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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한국수산회 회장 

수출 첨병으로 거듭나는 수산업 

이진원 기자
한국산 수산물 수출이 한류 열풍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수출액은 2022년 기준 31억 달러(4조원)를 달성했고 전년 대비 11.8% 늘어난 수치다. 수출 증가세에 탄력받아 수산업계는 우리 수산 제품을 ‘K-Seafood’로 브랜드화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산 단체, 수산 기업, 일선 수협을 아우르는 연합체인 한국수산회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 수출 상담과 홍보 콘텐트 제작 지원 등에 팔 걷고 나섰다. 정영훈 한국수산회 회장에게 한국 수산물의 글로벌 진출 현황과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광명에 자리한 K-씨푸드 미디어 스튜디오는 수산업자가 글로벌 온라인 제품 홍보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사진과 동영상 콘텐트를 무료로 제작해준다. 지난 8월 12일 정영훈 한국수산회 회장이 스튜디오 내 주방 세트를 소개하고 있다.
“수산물을 포함해 모든 식품은 안전만큼이나 소비자의 안심도 중요합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는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했지만 소비자가 불안해해요. 그래서 수산물 소비에 타격이 없도록 한국수산회는 다양한 홍보 및 판매촉진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영훈 한국수산회 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었지만 소비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수산 시장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 이후 수산물 가격이 품목에 따라 20~30%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중순 기준 예전 가격으로 회복했다. 정 회장은 “이번 이슈로 바로 타격을 입은 품목이 활어와 전복인데, 광어는 한때 1kg에 2만5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3만원대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한국수산회는 그동안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소비촉진호소문을 발표하고, 대형마트·전통시장과 함께 상생할인사업, 온라인 수산물 유통 마케팅 등을 펼쳐왔다. 오히려 이번 위협을 관심도가 높아진 기회로 삼아 수산물 소비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수산회의 주요 업무는 내수 소비 촉진 외에도 수출지원사업, 주변국과의 민간어업협력, 자율관리어업 및 이력제 활성화 추진, 수산업 관련 정책 및 제도 연구 등이다. 한국수산회는 해양수산부의 위탁 사업을 이행하며 산하에 150개 회원사, 전국 92개 수협, 수산 단체 등이 있다. 그리고 수산정책연구소를 운영하고 수산 관련 대학 및 연구원 100여 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을 두고 있다.

“최근 들어 수산물을 식사와 간식으로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가공품 개발 및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진수산과 함께하는 ‘100만인 초밥먹기 운동’도 그중 하나죠. 초밥은 수산물과 쌀 소비를 함께 늘려 우리 어민과 농민 모두 혜택을 얻을 수 있어요. 초밥 도시락을 편의점과 마트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을께 대규모 초밥 시식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 어포 등 수산물 가공 스낵류를 영화관 등에 비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검은 반도체’ 김의 질주


내수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출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포착된다. 2022년 우리 수산물 수출액은 4조원(31억 달러)을 돌파했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은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지난 2001년 단일 품목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이래 지난해엔 6억5000만 달러로 큰 폭으로 늘었다.

“김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한 품목의 수출로는 1억 달러가 한계라고 여겼어요. 김이 과잉생산돼 생산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산업계는 생산 제한을 풀고 지속적으로 어장을 확대했고, 다양한 김 가공상품을 생산하며 오늘날 6억 달러 규모로 키웠죠. 현재 해양수산부는 김 수출 목표를 10억 달러로 잡고 있습니다.”

최근 김은 김밥용뿐 아니라 다양한 스낵으로 출시돼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떠올랐다. 현재 우리 김은 세계시장 점유율 70.3%를 차지할 만큼 인기다. 정 회장은 김의 글로벌 인기에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2000년경 미국에 갔을 때 김밥을 싸 간 교포 유치원생이 주변 아이들에게 말똥 같다고 놀림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최근 김밥을 즐기는 외국인이 크게 늘었고 김 스낵도 수출량이 늘고 있어요.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시장도 중국, 유럽, 미국으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출 품목 2위인 참치도 수출액이 지난 2010년 3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억 달러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참치는 동원, 사조, 신라 등 국내 원양어업 기업의 선전에 힘입어 과거 수출 품목 1위를 지켜왔으나 지난 2019년에 김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그 외에 지난 2018년 대비 수출액이 크게 성장한 품목은 명태(1337%), 대구(242%), 이빨고기(메로, 67%), 연어(2322%), 오징어(81%) 등이다. 정 회장은 “굴 훈제구이, 전복 감바스 등 가공품을 캔, 레토르트 형태로 다양화할 수 있다”며 “현재 일본, 중국이 주요 시장이고 최근 소비력이 커진 동남아시아는 떠오르는 시장”이라며 제품과 시장의 잠재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회장은 우리 수산물의 수출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로 한류와 한식의 인기를 꼽았다. 그는 “한류 문화가 유럽, 북미, 아시아에서 한식의 인기로 이어지면서 ‘K-Seafood’로 브랜드화한 게 효과를 보고 있다”며 “세계인들은 우리 수산물의 맛, 품질, 안전성 모두 우수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단지 농경중심사회에서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수산물을 좀더 일찍 수출산업으로 키웠더라면 그동안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수산물 소비 세계 1위, 원양어업 3위일 만큼 어식(漁食) 문화가 발달했지만, 내수시장에만 머무르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수출이 중요합니다. 현재 30억 달러 규모인 수산물 수출은 포장·유통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도 유도합니다.”

글로벌 온라인 시장 공략

한국수산회는 어민과 수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온라인 수출지원 플랫폼과 K-씨푸드 미디어 스튜디오를 최근 론칭했다. 수출지원 플랫폼은 주요 제품의 온라인 전시관일 뿐만 아니라 바이어와 셀러가 직접 수출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 수산업자들은 플랫폼에서 수출 관련 정보를 얻고 각종 지원을 신청할 수도 있다. 한편 K-씨푸드 미디어 스튜디오에서는 수산업체의 제품 사진과 동영상 제작을 무료로 지원한다.

“수산물 생산ㆍ유통 업체들은 영세한 곳이 많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 해도 홍보 콘텐트를 제작하는 게 쉽지 않죠. 이젠 K-씨푸드 미디어 스튜디오에서 제품 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함으로써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어요. 그리고 수출지원 플랫폼에서 구체적으로 바이어와 온라인 수출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통역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수산회는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별 이커머스에 한국관을 개설해 제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라이브 방송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정 회장은 “미국 아마존, 중국 타오바오 등 대형 온라인쇼핑몰에서 국내 수산제품 모음전을 진행한다”며 “라이브 방송이나 제품에 대한 댓글을 보면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들의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K-Seafood 브랜드의 인지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상승하고 있어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가 국내 소비와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인증 브랜드로서 우리 수산물의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며 신뢰를 높이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산업이 디지털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차 산업인 수산업도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소비자들이 우리 수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가공 관리를 강화하고 안전성 검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 정영훈 회장은


- 부산수산대 식품공학과 졸업

- 미 델라웨어대 해양정책학 석사

- 부경대 경영학 박사 22회 기술고시 합격

-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 한국수산회 회장(현)

- 전국수산단체협의회 회장(현)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310호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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