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4년 전 캘빈 로는 끊임없이 자신을 세계를 여행하는 억만장자 금융업자이자 자선사업가로 홍보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샴페인 보유 목록, 3개 대륙에 있는 주택들, 수많은 이국적 슈퍼카와 5성급 호텔, F1 팀에 대한 투자를 자랑했다. 훌륭한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거짓말이다.

▎ 사진:PHOTOGRAPH BY JOSE SARMENTO MATOS
지난해 9월의 따스한 어느 날 아침, 캘빈 로는 한 포브스 편집자를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생명보험 중개업체 R. E. LEE 인터내셔널의 홍콩 사무실로 맞아들였다. 스리피스 정장에 넥타이와 포켓스퀘어까지 맞춰 빼입은 로는 편집자와 함께 회의실에 앉았다. 회의실은 화려한 목조 패널, 가죽으로 포장된 책, 우아하게 배치된 화병들로 수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R. E. LEE 인터내셔널의 CEO인 로는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목록에 대해 논의하자고 편집자를 불렀고, 아시아의 다른 억만장자들이 순위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로는 자신이 순위에 들기 위해 자산에 대한 추가 자료를 포브스에 제공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거물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를 원하지만 2세대, 3세대 부자들은 좀 더 개방적이며 자신에게 순위에 오를 것을 권했다고 로는 말했다. 로는 그들이 자신에게 “아주 운이 좋다,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로는 이 순위에 들면 자산이 대단히 많은 개인에게 보험을 판매하는 자신의 주요 사업에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넌지시 말했다. 로는 “이쪽이 정확히 우리 회사가 겨냥하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로의 “딜레마”는 연기였다. 이 회의가 있기까지 로는 억만장자 순위에 오르려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여 자산을 부풀려왔다. 2020년 이후 최소 7명이 포브스 기자 11명에게 20회 넘게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로가 “가장 알려지지 않은 억만장자 자선사업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억만장자 투자자”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로의 평판과 자산을 증명하는 문건 수십 개를 보냈으며, 그중 일부에는 ‘대외비’ 도장이 찍혀 있었다.

초기에 포브스는 이런 주장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년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오르려고 거짓을 꾸며내는 사람은 수없이 많으며, 로는 첫눈에 그다지 부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포브스가 편집국 인력 6명을 두고 있는 홍콩에서 R. E. LEE 인터내셔널은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으며, 보험을 재판매해서 수십억 달러를 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홍보가 너무 집요해 시간이 지나면서 BBC, CNBC, 데일리 익스프레스, 데일리 미러, 파이낸셜 타임스, 인디펜던트, 닛케이 아시아, 로이터,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다수 매체가 로를 억만장자라 부르는 기사를 내며 샴페인부터 암호화폐까지 온갖 사항에 대한 로의 견해를 보도했다. 이러한 기사 상당수는 포브스를 근거로 삼았으며, 로의 홍보 담당자 중 한 명은 로가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올랐다고 주장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포브스와 별도로 운영되는 라이선스판인 포브스 미들 이스트의 웹사이트에도 로를 억만장자라고 부르는 기사가 실렸다. 조사 결과 그 ‘기사’는 로의 팀에서 돈을 받고 쓴 ‘애드버토리얼’이었으며 이후 삭제됐다. 로는 한 번도 포브스 순위에 오른 적이 없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시간은 이미 지났다.

홍콩에서의 첫 만남은 거의 1년에 걸친 탐사로 이어졌다. 포브스는 6개 대륙에서 약 40명을 취재하고 수백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분석하며 로에 관한 진실(매우 소수)과 거짓(나머지 전부)을 세밀하게 가려냈다. 로는 스스로를 보험료가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생명보험 중개업체”인 R. E. LEE 인터내셔널의 CEO 겸 소유주로 소개했다. 또 보도 자료에 따르면 로는 80억~100억 달러 자산을 관리하는 자산관리사 R.E. LEE 캐피털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투자자인 로는 2018년 개인 자산 운용 기구를 통해 12억 달러를 지불하여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5성급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을 매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2억5000만 달러 규모 자선 재단을 설립한 자선사업가이자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주택 6곳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시아 최대 투자자이자 샴페인 수집가이며 아시아에서 걸프스트림 G650 개인 제트기를 처음으로 소유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아, 그리고 “전설적인 윌리엄스 포뮬러 1 레이싱 팀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장 대부분은 확인이 불가능하고 나머지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로는 윌리엄스 F1 팀에 지분이 없으며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을 갖고 있지도 않다. 로가 제공한 주소를 바탕으로 보면 로의 집은 부모 또는 타인의 소유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는 캘빈 로라는 사람이 졸업한 기록이 없다. 로의 자선 재단이나 R.E. LEE 옥타곤은 존재하지 않는다. R. E. LEE 캐피털 측은 로가 자사 비상임 지분 투자자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로의 모친 레지나 리(R. E. LEE 캐피털 회장이다)가 자사 사업에 관여하는 것이 “로와 우리 회사 간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R. E. LEE 캐피털은 자사에서 관리하는 자산 액수는 80억~10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고 밝혔다.

