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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의 혁신가(10) 하영재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 대표 

LED 전광판에 신기술을 쏘다 

조득진 선임기자
30년 넘도록 국내 LED 전광판 업계의 혁신을 리드해온 공학박사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머릿속 회로를 돌리고, 신기술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그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영재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 대표는 “엔지니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이다. 그리고 그 도전 과정은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영재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전광판 기업에 입사해 경부선 행선안내전광판(TDI)을 시공한 데 이어 부산지하철 1단계 사업 TDI도 설치했다. 1989년 일본 후쿠오카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박람회에서는 한국관 부스의 기술정보시스템(TIS) 전광판 설치를 주도했다. 독립 후 KT와 SK의 콜센터 전광판을 구축했고,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인천국제공항 TIS 인프라 사업에 FIDS 분야 사업자로 협력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엘리베이터 인포메이션 전광판, 환경오염 안내 전광판도 하 대표가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한 결과물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은 수많은 특허와 인증으로 이어졌다.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의 색이 번져 보이는 것을 방지하는 4웨이(Way) 서브픽셀 어드레싱 제어기술, 전광판의 선명한 화질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하는 GIS 휘도 보정기술, 전광판의 소비전력을 최소화해 비용을 줄이는 통합형 절전 영상 제어기술, 전광판의 운영을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실시간 운영상태를 확인하는 원격 제어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전광판 분야에서 국내 특허 54개, 해외 특허 7개를 출원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증하는 신기술(NET)·신제품(NEP)도 8개나 확보했다. 매출 2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으로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는 옥내외 LED 전광판 전문기업으로 30여 년 동안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해왔다. 특히 공학박사인 하 대표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부단한 R&D가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그가 만든 GIS 휘도 보정 제어기 LED 전광판은 세계 최초로 휘도 균일도를 오차범위 10% 내외에서 3% 내외로 줄여 고품질 영상과 선명한 화질을 구현했다. 이 공로로 지난 1월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1월 수상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1월 10일 서울 구로구 G밸리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 본사에서 만난 하영재 대표는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첨단기술·제품 개발에 꾸준히 매진해야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도 전광판 시스템 개념도를 그리고 임직원들과 토론하는 등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혁신 기술·고성능으로 ‘업계 최초’ 선도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의 전광판 설치 사례. / 사진: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며 ‘언젠가 LED라는 작은 반도체 소자가 세상에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는 하 대표는 졸업 후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외국계 회사에 입사해 개발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한 동방전자산업으로 이동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LED 전광판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에선 ‘LED가 미래 먹거리’라며 관련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하 대표의 첫 작품은 1989년 일본 후쿠오카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박람회 한국관 부스의 기술정보시스템(TIS) 전광판이었다. 이는 대전엑스포 국내 TIS 전광판 구축으로 이어졌다. 하 대표는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 내 정보표시판도 당시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에 성공하면서 전광판 기술 생태계의 외연을 넓혔고, 이 기술은 일본의 후지쯔엘리베이터에 수출하기도 했다”며 “도로 위나 공공기관, 공원 등에 설치된 환경오염 전광판 또한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해 선보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몇 해 후 기술개발자들과 함께 동업으로 설립한 동방데이타시스템에서는 KT와 SK, IBM, 삼성, LG 등 다수의 콜센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최초로 운항정보안내전광판시스템(FIDS)을 설치한 것도 이때다. 당시 인천국제공항의 TIS 인프라를 책임지던 삼성전자와 협업으로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다.

전광판 업계가 꼽는 혁신 기술은 높은 해상도 유지, 원격제어 기능, 절전 요소 등이다. 이 모두 ICT 기술과 결합해야 효과가 난다. 하 대표는 1999년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으로 혁신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LED 모듈의 교체나 노후화에 따른 휘도 차이를 보정해 전광판을 새것처럼 복구하는 ‘CCD 카메라 영상 기반 GIS 휘도보정 제어기가 적용된 전광판’, 전광판을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도 이미지가 균일하게 나타나도록 하고 색이 번져 보이거나 여러 색이 뒤섞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방지하는 ‘고해상도 전광판 구현을 위한 4웨이(Way) 서브픽셀 어드레싱 제어기술’, 고장이 생기면 불량 부분을 스스로 복구하는 ‘고속 이중화 자동절환 원격제어 기술을 이용해 중단 없는 영상 표출이 가능한 LED 전광판’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혁신 기술은 경기장의 풀컬러 전광판과 스코어보드, 시설의 안내 홍보 전광판, 환경 재난 안내 전광판(TDI), 열차행선안내장치, 운항정보안내전광판시스템(FIDS), 도로안내전광판시스템(VMS) 등에 쓰인다.

