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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 

스틱형 화장품의 돌풍 

장봄이 기자
코리아테크가 가히 리필형과 한겹크림을 내놓으며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요즘 스틱 화장품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가히. 소비자들에게 ‘ㄱ부터 ㅎ까지, ㅏ부터 ㅣ까지’라는 광고 문구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한글과 브랜드명을 연결해 어렵게 만들었지만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가히는 2020년 5월 출시됐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스틱 모양의 멀티밤을 만들어 기능성과 편의성을 내세우며, 국내 스틱 화장품 시장의 판을 넓히고 있다. 기존 립스틱, 선스틱 제품에서 기능성 스틱으로 종류를 다양화했다는 평가다. 국내 스틱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3600억원대로 추산된다. 가히는 멀티밤 외에도 아쿠아밤, 엑스티C밤 등 스틱형 기초 화장품 제품을 선보였다. 가히 개발사인 코리아테크는 지난 2년간 멀티밤의 흥행 덕을 톡톡히 봤다. 매출이 1년 만에 139억원(2020년)에서 2513억원대(2021년)로 20배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약 1944억원을 기록했다. 가히 멀티밤 누적 판매량도 1500만 개를 넘어섰다.

올해는 가히의 리필 제품과 신제품 ‘한겹크림’을 내놓으며 다시 한번 급성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첫 번째 색조 화장품인 한겹크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초도 물량은 이미 품절된 상태다. 추가 생산에 속도를 올리고 있어 초반 분위기가 좋다고 회사 관계자가 귀띔했다. 다음 달부터는 홈쇼핑 전 채널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3월 23일 서울 강남 코리아테크 본사에서 이동열 대표를 만나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회사 방향 등에 대해 물어봤다.

이동열 대표가 제품 개발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소비자 반응’이다. 이번 신제품도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했다. 이 대표는 “최근 가히 멀티밤 리필을 출시했는데 그동안 멀티밤이 ‘너무 빨리 닳는다’, ‘금세 다 쓰게 된다’는 소비자 반응이 많았다. 아마 스틱 제품은 파서 쓰지 않으면 끝까지 다 사용한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밤은 수시로 사용하다 보니 너무 빨리 쓴다는 게 단점이라는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해 리필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 반응·댓글에 답이 있다”

물론 내부에서 리필 개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다. 리필을 팔면 자연스럽게 본품 재구매율이 떨어지면서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초반에는 리필 개발을 반대하는 직원이 많았다. 리필을 만들면 재구매율이 확실히 떨어질 거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멀리 보고 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의를 먼저 생각하고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이어 “리필 제품이 없으면 용량에 비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배출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선보일 때 이런 제품이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걸음을 내딛는 과정이고 방향성을 설정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소비자 목소리다. 결국 소비자 반응이나 댓글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의 소리, 댓글 등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반영하고 있다. 한겹크림 개발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마다 화장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번거로워서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겨냥했다. 제품 이름 그대로 한 겹만 발라도, 커버와 자외선 차단 기능이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

이 대표는 “한겹크림이 출시 초반부터 반응이 매우 좋다. 초도 생산량은 이미 품절됐고 지금 추가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출시 한 달 정도 되어서 아직 매출을 예상하기 어렵지만 초기 반응이 좋기 때문에 무섭게 치고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목표치는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그는 “코리아테크는 매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이는 회사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신제품을 내놓으면 구체적인 판매 수치를 정하지 않고 고객 수요에 맞춰서 꾸준히 생산할 뿐이다. 가히는 3년 차 신생 브랜드이기 때문에 아직 브랜드 이미지나 가치에 더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가히는 마케팅 전면전에 나섰다. 그만큼 마케팅 회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광고 소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광고팀 외에도 다른 부서 팀원들이 대부분 아이디어 회의에 참석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인데 많이 나누고 직원들은 본인 아이디어가 반영된 회사 광고나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한글날 광고가 직원들끼리 밤새 고민해서 만들어낸 문구다. ‘가장 쉬운 것이 가장 만들기 어렵다’는 것. 회사 직원의 아이디어로급하게 추진해 마케팅 성과를 얻었다.”

다만 PPL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국내 드라마에서 PPL이 자주 등장해 시청자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PPL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건 사실이다. 신생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드라마 PPL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국내에서 과도한 PPL에 질타가 많았기 때문에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항상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케팅이 잘됐다고 평가해주시는 분들은 ‘우직하게 한다’고 표현한다. 확 바꾸기보다는 우직하게 하는 것이 진정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진정성이 마케팅에 담기면 소비자들도 인정해주는 것 같다. 얄팍한 상술이 들어가면 지적이 많아져서 그런 부분이 가장 조심스럽다. 진실되게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중국 넘어 동남아, 남미까지 글로벌 40여 개국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 K팝이나 드라마의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K뷰티도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40여 개국에서 제품 판매 문의가 들어왔고 작은 규모로 판매를 하고 있다. 특히 일본, 중국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남미까지 전 세계적으로 K뷰티에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유명 왕홍(인플루언서)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현재 중국인 직원은 현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포함해 20명 정도다. 그는 “중국에서 온 직원들이 지난 2년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게 이제 빛을 보고 있다. 매출이 매달 전달 대비 2배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올해 네덜란드 법인도 출범했다. 판매 법인은 아니며 연구개발(R&D) 산하에 둔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다. 법인명은 ‘스튜디오 타이드’이며,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게 된다. 가히 브랜드의 화장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개발 의료기기 디자인 등에 모두 참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 유치 계획 없어… 브랜드 성장이 우선

그는 투자 유치 여부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급성장하다 보니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직까지 투자 유치 미팅은 단 한 차례도 진행한 적이 없다. 투자와 관련해 외부 업체와 접촉한 적도 없다. 브랜드가 급성장한 데 따르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리아테크는 가히를 출시한 이듬해 영업이익 450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영업적자 180억원을 낸 상태다.

이 대표는 “현재 회사 투자 유치 계획은 전혀 없다. 기업공개(IPO)도 지금은 계획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전혀 계획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상장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목표나 목적 없이 IPO를 추진해서 어려워진 기업이 많다. 코리아테크는 전 직원이 합심해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고, 일단 본질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롤 모델로 꼽은 회사는 어디일까. 그는 다이슨을 롤 모델로 꼽았다. “다이슨 같은 브랜드를 매우 존경한다. 일단 디자인이 매우 혁신적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도 편리하다. 광고 측면에서도 이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 우리가 찾는 건 마땅히 세상에 있을 법하지만 없는 아이템이다. 이제 브랜드가 두각을 드러냈고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현재 반드시 해야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마케팅에 최대한 집중해서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이어 경쟁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많은 회사가 비슷한 생각이겠지만 사실 경쟁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다른 브랜드와 계속 비교하다 보면 우리가 추구해온 철학에서 벗어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경쟁에 매몰되다 보면 회사 철학을 지키는 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브랜드를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장보다는 5년 후의 가히 모습에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생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히라는 브랜드가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브랜드인지, 또 얼마나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나아가는 과정을 봐주시면 좋겠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써보고 가히가 ‘정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게 현재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 장봄이 기자 jang.bomyi@joongang.co.kr 사진 최기웅 기자

202305호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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