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누군가 먼저 밑그림을 그리고 이후 후발 주자들의 경쟁을 통해 산업화가 이뤄진다. 국산 PDF 솔루션 시장을 개척해 ‘페이퍼리스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유니닥스는 전자문서 업계의 퍼스트 무버다. 경쟁력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다.
▎정기태 유니닥스 대표는 “우리는 종이문서에서 전자문서로의 디지털전환을 주도해왔다. AI 등 미래지향적인 연구개발과 사업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
#1. 중요한 서류 하나 떼려면 절차도 여러 단계, 내야 하는 서류도 복잡했던 시절이 있었다. 민원인의 불편은 물론이고, 민원행정 서비스의 비효율성은 늘 혁신 대상이었다. 종이 서류 중심이다 보니 행정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가 도입되자 이 문제들은 한 방에 해결됐다. 민원 서비스는 간소해졌고, 저탄소 녹색성장 실천도 가능해졌다. 사회적 비용 절감과 함께 민원행정 서비스도 선진화했다.#2. 보험사 상담원이 고객에게 전화로 보험상품을 설명하지만 단순 음성만으로는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상담원 입장에선 스크립트 낭독으로 인한 업무 피로도가 상당하고, 고객에게는 불완전판매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DB손해보험 등은 ‘보이는 TM 시스템’을 도입했다. 상담원과 고객이 스마트폰 화면에서 모바일용 상품설명 문서를 같이 보면서 음성 안내를 받게 된 것. 보험사는 청약 과정 간소화로 매출과 계약 유지율이 증가했고, 고객 입장에서는 상품 이해도가 높아졌다.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케 한 회사가 바로 유니닥스다. 기업의 전자인장 시스템, 보험사 등의 맞춤형 약관관리 시스템, 공공기관의 전자증명서 발급·유통 시스템 개발에 제일 먼저 뛰어들어 시장을 개척하면서 ‘전자문서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꼽힌다. PDF 솔루션이 원천기술로, 대표 제품은 ezPDF Editor 3.0이다. 과거부터 정부24, 행정안전부의 전자증명서 발급 유통시스템 등 대국민서비스를 구축해왔으며 최근 보이는 TM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전자문서 환경 구축, 비대면 문서 협업 시스템, 인공지능(AI) 전자문서 서비스, 클라우드 전자문서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12월 12일 G밸리 유니닥스 사무실에서 만난 정기태 대표는 “그동안 공공기관에서부터 민간분야까지 디지털 문서 업무 환경 실현에 앞장섰더니 우리 회사를 ‘종이문서를 없앤 기업’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또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누군가 먼저 나서야 하고, 그래야 이후 진입자들이 좀 더 활발하게 경쟁할 수 있다. 그것이 퍼스트 무버의 역할”이라며 “후발 주자가 늘어나고 기술 환경이 변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우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보이는 TM’이 텔레마케팅 시장 대세 될 것”
▎유니닥스는 지난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소프트웨이브 2023에서 ‘ezPDF Editor ON’을 선보였다.(오른쪽)10월에는 한국어 교재 서비스 ‘한글로e’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참가했다. / 사진:유니닥스 |
|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박사 과정을 걷던 정 대표는 군 제대 후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 친구와 함께 일종의 인디자인 프로그램 개발 회사를 차렸는데, 첫 창업에선 쓴잔을 들었다. 이후 2000년 8월 두 번째로 창업한 회사가 바로 PDF 솔루션 기술 기반의 유니닥스다. 당시 PDF는 미국 어도비에서 만든 문서파일의 한 형태로,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모든 PC에서 동일한 형태의 문서를 볼 수 있는 파일 포맷의 표준으로서 인기였다. 하지만 한국에선 한글 폰트를 안정적으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던 상태. 유니닥스는 한글 전용 폰트를 글꼴이나 이미지 대체 없이 원본과 동일하게 완벽한 변환을 지원하는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한글과컴퓨터, 마이크소프트 등과 협업해 시장을 키웠다.정 대표는 “창업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은 PDF와 이미지를 구분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지금은 행안부의 정부24, 대법원 등기, 국세청 연말정산, 금융권의 전자청약·전자계약·보이는 TM, 기업의 전자회의·업체 간 계약 등 모든 업무에서 PDF 전자문서가 종이문서를 대체하고 있다”며 “전자문서가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 기여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유니닥스가 2000년대 초중반 국회 회의록부터 의정 자료서류제출까지 PDF 전자문서를 활용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후 2010년까지 교보문고 전자책 서비스를 구축했고, 공공기록물관리를 위한 국가표준인 문서보존포맷을 개발해 전 공공기관에 제공했다. 행정안전부의 ‘정부24 서비스’를 비롯해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행정안전부 ‘전자증명서 발급 유통 시스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대한법률구조공단 ‘PDF 전자문서 비식별화 시스템’ 등이 유니닥스의 작품이다.특히 유니닥스는 2010년대 들어 모바일과 태블릿이 등장하자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와 iOS용 PDF 뷰어를 개발해 제공하면서 시장을 선도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2010년대 중반까지 태블릿을 이용한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 대표는 “당시 아이폰은 PDF 문서를 볼 수 있는 기본 기능을 탑재했지만 안드로이드폰은 그렇지 않았다”며 “안드로이드폰에서 기능할 수 있는 PDF 앱을 선보이자 유료인데도 몇백만 카피가 나왔고, 이어 일본과 스페인 등에 수출도 시작했다”고 말했다.‘보이는 TM 시스템’도 유니닥스의 자랑이다. 