하 대표는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중 좋은 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부가 실험과 테스트 등 연구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물이 나오면 조달청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 같은 특허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의 공급 계약 중 70~80%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는 “정부가 주관하는 NET(신기술)·NEP(신제품) 인증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면서 업계 강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효율 높이면서 절전 효과’ 신기술 개발 중


▎하영재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 대표는 “우리는 전광판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 대표가 자사의 ‘4Way 기술’이 들어간 전광판 모듈 설치를 시연하고 있다.
창업과 함께 G밸리의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한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는 2012년에는 LED 전광판과 영상 컨트롤러 분야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법인 KLD(Korea Lighting Display)를 설립했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연구소, 경기도 화성시 비봉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 대표는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 기술부문 대표와 KLD 대표를 맡고 있다.

동방데이타테크놀로지와 KLD, 두 회사에서 최근까지 특허를 등록한 신기술은 국내 54개, 해외 7개이다. 이들 신기술 개발은 하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는 공학박사로, 2020년부터 2년 동안 진행된 ‘원격감지·통합관리 및 재난대응이 가능한 블록일체형 IoT 전광판 시스템 개발’을 비롯해 ‘LED 전광판 시스템의 VLC 데이터 전송 모듈 개발’, ‘고품질 영상표출을 위한 GIS 휘도보정 제어 LED 전광판 시스템’ 등 국책과제에서 본인참여율 80% 이상을 기록했다.

하 대표는 “기술개발 과정은 ‘소걸음으로 먼 길을 가는 우보천리(牛步千里)’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릇에 물방울이 급하게 떨어지면 그릇 밖으로 튀어나간다. 천천히 떨어지는 물방울이 그릇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며 “기술개발 과정에서 한 번도 욕심을 내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뛰지 않고, 폼 잡지도 않으면서 꾸준하게 걸어가는 것이 우리 회사의 연구개발 철학”이라고 말했다.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은 30년 넘도록 여전하다. 아이디어를 즉시 도면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필기구를 항상 가까이에 둔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머릿속의 회로를 돌린다. 계속적으로 몇 번이든 간에 회로를 구성하면서 혼자 머릿속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개념도가 되고 설계도로 구체화되어 혁신적인 제품과 특허 기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몰입의 즐거움을 밑거름 삼아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최근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는 새로운 영상 테크닉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감마 보정 기술을 통해 LED 전광판의 효율을 높이면서 절전 효과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하 대표는 “예를 들면 음반은 주파수 중에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부분을 떼어내고 음악을 담아 용량은 줄이고 효율을 높였다”며 “같은 개념으로 영상에서도 가시광선 외의 신호를 잘라내면 선명도를 유지하면서 절전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실험에서 30% 정도의 절전 효과를 냈고, 실제 현장에서도 20% 이상의 절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이는 오는 4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차세대 전광판과 관련한 회사의 고민과 혁신을 담은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물과 관광지에서 AI와 결합한 전광판 소프트웨어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입체적인 전광판이 나올 시점이고, 이를 활용할 소프트웨어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 과정은 즐거워야 한다”

1999년 10월에 창업했으니 올해 25주년. 하 대표는 “시련과 영광의 시간을 함께해온 임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에서는 15년 근속 임직원의 대학원 등록금을 지원하고, 과장급 이상은 자동차를 렌트해 제공한다. 몇 해 전부터는 강원도 평창에 리조트를 분양받아 직원 휴게소로 운영하고 있다. 모두 중소기업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복지 혜택이다. 하 대표는 “직원들이 R&D 역량을 극대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한 덕분에 우리회사에는 석사, 박사가 많다”며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성과급 300% 지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월급’을 중심에 두면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일터가 되지만, ‘업(業)’을 중심에 두면 회사와 직원이 파트너로 공존하는 사회가 된다. 그렇게 일을 하면 목적의식이 생기고 미래가 보이게 된다. 우리 직원들은 애사심이 강해 언제나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한다. 권한을 많이 부여하니 이직률도 굉장히 낮다. 회사는 직원이 일을 하게끔 돈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다. 현재까지 회사가 걸어온 길이자, 미래를 향한 주문이기도 하다. 하 대표는 “많은 사람이 미래를 예측만 할 뿐 먼저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를 앞당기는 마음으로 반걸음만 앞서 나가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특히 엔지니어에게 ‘도전’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도전 과정은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2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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