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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파인스테이 이사회 의장 

수수료 갈등 없는 착한 플랫폼 

신윤애 기자
2020년 출시 이후 줄곧 사용자 평점 4.9점을 유지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숙박 업소를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플랫폼 꿀스테이다. 업계 후발 주자지만 플랫폼 수수료를 낮춰 제휴점과 고객의 가격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별화 전략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꿀스테이 앱을 가리키고 있는 김종배 의장.
시공간을 뛰어넘어 정보를 얻고 물건을 사고파는 편리한 세상. 모바일플랫폼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선물했다. 그런데 마음까지 편해진 건 아닌 듯하다. 플랫폼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탓에 이곳저곳을 들락거리며 최저가 또는 적정가를 찾아내야만 안심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편리하지만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아이러니한 이 상황은 플랫폼이 대세가 된 숙소 예약 업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동일한 기간에 동일한 객실을 이용하더라도 플랫폼마다 금액이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가격 차이는 플랫폼이 부과하는 수수료율에서 비롯되는데, 수수료율은 플랫폼별로 2%대부터 15%대까지라 그 차이가 결코 적지 않다. 결국 여느 업계와 마찬가지로 수수료를 내리려는 자(제휴업체)와 올리려는 자(플랫폼) 사이에 갈등마저 불거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낮은 수수료로 가격 부담을 줄이겠다’는 숙소 예약 플랫폼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202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꿀스테이다. 수수료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플랫폼과 제휴업체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내세워 빠르게 힘을 키우고 있다. 꿀스테이는 2021년 중소형 숙소 800여 개를 비롯해 총 1000여 개 업체와 제휴했지만 약 2년 만인 2022년, 총 7000여 개(호텔과 펜션 5000여 개, 중소형 숙소 2000여 개) 숙박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앱 회원 수도 2022년 기준으로 55만 명에 육박한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는 객실 이용료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플랫폼의 시장 장악력이 커질수록 제휴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숙박업으로 등록된 6만여 개 업체 중 98% 이상이 10억원 미만의 매출을 올린다고 해요. 이들에겐 점점 높아지는 수수료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어요. 꿀스테이는 이런 고충을 파악하고 해결해 업계와 상생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8일 서울 서초구 파인스테이 오피스에서 만난 김종배 의장이 설명했다. 꿀스테이는 IT 회사인 파인원 커뮤니케이션에서 스핀오프한 회사 파인스테이가 ‘착한 숙박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앱이다. 대구에서 출발한 이 서비스는 6개월 만에 수도권에 진출했고 현재는 전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다.

김종배 의장이 파인스테이에 합류한 건 지난해다. IT소프트웨어엔지니어인 그는 SK텔레콤 보안사업부 전략팀, SK SUPEX추구협의회 ICT전략팀 등을 거쳐 숙박·여행·레저업이 고성장 영역이라는 점에 매료돼 새로운 도전을 결정했다. 김 의장은 “엔지니어로 시작했지만 미국 MBA 과정 등을 마친 후엔 투자와 M&A를 담당하는 팀에서 2조원이 넘는 ‘빅 딜’을 이끌었다”면서 “여행 관련 앱을 ‘트래블 테크(Travel+Technology)’라고 하는데 엔지니어링과 M&A로 쌓은 전문지식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류 계기를 밝혔다.

1년여간 꿀스테이를 이끌어온 김 의장은 가장 큰 성과로 만점에 가까운 사용자 평점을 내세웠다. 꿀스테이는 출시 이후 줄곧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4.9점(5점 만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데, 내로라하는 국내외 여행 앱 중에서 단연 1위다. 이를 두고 김 의장은 “고객 친화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고객 친화적이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사용하기에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췄다는 것과 합리적인 가격에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객 친화적인 착한 앱 꿀스테이의 최대 무기는 ‘공정성’이다. 꿀스테이는 플랫폼과 제휴업체 간 갈등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구독형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제휴업체는 월 구독료로 최대 50만원을 내면 추가 수수료나 광고비 없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원하는 만큼 할인쿠폰을 발행할 수 있는데, 제휴업체들이 플랫폼 이용료를 절약한 금액만큼 쿠폰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그 혜택이 사용자에게도 돌아가는 셈이다.

광고비를 받고 메인 화면이나 추천 순위에 호텔을 우선적으로 노출하는 서비스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 플랫폼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꿀스테이는 공정한 경쟁을 지향한다. 메인 화면은 모든 유저에게 동일하게 보여지고, 지역이나 객실 타입 등을 설정하면 해당 유저가 자주 방문했던 객실 순서로 노출된다.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숙소를 추천해주는 경우엔 랜덤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게다가 호텔에는 유의미한 데이터도 무료로 제공한다. A라는 호텔을 자주 조회하고 관심 호텔로 지정한 고객이 누구인지 주기적으로 A호텔과 공유하는 식이다. 이런 데이터는 유료화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툴로, 앞으로도 무료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김 의장이 밝혔다.

제휴업체와 유저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반대로 꿀스테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김 의장은 “이용료가 낮고 무료 서비스가 많다는 점은 후발 주자인 우리가 제휴업체와 유저를 효과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이 전략을 고수하는 대신 제휴업체를 최대한으로 늘리고 파이를 키워 수익을 높여갈 것”이라고 궁금증을 풀어줬다. 현재 국내에는 중소형 호텔이 1만 개가 넘는데, 지금처럼 한 업체에서 월 정액 요금을 50만원씩 받는다면 꿀스테이의 한 달 매출이 5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김 의장이 덧붙였다.

이 외에도 부가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 중이다. 우선 특별한 정보를 노출하기 원하는 숙박업체를 대상으로 부가서비스를 진행한다. 그는 “숙소의 청결도가 매우 중요해진 요즘 어떤 방역 업체를 이용하는지와 같은 정보를 부가적으로 적어주길 원하는데, 이런 경우 추가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 앱과 협업도 준비 중이다. 최근 호텔에 묵으면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늘어났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꿀스테이 앱에서 숙소 예약을 하면서 음식까지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 중이다. 조만간 국내의 한 배달 앱과 협업해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엔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 중인 여행 수요와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 OTA(Online Travel Agency) 시장. 비록 후발 주자지만 훈풍을 타고 순항 중인 꿀스테이는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지점이 분명했다.

“3년 내에 제휴점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30%이상 높이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사업다각화가 목표예요. 플랫폼을 사용하는 산업 모두가 대상이죠. 플랫폼 수수료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영역이라면 그게 어떤 산업이든 꿀스테이의 착한 접근법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실버 관련 산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해보고 싶습니다. 갑을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착한 구조를 여러 사업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202309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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