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어요.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수학자, 과학자뿐만 아니라 수영선수, 하키선수, 비주얼 아티스트, 공연예술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재로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전인교육의 관점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을 다양한 영역의 탁월함으로 승화할 수 있게 학교가 지원하도록 현재 이끌고 있어요.”

시대적 요구에 앞서 부응하고 변화하는 국제학교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ISC리서치는 2030년까지 국제학교와 학생수가 대략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부유층 및 중산층 학부모가 최근 국제학교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적을 넘어, 자녀가 미래에 어떤 직업이나 분야를 선택하든 실용적 문제해결 스킬을 익혀 성공적인 커리어 설계에 도움이 되는 자생력을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 블레어 리 총교장은··· 캐나다 서스캐처원대 교육학과 졸업, 레지나대 교육학 석사, 리하이대 교육리더십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련 미국국제학교 총교장, 마운트 자함 국제학교 이사, 서울외국인학교(SFC) 아카데믹 학과장, 쿠웨이트 미국국제학교 고등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박스기사] 팻 롱 브랭섬홀 아시아 중학교 교장 - 남녀 중학생의 전략적 통합과 분리


개교 11년 차를 맞은 브랭섬홀 아시아는 그동안 유초등과정(주니어 스쿨) 5학년까지를 제외하고 6~12학년의 중고등과정은 여학생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는 8월부터 중고등과정도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미들 스쿨 6학년과 7학년 남학생반을 소수 정예로 운영하다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브랭섬홀 아시아에서 중등교육을 총괄하는 팻 롱(Pat Long) 교장을 만나 운영계획과 중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8월에 문을 여는 브랭섬홀 아시아 내 남자중학교의 주요 취지는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본교에 재학 중인 유초등과정 남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브랭섬홀 아시아의 IB 과정으로 진학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자기 주도 교육의 이상향으로 불리는 IB 교육의 혜택을 남학생들도 전 과정에 걸쳐 누리게 됐다.

남학교와 여학교로 분리되는 중학교의 주요 운영계획에 대해 설명해달라.

브랭섬홀 아시아 주니어 스쿨은 남녀공학이지만, 학업적·사회적 성장이 중요한 시기인 중등과정은 남학교와 여학교를 분리해 운영한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는 시니어 스쿨은 다시 남녀합반 형식으로 운영하는 다이아몬드 모델이다. 남녀 중학교 학생들은 각각 다른 건물에서 따로 생활한다. 수업은 따로 받지만 일부 방과후 활동은 함께한다. 오케스트라 같은 활동은 남녀 구분이 없으나 스포츠, 기술, 디자인, 로보틱스 등의 프로그램은 남녀를 나눠 운영한다. 이는 남자아이들이 강한 분야에서 여자아이들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남녀 중학생의 통합 및 분리는 성장이 빠른 이 시기에 전략적으로 최고의 교육효과를 취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 여학교에서 남학생 영입으로 인해 우려되는 사항은.

중등과정 학생들을 지난 30년간 교육해온 결과, 학생들은 오히려 현실적으로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적절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수용해나간다. 생산적인 긴장감이라 할 수 있다. IB 과정에서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가 위험감수(risk taking)이다. 같이 위험을 감수하고 같이 도전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더 좋은 기회라고 믿는다.

신규로 합류하는 중등생의 선발 기준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로 영어 실력을 평가한다. 영어는 자신감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면접이다. 우리는 학생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고 그 생각을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무인도에 갈 때 무엇을 가져가겠냐는 질문에 단순히 “휴대폰을 가져간다”는 답변보다는 “박스에 바람을 담아 가서, 배를 띄워 육지로 돌아올 때 그 바람을 이용하겠다”라는 창의적 답변을 선호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IB 과정이 추구하는 도전자세, 사고력, 개성, 인성, 잠재력을 갖춘 학습자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중도 합류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차원의 적응 지원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남녀를 떠나 우리 학교 시스템에 새로 적응해야 하는 신입생을 위해 카운슬링, 어드바이저리(담임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활동, 캠프, 오리엔테이션 등이 준비돼 있다. 특히 모간 머피 중학교 교감과 생활지도, 정서담당 교사들이 촘촘하게 학생들이 서로 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중등교육은 학생들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중등교육에 오래 몸담은 교육자로서 철학을 공유해달라.

말 그대로 광기(crazy)의 시기다. 감정적으로 불확실하며 신체 변화도 크다. 학습능력의 성장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장하는 중요한 시기다. 많은 실수를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지도가 있어야 한다. 뇌발달과학 측면에서 이 시기에 뇌는 폭발적으로 변화한다. 커넥션이 끊어지면서 같은 상황을 무한 반복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0~5세의 성장 속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유아기에는 달래주고 원하는 것을 주면서 해결하지만 중등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이도 아닌데 왜 이래’라며 다그친다. 하지만 혼돈의 시기를 겪는 아이들을 다그칠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풍부하게 제공하며 단단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시행착오를 겪고 이겨내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래서 특히 이때의 광기를 잡아줄 수 있도록 교사도 에너지와 열정이 넘쳐야 한다. 우리는 중등교사 채용에서도 이 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특이한 행동과 사고를 감싸주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교사를 배치한다. 그래야 학생이 실수를 반복해도 좌절 후 다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도록 교사가 원동력을 제공한다.

※ 팻 롱 중학교 교장은··· 애틀랜틱 뱁티스트대 융합교육과 졸업, 리스터대 국제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출신 팻 롱 교장은 30년 경력을 갖춘 교육자로서 영국에서 교사 자격증과 리더십 학위를 획득했으며, 특히 18년간 정서 및 생활 지도 담당 교장단으로 활동했다. 채드윅 국제학교 등 한국과 중국에서 IB 교육에 매진해왔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m·사진 최영재 기자

202304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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