로의 보험 업체인 R. E. LEE 인터내셔널의 경우, 고위직에 있던 전 직원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중개한 보험료는 8억 달러(액면가) 미만으로 추정된다. 포브스는 이 회사의 가치를 6억 달러 미만으로 추산한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누가 실제로 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로의 어머니가 이 회사의 설립에 관여했으며 2015년 이 회사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어쩌면 어머니가 로에게 회사를 줬을 수도 있다. 레지나 리는 프랜시스로(캘빈 로의 아버지)와 함께 홍콩에서 손꼽히는 부유층 주거지 피크에 최소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다. 홍콩 중심 상업 지구에 있는 R. E. LEE 인터내셔널의 375㎡ 부지와 밴쿠버에 있는 콘도도 이들의 소유다. 로의 가족이 부유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로가 주장한 액수에는 근접하지도 못한다. 포브스는 로와 부모의 자산을 도합 2억 달러 미만으로 추산한다.

포브스는 로와 레지나 리에게 긴 질문 목록을 보내 답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 법률 사무소에서 “우리 고객이 정직하지 않거나, 불성실하거나, 기타 다른 방식으로 비윤리적임을 암시하는 모든 내용을 고객은 철저하게 부정한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자산 규모에 대해 포브스에 거짓말을 한 사람은 로 외에도 많았다. 저명한 금융 허풍쟁이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윌버 로스 전 미국 상무부장관, 리얼리티 TV 스타이자 화장품 기업인 카일리 제너 등이 있다.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10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는 포브스 편집자들에게 최소 4.5kg은 되는 녹색 가죽 가방을 보냈다. 이 가방에는 배니티 페어, 타임지 올해의 인물 100인 등 잡지들의 가짜 표지가 들어 있었다. 심지어 빈탈랄 왕자가 스티브 잡스 스타일의 검은 터틀넥을 입고 강렬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는 포브스 표지도 있었다. 왕자의 얼굴 아래에는 ‘세계에서 가장 교활한 사업가’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잡지들은 모두 가짜였다.

심지어 이런 사람들 중에서도 로는 주장의 과감함이나 대담함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거짓을 공고히 하기 위해 홍보 회사와 변호사 무리를 고용할 뿐만 아니라 재무 서류와 사진까지도 조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진 것을 부풀리는 경우는 많지만 이들도 보통 단순히 남의 자산을 자기 것인 척하는 수준보다는 낫다.

로는 이렇게 자산을 부풀리려고 애쓰는 이유에 대해 지난 9월 한 가지 힌트를 줬다. “제가 이런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사람을 찾는다면, 그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기를 바랄 것입니다.”


▎진짜 소유자 로는 자신이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송산 지구에 있는 럭셔리 호텔은 2014년 개장 시부터 타이베이의 호텔 운영 기업 카이타이풍 인터내셔널이 소유하고 있다.
이 홍콩 이야기의 뿌리는 태평양을 건너 시애틀까지 이어진다. 로버트 얼 리라는 미국 기업인이 R. E. LEE 인터내셔널의 전신인 회사를 설립한 곳이다. 리는 1954년에 보험업계에서 일을 시작했고, 미 서부와 아시아 곳곳에서 보험 중개업체를 설립하고 인수했다. 어느 시점에 리는 로의 어머니인 레지나 리(친인척 아님)를 지역 내 첫 영업 사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레지나 리는 회사가 발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생명보험을 팔아 부자가 된 아시아의 초기 인물들 중 하나가 됐다.

레지나와 프랜시스의 유일한 자녀인 로는 밴쿠버에서 태어나 첫 9년을 홍콩에서 보낸 뒤 캐나다로 돌아와 온타리오주 킹스턴에 있는 퀸스대를 다녔다. 1999년 홍콩으로 돌아가 R. E. LEE 인터내셔널에서 어머니와 함께 일하며 2003년에 전무이사가 되었고, 결국에는 CEO 자리에 올랐다.

어느 시점에 레지나는 로의 방탕한 생활에 돈을 대기 시작했다. 로가 2006년 결혼한 아내 에밀리와 2014년 이혼할 때 소송을 담당한 판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소비를 했으며 로는 레지나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판사는 “로는 어머니에 의해 뛰어난 투자 중개인으로 꾸며졌으며 자신이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생활 수준을 유지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송 기록에 따르면, 레지나는 2004년 로가 람보르기니를 산 돈 약 30만8000달러와 2005년 싱가포르에 있는 아파트를 꾸밀 때 쓴 돈 약 120만 달러를 로에게 줬다. 심지어 레지나는 로의 값비싼 옷장 값도 지불했다. 판사는 당시 로의 순자산이 360만 달러라고 결론지었다.

