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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버니의 제국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즈 오카시오는 음원 스트리밍과 SNS의 힘을 절묘하게 활용해 세계에서 무척 유명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활동명 ‘배드 버니’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그는 이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와 패션, 스포츠 산업에 걸친 방대한 제국을 구축하는 중이다.

▎ 사진:PHOTOGRAPH BY TIM TADDER FOR FORBES
10월 12일 밤 11시 30분,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에 있는 아그레롯 콜로세움(Agrelot Coliseum)은 관중으로 꽉 들어찼다. 1만6000명이 넘는 배드 버니(Bad Bunny)의 슈퍼팬들이 그의 신규 앨범 수록곡을 누구보다 먼저 듣기 위해 모인 것이다. 산후안 출신의 영웅이 어떤 곡을 선보일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즈 오카시오(Benito Antonio Martinez Ocasio)란 이름으로 태어난 배드 버니는 경계를 허무는 아티스트다. 지금까지 그가 발매한 정규 앨범 4장을 보면, 힙합과 레게톤, 라틴팝, 푸에르토리칸 트랩, 멕시칸 컨트리 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다. 오늘 공연에 모인 관중의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배드버니가 최근 히트곡 ‘운 프리뷰(Un Preview)’에서 입고 나왔던 흰색 티셔츠를 입고 플랫 브림의 푸른색 힙합 모자를 쓴 사람들만 수백 명이었고, ‘웨얼 쉬 고우즈(Where She Goes)’에서 그가 썼던 카우보이 모자를 쓴 사람도 있었다. 토끼 귀를 차고 나온 사람도 아주 많았다.

“아버지와 함께 살사 음악을 들었고, 어머니와 함께 발라드와 메렝게 음악을 들었습니다. 1990년대 키즈로서 레게톤과 랩 음악도 빼놓을 수 없죠.” 배드 버니가 자신의 모국어 스페인어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했다. “장르와 국가, 시대별로 활동한 여러 아티스트가 제 안에 있습니다.”

올해 29세인 배드 버니를 설명하는 유일한 상수가 있다면, 그의 손을 거쳐 나오는 것들은 전 세계에서 히트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2019년 포브스 ‘30세 미만 30인’ 목록에 포함된 배드 버니가 발매한 곡들은 지난 3년간 스포티파이에서 359억 회 재생되면서 그를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지금까지 조회수 320억 회를 기록했다. 저스틴 비버와 에드 시런, 심지어 테일러 스위프트보다 많은 횟수다. 지금까지 그래미상을 3번 받았고, 라틴 그래미상은 11번이나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등장한 최초의 라틴 아티스트로 등극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순전히 스페인어로만 된 노래로 이 모든 위업을 이루었다는 점도 대단하다. 그는 “스페인어는 제 정체성의 일부로, DNA에 녹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디를 가든 스페인어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스페인어를 강요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스페인어가 저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는 엄청난 부자가 됐다. 지난해 배드 버니는 월드투어와 수십억 회에 달하는 스트리밍 횟수, 아디다스와 코로나 등 유명 브랜드와 홍보 계약을 맺어 세전 약 8800만 달러 수입을 올렸다. 올해 포브스 엔터테이너 고소득 순위에서 단숨에 10위에 오르며 데뷔할 만큼 많은 금액이다.

“돈이 유일한 고려 사항은 아닙니다.” 파트너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을 묻자 그가 대답했다. “그보다는 제가 얼마나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그들이 제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을 어느 정도 주는지를 더 고려하죠.”

공연장으로 돌아가보자. 롤스로이스 실버 섀도 위에 앉은 배드 버니가 천장에서 서서히 내려오자 이를 발견한 관중들이 폭발적인 환호성을 보냈다. 그는 절반은 풀어 헤친 화이트 와이셔츠 위에 버건디 슈트를 입고 있었다. 얼굴에는 스파이더맨 같아 보이는 검은색 가면을 썼는데 눈 부분은 붉은색이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신곡을 선보이려니 정말 떨리네요.” 그가 말했다. 아이폰의 재생 버튼을 누르자 신규 앨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Nadie Sabe lo que va a Pasar Mañana)]를 공개하는 파티가 시작됐다.

가사를 전혀 모르는데도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신곡에 맞추어 춤을 췄다. 배드 버니는 올해 초 발매한 앨범에서 2곡만 부르고 다른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던 그는 자정이 되자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버즈컷으로 자른 머리를 드러냈다. 자신을 월드 스타로 만들어준 초기 트랩 음악에 경의를 표하는 앨범이라 그에 맞춰 헤어스타일도 바꾼 것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SNS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만 듣던 음악을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선보여 인기를 얻은 진정한 글로벌 스타라는 점에서 배드 버니는 모던팝 아이돌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를 제대로 읽어내는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스포티파이 뮤직 부문 글로벌 총괄 제레미 얼리치가 말했다. “그는 문화를 결정하고 이끌어갑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전 세계는 더욱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스포트파이에서 라틴 뮤직의 스트리밍 횟수는 170% 폭증했다. 서아프리카 아프로비트, K팝과 함께 라틴 뮤직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 스포티파이, 판도라, 애플 뮤직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밈으로 입소문을 끌며 수억 명을 청취자로 끌어왔다고 스포티파이의 얼리치가 말했다. “과거에 공고했던 앵글로 음악의 독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와해되고 있습니다.”

