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지만 해외에 더 널리 알려진 유튜버가 있다. 음식과 요리 관련 콘텐트를 올리는 티나 최다. 음식을 만들고 식당을 여는 모든 과정을 꾸밈없이 담아낸 진솔함이 인기 비결이다.
▎티나 최는 350만 명 구독자를 둔 유튜브 인플루언서다. 그녀만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대중이 환호한 결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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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주요 콘텐트인 글로벌 인플루언서인데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크리에이터가 있다. 2023년 9월 기준 유튜브 구독자가 무려 350만 명(인스타그램 팔로어 92만 명)이 넘는 티나 최가 주인공이다. 티나 최가 운영하는 두비두밥(Doobydobap) 채널의 글로벌 팬들은 그녀가 만든 콘텐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진솔함을 꼽는다. 티나는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Z세대 젊은이의 성장 스토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녀 스스로 겪고 있는 어려움, 현실적 고민과 사랑까지 많은 부분을 우리와 공유한다. 티나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며 ‘미자 서울(Mija Seoul)’이라는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그녀를 미자 서울에서 만났다.
이상인: 반갑다. 시간 내줘서 고맙다.
티나 최: 이렇게 ‘미자 서울’에 찾아와줘 고맙다.
이: 3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이면 한국에서도 많이 알아보지 않나?
최: 사실 구독자 99%가 해외에 있어 한국 생활이 해외보다 오히려 더 편한 구석이 있다.
이: 한국인임에도 그렇게 많은 글로벌 팔로어가 생긴 이유가 무엇이라 보나?
최: 아무래도 영어 기반으로 음식 관련 콘텐트를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이런 콘텐트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
최: 2020년 미국 코넬대학(Cornell University)을 졸업했다. 부모님이 모두 의사로 일하시는데, 나도 비슷하게 약학 공부를 했다. 하지만 졸업했을 무렵 팬데믹이 한창일 때라 전공 관련 연구실들도 거의 활동이 없었다.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졸업 후 1년 정도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기로 결정했다. 대학 시절에도 요리에 대한 열정이 꽤 있었던 터라 미국 친구들에 비해 영어는 부족했지만 요리 관련 학교 매거진에 글을 쓰기도 했다. 직접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관련 학위나 경험이 없어 레스토랑에 바로 취업하는 것이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음식 관련 글이나 R&D(리서치) 쪽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생각을 요리와 관련된 포트폴리오로 풀어가기로 마음먹었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2021년 2월 틱톡에 처음으로 요리하는 영상을 올린 게 시작이다.
이: 초기에 틱톡에 업로드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최: 당시 유튜브는 콘텐트를 처음 만드는 나 같은 사람에겐 꽤 높은 장벽으로 느껴졌다. 나보다 더 훌륭하고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만든 높은 퀄리티의 음식 콘텐트가 이미 많았다. 반대로 틱톡은 트렌디했다. 감각적인 콘텐트를 만드는 데 나름 자신도 있었다. 프로페셔널한 요리사나 배경 없이 홈쿠킹처럼 친근한 배경으로 수많은 일반인이 만든 요리 영상이 틱톡에 많았다. 그래서 돈코츠 라멘이나 김치 담그기처럼 나름 만들기 어려운 것들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며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이: 그러다 유튜브로 넘어오게 된 계기는?
최: 일을 할 때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가도 내게는 대단히 중요하다. 요리 레시피 영상을 만드는 건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틱톡 사용자들은 크리에이터에게서 한 가지 스타일이나 카테고리만 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떤 트렌드가 뜨고 짐에 따라 해당 크리에이터도 함께 잊히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만드는 영상 외에 내 개인적인 이야기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틱톡은 비디오 자체가 우선인 데 반해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로 메인 채널을 옮겼다.
이: 이후부터 지금 같은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시작된 건가?
최: 그렇다. 한국에 있는 노포들도 좋아하고 한국 음식 자체를 워낙 좋아해 이를 소개하는 관련 콘텐트도 여럿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만 포커스된 영상을 만드는 일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영상에 올릴 스토리를 쓰며, 음식을 매개체로 내가 지금 살아가는 순간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영상에 반영하고 싶었다. 요리를 하고,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음식점을 열기까지 내가 겪은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듯이 브이로그로 편집해나갔다.
이: 오랜 타국 생활을 거쳐 한국에 돌아온 느낌은 어땠나?