이 험악했던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접수된 서류에 따르면 2020년 40세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에밀리는 로의 신용을 문제 삼았다. 에밀리는 로가 학력, 경력, 심지어 나이까지 속였다고 주장했다(포브스는 에밀리의 유가족에게 연락했지만 유가족 측은 취재를 거부했다). 판사는 에밀리가 중요하지 않은 증거를 제시한다고 비판하며 로가 제출한 신분증과 여권에 따르면 1977년생임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로는 1977년 10월생인데, 그렇다면 현재 45세다. 그러나 최근 홍보 자료에서 밝힌 로의 나이는 46세였고, 로가 잠시 이사를 지냈던 제인구달연구소의 2013년 연례 보고서에는 로가 1971년생, 즉 52세라고 표기되어 있다.

포브스는 수많은 불일치를 발견했다. 로가 1999년 퀸스대를 졸업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대한 주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학력을 검증하는 미국 국가학생정보연구소나 하버드대 졸업생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로를 찾을 수 없었다. 하버드 측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위 소유자 가운데 그런 이름은 없다고 밝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고위 임원 교육 프로그램 측은 로의 승인 없이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로와 함께 일했던 전 직원과 에밀리는 로가 학위를 꾸며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포브스와 만난 로는 자신이 보스턴의 선라이프 파이낸셜과 뉴욕의 JP모간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JP모간 측은 로가 투자 은행 부문에서 2001~2002년에 짧게 일했다고 답했지만 로의 회사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선라이프 측은 로가 일했던 기록이 회사에 없다고 밝혔다.

2015년에 로버트 리가 사망하자 레지나는 아직 소유하지 않은 보험 사업 지분을 마저 인수했다. 레지나는 R.E. LEE 인터내셔널의 본사를 시애틀에서 홍콩으로 옮겼다. 어쩌면 회사 전체를 로에게 증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회사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조차 없어


▎가짜 사진 포뮬러 1 팬인 캘빈 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파가니 등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슈퍼카 컬렉션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다. 로의 주장을 검증하던 중 포브스는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로와 파가니 사진을 찾아냈다. 위 사진은 소더비 경매에 나온 것이고, 아래 사진은 로에 대한 여러 온라인 기사에 사용된 사진이다. / 사진:ROBIN ADAMS ©2017 COURTESY OF RM SOTHEBY’S (TOP)
그러나 로의 다른 자산들은 모두 거짓이다. 대만 타이베이 소재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소유주인 카이타이펑 인터내셔널 측 대변인은 포브스에 2019년 로와 논의한 적은 있지만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은 그 어디에도 인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같은 2월 만남에서 로는 자신이 F1 팀인 윌리엄즈 레이싱의 소유주 도릴턴 캐피털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이 팀의 지분 소유자가 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로는 “막대한 액수가 걸린 기밀 유지 협약이 있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명확하게 지분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팀 관계자는 로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으며, 도릴턴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로가 도릴턴이나 윌리엄스에 투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처음에 로는 포브스에 자신이 홍콩, 싱가포르, 도쿄, 런던, 밴쿠버, 로스앤젤레스 등 6개 도시에 집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자세히 캐묻자 그 수를 5개로 줄였다. 결국 홍콩 부동산 4개와 싱가포르 부동산 1개의 주소를 알려줬는데, 부동산 기록과 기타 자료를 참고한 결과 그중 2개는 로의 부모 소유였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의 소유였다.

홍콩 영주권자인 캐나다 국적자로서는 이상하게도 로는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4곳의 태국 법률사무소를 고용했다. 왜 태국 법률사무소를 고용했는지 묻자 로는 자신이 태국 측과 협상 중인 비공개 거래 때문에 그 변호사들이 이미 자신의 재정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회사들 중 두 곳은 2020년 3월과 2021년 3월에 로의 수십억 달러 자산을 공증하는 편지를 보냈다. 나머지 두 회사도 지난봄에 보낸 편지에서 로의 자산이 그보다 더 많다고 주장했다.

포브스는 이 회사들에 기자 두 명을 보냈다. 이 회사들은 억만장자 고객을 둘 만한 모양새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한 곳은 방콕 중심 사업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그저 그런 주거 지역의 저층 아파트 블록 1층에 본사가 있었다. 사무실 전면에는 비자, 근로 허가, 공증 문서 등의 작업을 도와준다는 광고가 붙어 있었다. 포브스에 보내는 편지에 서명한 변호사는 로의 금융 서류에 대해 아무런 내용도 기억하지 못했다.