배드 버니의 활동은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초 그는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콘텐트 [카산드로(Cassandro)]에 출연했다. 10월에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호스트이자 음악 게스트로 출연해 두 가지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배드 버니의 디지털 아바타 버전을 만들어 블록버스터 레슬링 게임 WWE 2k23 캐릭터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을 1년간의 휴식기에 해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투자에도 열심 - 마르티네즈 오카시오는 자기 수입 중 5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 저택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다.
활동 범위가 넓고 팬층도 다양하다 보니 WWE 레슬링 경기장에서 이탈리아 쿠튀르로 위화감 없이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가을 그는 ‘30세 미만 30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켄달 제너, 슈퍼모델들과 함께 고급 사보이 여행 가방을 들고 구찌 광고에 등장했다. 그전에는 열혈 팬들을 거느린 신발 브랜드 크록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0년 야광색 신발 라인을 만들어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그가 아디다스와 최근 선보인 160달러짜리 파소 피노(Paso Fino) 트레이너 슈즈도 매진 상태다.

파소 피노는 독일 스포츠웨어 기업 아디다스와 배드버니가 14번째로 선보인 신발이다. 그에게 협업을 제안한 신발 브랜드는 많았지만,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전적으로 권한을 허락해준 곳은 아디다스가 유일했다. “한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아디다스 오리지널(Adidas Oiginals)의 글로벌 총괄 매니저 토르벤 슈마허가 말했다.

세계적 슈퍼스타가 되기 전 배드 버니는 푸에르토리코 항구도시 아레시보에 있는 푸에르토리코대학에서 시청각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소박한 ‘베니토’였다. 수업이 끝나면 그는 에코노 매장에서 식료품을 사 들고 집에 돌아와서 라틴 트랩 음악을 작곡해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곤 했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시기는 2016년이다. 그가 작곡한 트랩 싱글 [내가 더 나빠(Soy Peor)]로 누구나 아는 유명 인사가 된 것이다. 같은 해 발매한 [딜레스 리믹스(Diles Remix)]가 연이어 히트하면서 그는 글로벌 스타덤에 올랐다. 2018년까지 그는 드레이크, 카디 비, 제이 발빈 등 유명 가수들과 컬래버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봉쇄 조치가 시작되기 몇 주 전에 열린 마이애미 2020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는 샤키라,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검역 기간 동안에는 팔로워 수가 4680만 명에 달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면서 컬래버 곡으로 채워진 [미발매(Las que no Iban a Salir)] 앨범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새롭게 이어가고 연기 활동을 계획 중이다. 종국에는 자신만의 패션브랜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당연히 푸에르토리코의 정체성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가 태어난 섬나라 푸에르토리코는 그의 이미지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021년에 그는 푸에르토리코 프로농구 구단 상투르체 캉그레헤로스(Santurce Cangrejeros)의 공동 구단주가 됐다. 국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스포츠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리마스 스포츠(Rimas Sports)를 창업하기도 했다.

자선사업도 확대하는 과정에 있다. 2018년에는 푸에르토리코 아이들의 예술·스포츠 재능 개발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구 굿버니재단(Good Bunny Foundation)을 산후안에 설립했다. 굿버니재단이 지난 2년간 기부한 금액은 약 200만 달러다. 그는 “정부의 빈자리를 아티스트라도 나서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드 버니가 마돈나나 프린스처럼 수십 년에 걸쳐 스타로 남을 저력이 있는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여러 호화 저택 중 한 곳에 들어앉아 수영장 옆에서 유유자적할 사람은 결코 아니다. 배드 버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팬 수백만 명에게 보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명성은 저를 계속 일하게 하는 힘입니다.” 그가 말했다.

※ 세계는 하나 - 미국 음원 차트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영어로 노래할 필요는 없다. 지난 60년간 빌보드 핫 100 차트 10위 안에 든 비영어권 노래는 총 36곡이고, 이 중 배드 버니의 히트곡만 10곡이다. 역사상 빌보드 핫 100 차트 정상까지 오른 비영어 노래 10곡을 소개한다.


▎ 사진:PATRICK WELSH FOR FORBES


※ How To Play It - 배드 버니만 공연 매진을 기록 중인 건 아니다. 올해 비욘세와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한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라이브 공연으로 화제에 올랐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티켓 구매 플랫폼 비비드시츠(Vivid Seats)는 공연 관람객 폭증으로 그야말로 돈을 찍어내고 있다. 예상대로 올해 비비드시츠 매출이 15% 증가해 6억9040만 달러를 기록하고, 수익이 42% 증가하여 주당 0.51달러에 도달하면 비비드의 선행 PER은 수익의 14.9배가 된다. 시가총액 16억 달러인 비비드는 티켓마스터를 보유한 업계 거인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 규모의 8%밖에 되지 않지만, 마이너 업체로서 날쌔게 움직이며 콘서트와 연극, 스포츠 경기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 존 도보스(John Dobosz)는 포브스 빌리어네어 투자자, 포브스 디비던드 인베스터, 포브스 프리미엄 인컴 리포트의 편집자다.

- María Gracia Santillana Linares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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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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