전자문서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웹 기술(WebRTC)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 것. 기존 TM 업무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사용자가 최대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PC나 모바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정 대표는 “고객과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개발자들이 수많은 브레인스토밍 끝에 개발한 결과물이다. 그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해왔지만 고객사와 소비자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단언컨대 보험 분야 외에도 금융, 통신 분야 등 향후 텔레마케팅 시장은 ‘보이는 TM’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니즈 파악, 기술력으로 비즈니스 모델 창출최근 선보인 ‘ezPDF Editor ON’(에디터온)에도 유니닥스의 혁신 기술이 담겼다. 유니닥스의 대표 제품인 ezPDF Editor3.0은 PC용으로 만든 소프트웨어. 이를 개선한 에디터온은 모바일 디바이스(태블릿)에 적합한 필기, 리더기 등의 기능을 강화했다. 또 클라우드를 통한 PC와 동기화를 지원해 어디서나 편리하게 문서를 편집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정 대표는 “기존 ezPDF 3.0은 개인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해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에디터온은 유료 서비스인 만큼 유니닥스의 우수한 기술과 함께 AI 기술과 융합된 기능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며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퍼스트 무버인지라 시행착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2014년 전자책을 만들기 위한 제작 도구와 플랫폼을 구축해 시장에 내놓았지만 당시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면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때 연구·개발했던 양방향 인터랙티브 기술은 현재 ‘보이는 TM’ 서비스와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었다. 정 대표는 “일반 IT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자문서 업계의 기술적인 진보나 트렌드 역시 IT 기술 간의 융복합을 통해 발전한다”며 “이제는 전자문서 자체 기술만이 아닌 클라우드(SaaS)나 블록체인, WebRTC, AI 등 다양한 IT 기술과 융복합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유니닥스는 지속적인 R&D 투자와 전문개발진, 기업부설연구소, 유지보수팀을 운영하며 전자문서 기술 경쟁력과 안정성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유니닥스 임직원의 50% 이상이 개발 인력이고, 15년 넘게 근속한 고급 인력도 상당수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저작권 33종, 1등급 GS인증 10종, 국내와 해외에서 10종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2023년 들어 미래전략실과 인공지능(AI)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새롭게 정비한 유니닥스는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 ‘한국어교재유통서비스 한글로e’ 등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과 ‘생성형 AI’ 연구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글로e는 국내 주요 대학교 어학당에서 제작한 한국어 교재를 음원과 문제풀이 기능을 더한 전자책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학습자는 한글로e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 한국어 음성을 들으면서 학습할 수 있다. 모바일·태블릿에서 문제를 풀고 자동 채점, 필기 등의 기능이 강점이다. 정 대표는 “단순히 교육 콘텐트의 e북 뷰어 역할이 아니라 문제 풀이, 멀티미디어 활용 등 실시간 양방향 개별 학습지도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방법론”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교육 환경에서도 이러한 플랫폼 서비스 제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수 인력 확보 위해 복지제도에도 힘써유니닥스의 기업 철학은 ‘과거를 보존하고 현재를 기록해 미래를 설계한다’이다. 정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의 니즈를 읽고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기술적인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인재이고, 특히 우리처럼 기술력이 생명인 회사에서는 직원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대표적인 게 근무 환경 조성이다. 유니닥스는 지난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회사는 현재 유연근무제, 가족 돌봄 휴직·휴가, 매주 1회 가족사랑의 날, 매월 1회 문화의 날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매월 셋째 주에 탄력근무제를 시범 운영하는 등 임직원의 일과 여가의 균형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정 대표는 “복리포인트, 자기개발비 등 비용 지원뿐 아니라 정시퇴근제, 조기퇴근제 등을 도입해 요즘 트렌드에 맞는 회사로 바꿔가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정 대표의 말이다. “우리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려고 한다. 복지제도 또한 대표가 지시하기보다는 경영관리본부에서 직원들의 니즈를 파악해 설계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몰입도 높은 업무문화 조성과 직원이 행복한 기업문화를 만들 것이다. ‘정년을 꿈꾸는 회사’, ‘일과 생활의 터전이 되는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