4개 회사 모두 자신들이 로가 제공한 재무제표에만 의존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무도 회계 감사관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고객의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 회사들 중 두 곳(피수트 앤드 파트너스와 춘 앤드 춘 법률사무소)은 로의 순자산과 자선 재단인 CFL 이니셔티브 글로벌에 대해 자세히 열거한 재무제표를 잠시 보여줬다. 복사를 허락한 곳은 없었다. 포브스가 취재를 계속하자 피수트 앤드파트너스는 자신들의 결과물을 지지하며 고객의 개인 정보와 기밀 유지를 우선시한다고 답했다.

그런 다음 포브스는 회계 감사관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려고 시도했다. 로의 재단 재정에 대해 서명한 영국 소재 롱미드 컨설트의 이사는 자신의 회사가 로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CFL 이니셔티브 글로벌이라는 자선재단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보다 더 이상한 점은 포브스가 재단의 총괄 관리자로 등록된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그 사람조차 재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는 사실이다. 변호사가 포브스에 보여준 재무제표에는 등록된 자선단체 번호와 회사 번호가 있었다. 자선단체 번호는 로와 관련되지 않은 종교 단체에 속해 있었다. 회사 번호는 없는 번호였다. 로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에 대해 독립 회계감사 보고서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진 회계 사무소 PwC 홍콩 측은 로가 자신들의 고객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로의 개인 투자 회사로 알려진 R. E. LEE 옥타곤이 있다. 이 회사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이 회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홍콩, 싱가포르에 등록돼 있지 않다. 이 회사의 1페이지짜리 웹사이트에는 지난 7월까지 이메일 주소만 하나 있었지만 이제는 사이트가 폐쇄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재미 요소조차 수상쩍다. 로의 한 측근은 로가 약 2억5000만 달러 가치의 샴페인 컬렉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에서 크리스티의 와인ㆍ주류 부문 이사를 맡고 있는 팀 트립트리는 “1억 달러가 넘는 컬렉션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럴 리가 없다”며 크리스티에서 18년 동안 일하면서 그 정도 액수에 조금이라도 근접하는 컬렉션조차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로는 파가니 와이라 BC를 비롯한 여러 희귀 슈퍼카를 가지고 있다고도 자랑했다. 포브스는 로가 파가니와이라 템페스타 옆에 서 있는 사진을 찾기는 했다. 이 사진은 홍콩 잡지 주간 밍바오의 익명 독자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8년에 밍바오, 엔트레프레너, 머니 다이제스트 등 여러 잡지에 게재됐다. 그러나 포브스는 이 사진과 똑같지만 로가 없는 사진을 찾아냈다. 2017년 소더비 경매를 위해 로빈 애덤스가 촬영한 사진이다. 애덤스는 포브스에 로의 사진이 “틀림없이” 조작됐으며 허가 없이 사용됐다고 말했다(사진 속 자동차는 익명의 입찰자에게 240만 달러에 낙찰됐다).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오르겠다는 로의 집착이 마침내 완전히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어쩌면 이 자동차에 대한 포브스의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포브스는 로에게 2023년 억만장자 순위에 그가 들지 못했음을 알리며 파가니 사진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로 측 인사가 편지를 보내 “로의 재정적 성취에 대한 포브스 측의 무시에 깊은 실망을 느낀다”며 “로의 자동차 사진에 대한 질문은 포브스 측의 호기심 충족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포브스가 “저급한 유도식 조사”를 하고 있으며 “포브스의 경솔한 질문은 그 모든 순위와 간행물의 권위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우연히도 로가 “포브스를 소유한 펀드인 인테그레이티드 웨일의 회장과” 저녁 식사를 갖고 “포브스의 가치”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며 마무리된다. 4월에 포브스 소유자와 로의 저녁 식사는 없었지만, 로는 몇 달 뒤 인테그레이티드 웨일 측과 대화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로는 주목받지 못하면 못 참는 성격인 듯하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은 지 3주 뒤 로의 홍보 담당자 한 명이 포브스에 로의 F1 야망에 대해 인터뷰를 하지 않겠느냐고 연락해 왔다. 그로부터 몇 주 뒤에는 “유럽 전역으로 확장되는 로의 생명보험 사업”에 대해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로가 억만장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비롯해 포브스가 취재한 결과 밝혀낸 내용을 공유하자 로는 관심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로의 홍보 담당자는 “로는 포브스가 발행하는 부자 순위에서 본인이 제외되기를 원한다”며 “나아가 포브스의 그 어떤 기사에서도 다뤄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브스는 기어코 로에 대한 기사를 썼다. 비록 그가 원하던 방식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 ROBERT OLSEN, JOHN KANG, ZINNIA LEE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310호 (2023.09.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