최: 유학 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 사계절을 모두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학창 시절에는 한국에 너무 오래 나와 있으면 다시 돌아가기 쉽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에 장기간 머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졸업 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양한 도전을 하고 여러 도시에 들렀다가 한국에 왔는데, 그 당시 내 유튜브 구독 자가 1만 명 정도였다. 적은 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튜브만으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 지속적으로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결국 한국에서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찾아야 진짜 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시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궁극적인 커리어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보다 조금 더 깊이 있고 다면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요리와 관련된 콘텐트를 만들기도 하지만 식당을 오픈하는 모든 과정과 이에 담긴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야기에 담았다. 레스토랑 자리를 구하고 그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오가닉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과정부터 지금의 파트너 케빈(Kevin)이 한국에 와서 이 모든 프로세스를 함께하는 모습까지 영상에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모두 영상에 솔직하게 담아 스토리를 만들었다.
▎레스토랑 ‘미자 서울’을 함께 운영 하는 파트너 케빈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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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로 그 지점 같다. 티나 최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솔직한 내용과 고민, 발전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구독자 1만 명 유튜버가 350만 명이나 되는 글로벌 인플루언서로 성장한 것 아닌가.
최: 많은 분이 공감해주고 좋게 봐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 미자 서울 운영은 현재 어떤가?
최: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긍정적일 때도 있다. 같이 일하는 정우라는 친구가 있는데, 주방이나 프런트에 사람이 없을 때도 ‘정우가 도와주니까 할 수 있어’ 같은 마인드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큰 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회사를 운영할 때 필요한 구조적인 부분, 리더십, 인사관리(HR)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과 행동의 기로에 있을 때 행동을 먼저 하는 편이다. 때로는 일을 추진하는 방식이 무모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애초에 시작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부족한 부분들, 특히 디테일이나 오퍼레이션적인 측면에서 파트너인 케빈이 큰 도움을 준다. 미자 서울을 준비하며 보낸 지난 몇 달간의 시간이 MBA 대학원을 몇 년간 공짜로 다닌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미자 서울의 비전은 무엇인가?
최: 음식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지만 가성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또 하나의 요리를 만들 때 그 안에 어떤 가치를 담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선별하고 사용하는지부터, 이를 만드는 사람들과 손님을 응대하는 분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부분까지 신경 쓰고자 했다. 요즘에는 식당 옥상에 직접 텃밭을 만들어 재료를 가꾸고 사용한다. 이런 모든 가치가 종합적으로 들어간 음식을 손님이 드셨을 때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디시(dish)’라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
▎350만 명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 ‘두비두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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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보면 힘든 순간도 적지 않을 텐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최: 며칠 전 처음으로 불안장애 증상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 유튜브 영상 제작과 관련해서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 만들고자 하는 영상에 대한 비전이 있고, 이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어느 정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들, 가령 직원 고용에서 오는 어려움이나 건물주와의 갈등 같은 것에 너무 지쳤다. 하지만 완전 바닥을 찍고 올라오며 나 자신을 믿고 열심히 한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커리어에 집중하느라 놓치고 살았던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들로 위로받는다. 네일숍 방문하기, 운동하기, 친구들 만나기 같은 것들 말이다. 지금 손에 한 네일도 엊그제 새로 한 거다.
이: 유튜브의 성공과 미자 서울 오픈에 이은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최: 열심히 공들인 결과 이제 미자 서울은 나와 케빈이 모든 부분을 일일이 직접 하지 않아도 운영에 차질 없을 정도로 자리가 잡혔다. 하지만 파인 다이닝 메뉴를 파는 플래그십스토어이기 때문에 대중성이나 수익성이 크게 좋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서 손님들이 편하게 와서 드실 수 있는, 미자 서울보다 조금 더 대중적인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 중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요리를 기반으로 한 관련 굿즈나 출판도 생각 중이다. 결국 내가 하는 여러 활동의 근본엔 유튜브 채널 두비두밥(Doobydobap)이 있다. 여전히 촬영과 편집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이다. 그래야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영상에 담고 유지할 수 있다.
※ 이상인 - 이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Google 본사에서 YouTube 광고 디자인 시스템을 리드(Staff designer)하고 있다. Microsoft 본사, 클라우드 인공지능 그룹의 플루언트 디자인 스튜디오를 총괄했고, Deloitte Digital 뉴욕 오피스의 창립 멤버로 근무했다. 디지털 에이전시인 R/GA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저서로는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외 세 권의 베스트셀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