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열린 2023 CES에서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3관왕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센서가 탑재된 기능성 운동복을 입으면 개인별 맞춤 운동 솔루션이 제공되는 혁신 서비스다.
▎민은주 피에트 대표는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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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데이터에서 촉발한 변화가 헬스케어 업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헬스클럽을 찾아 고가의 퍼스널트레이닝(PT)를 받는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비대면 트레이닝 플랫폼이 넘쳐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를 9조원으로 추정한다. 이 중 4조원이 스마트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시장이다. ‘만보계’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스마트워치는 걸음 수·심박수·체지방·골격근량 측정 등 본격적인 웨어러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연 주인공이다.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의미다.2023년 CES 혁신상에서 3관왕을 차지한 피에트(FIET)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과 혁신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피에트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창업한 AI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올해 열린 CES에서 디지털헬스 부문, 피트니스·스포츠 부문, 웨어러블 기술 부문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피에트를 이끄는 민은주 대표를 맡아 디지털과 AI에 웨어러블까지 접목한 기술의 진화를 물었다. 민 대표는 피에트 합류 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마케팅 부문 부사장을 지낸 신사업 전문가다.
피에트는 어떤 기업인지 소개 부탁한다.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쥬비스를 모체로 출발한 AI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EVERYDAY STAY FIT’이라는 슬로건 아래 개인의 운동·식단·수면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한다.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다.
AI 운동 슈트로 개발한 ‘룹웨어’가 시장에서 화제다.스마트워치 수준에 머물던 웨어러블 기기를 운동 전용 옷으로 개발했다. 기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와 가장 큰 차별점이자 피에트만의 경쟁력이다. 신체에 직접 착용하고 운동하는 기술이 포함된 스마트 기능성 운동복 룹웨어를 개발했고. 여기에 장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로 AI 센서인 룹코어를 탑재했다. 룹코어는 상체와 하체에 각각 센서 2개를 달아 7개 동작 수행을 통해 전신을 측정한다. 신체를 8개 부위로 나눠 유연성, 근지구력, 근력을 구체적인 수치로 진단 평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근기능 역량에 따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알고리즘으로 측정, 평가, 제안, 관리까지 이뤄진다. 자기 몸 상태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근육의 퀄리티와 디테일, 관절의 가동성과 안정성 등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맞춤형 운동 제안이 가능하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다.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정말 쉽지 않았다. 의류 전문가, 센서 전문가, 운동 전문가 등이 모두 뛰어들어야 했다. 디자인부터 제조, 양산까지 100% 국내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제작했다. 기능성 웨어러블 의류다 보니 베트남이나 중국에 외주를 줄 수도 없었다. EMS(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웨어에 장착하는 AI 센서인 룹코어에는 사용자의 움직임 방향, 흔들림,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해주는 자이로 가속기 센서가 탑재돼 있다. 움직임 패턴 및 근육 기능을 측정해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소재 자체를 어댑티드 셰이핑 원단으로 만들었고 컴프레션 기능도 접목했다. 입고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혈행 개선과 근육 컨트롤에 도움을 준다. 운동선수들이 이용하는 테이핑 요법을 떠올리면 쉽다. 의류와 센서부터 운동 콘텐트까지 개발하는 데 12개월이 걸렸는데, 보통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개발 기간이 9개월 정도다. 우리는 운동 기능까지 접목했으니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운동 진단과 솔루션 개발에는 누가 참여했나.피에트가 제공하는 모든 운동 콘텐트 개발은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인 홍정기 교수와 함께했다. 신체 조건이 모두 다른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4만 개가 넘는 데이터를 모아서 AI 알고리즘으로 구현했다. 더욱이 우리는 다이어트 전문기업인 쥬비스에서 출발했다. 다이어트, 즉 체중조절은 건강관리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쥬비스는 지난 20년간 고객 30만 명, 데이터 600만 개를 쌓아왔다. 어디에서도 확보하기 어려운 데이터다. 연간 수십만 명이 데이터에 기반한 체중 관리 노하우를 접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피에트의 출발이기도 했다.
구체적인 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각 신체 부위의 근 기능(근력, 근지구력, 유연성)을 진단하기 위해 7가지 동작으로 이뤄진 ‘인모션 근기능 진단’을 수행한다. 여기서 개인별 운동 능력과 신체 가동성, 근 기능 상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룹코어 센서는 개인별 움직임 패턴과 근육 기능을 측정해 맞춤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주 단위로 관리하고 추적하는 게 기본이다. 내 몸의 변화를 수치라는 데이터로 확인하고 증명하게 된다. 기능성 룹웨어 덕분에 하루 20분만 해도 충분한 운동량을 기대할 수 있다.
운동뿐 아니라 식단과 수면까지 분석한다고 들었다.주기적인 운동 습관과 올바른 생활 속 헬스케어가 우리의 모토다. 피에트는 크게 운동, 식이, 마음을 종합관리의 세 가지 요소로 분류한다. 센서로 몸 상태를 측정하고 진단해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운동을 제안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운동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식단이다. 고객이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면, AI 영상 스캐닝으로 탄수화물 중독인지, 지방을 많이 먹는지 등을 분석한 후 개인별 맞춤 식단을 추천한다. 10월부터는 맞춤형 관리 식단인 6-10 제품도 생산해 제공한다. 아침을 깨우는 어웨이크 라인, 에너지를 충전하고 보충하는 차지 라인과 리프레시 라인, 하루를 마무리하는 힐링 라인 등으로 구성된 맞춤형 관리식단이다.
오프라인 사업 계획도 궁금하다.올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교와 협업해 웰니스 코칭 전문가를 직접 양성하고 있다. 이들이 피에트 고객들과 연계되는 구조다. 웰니스 코칭 전문가는 개별적으로 관리되던 건강 영역을 통합 관리해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운동, 심리 코칭, 식습관 관리, 건강관리 등 4개 영역별 최신 이론을 적용한 전문가들이다. 12주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는데, 올해 40명가량이 수료할 예정이다. 피트니스센터나 강사들이 피에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레이닝할 수 있는 B2B 플랫폼도 만들어 글로벌화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감으로 하는 PT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트레이닝이 보편화됐다. 요즘 “고객이 너무 똑똑해져서 힘들다”는 피트니스 전문가들의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이들도 공부해야 한다. “AI 시대를 두려워하지 말라, 휴먼터치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제대로 가르치는 솔루션을 전달하는 진짜 전문가가 돼야 한다, 얼리어답터가 돼라”고 조언한다.-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