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크리에이터 로라 김의 성공 비결은 부지런함, 열정, 탁월함이다. 인턴에서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자신의 브랜드 론칭까지 성공한 그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지난 2월 열린 ‘뉴욕 몬세 24’ 가을 패션쇼의 백스테이지에서 촬영한 로라 김 몬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사진:MONICA KANG |
|
패션 디자이너 로라 김(42)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패션을 재정의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패션은 단순히 멋지게 차려입는 것이지만, 로라 김이 정의하는 패션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힘들거나 멋진 하루를 빛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김 대표는 인턴으로 시작해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후 자신의 아방가르드 레이블인 몬세(MONSE)를 론칭했다. 탁월함을 추구하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어진 그녀의 여정은 패션업계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어떻게 오늘날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리더가 될 수 있었을까?“저는 시간 낭비, 특히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싫어해요. 20대에는 하루에 18시간씩 일한 적도 많았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일의 원동력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좋아하는 활동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지름길은 없어요. 열심히 노력해야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정성’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예요. 정성이야말로 퀄리티 높는 결과물이 탄생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서울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가족 모두가 창의력과 심미안을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캐나다와 뉴욕으로 이주하기 전, 3살 때부터 할머니에게 바느질과 패턴만들기, 패치워크 등을 배우며 한국에서 창의력을 키웠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는 주방을 아름답게 꾸미는 법과 옷 입는 법 등 그에게 항상 아름다움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 모든 것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쳤다.“한국에 살 때 저도 학원을 다녔어요. 그래도 집에 오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셨어요. 부모님은 저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셨다고 농담처럼 말해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정말 그냥 제가 있는 그대로의 행복에 집중하기를 원하셨거든요.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죠. 이제 저는 그 창의력을 직장에서 미래의 패션을 디자인하고 집에서도 정교한 식사와 디저트를 디자인하는 데 적용합니다.”그는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재능을 훈련한 후 TSE 캐시미어와 도나카란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리고 1960년대 재클린 케네디를 비롯해 여러 유명인의 옷을 제작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 밑에서 일하며 패션계로 진출했다. 그에게 이 시기는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고 귀중한 리더십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독립하기 전에 다른 전문가 아래서 배우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죠. 당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와 정성이죠. 그(오스카 드 라 렌타)는 저에게 삶을 사랑하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며,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오스카는 정말 인내심이 많았어요. 제가 그의 입장이 되기 전까지는 그가 저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만큼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죠.”멘토와 함께하는 동안 인상적인 기억 중 하나는 바로 그녀가 후임자으로 발탁되지 못했을 때였다. 오랜 기간 그와 일했기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실망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에게 물어보니, 그는 세심하면서도 정성 어린 피드백을 공유했다. 그는 디자이너로서 실력과 정성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할 게 없지만, 크레이티브 디렉터에게 중요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에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에 내성적이었던 김 대표는 네트워킹보다는 스튜디오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기를 선호했다. 이런 피드백을 듣고 고객, 팬,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고 감독하는 것이 디렉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힘을 쏟아 나중에 디렉터 자리를 제안받기도 했다. 또 자신의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론칭할 수 있었다.그의 고유 브랜드 몬세는 오스카 드 라 렌타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한 절친 페르난도 가르시아(Fernando Garcia)와 시작했다. 몬세는 사라 제시카 파커와 블랙핑크 등 세계 패션 셀러브리티로가 공개 석상에서 입는 등 많은 관심을 받으며 시작했다. 스타일은 그가 갖고 있던 한국의 창의성에서 영향을 받은 자유분방한 모던스타일이다.몬세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 두 창업자는 오스카 드라 렌타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제안받았고,두 브랜드를 동시에 이끌어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어떻게 개성이 다른 두 브랜드를 동시에 이끌고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와 함께 일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성공의 비밀은 바로 팀을 잘 구성하고 그들이 스스로 성공하게 두는 것”이라고 말한다.“저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잘하는 것을 찾아서 그 일을 하게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부족한 부분들은 제가 찾아서 채우죠. 특히 창의적인 사람에게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시키면 그 사람이 없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제가 없어도 팀이 완벽하게 운영되는 것이 가장 좋은 리더의 모습 같아요. 제 목표는 매일 팀이 성장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 항상 고객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고객 중심의 관점은 오스카 드 라렌타라는 역사적인 회사의 DNA를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독특한 창의성을 어떻게 발휘할지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두 브랜드를 관리하면서도 선명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고객층이 겹치지 않게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이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두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장하여 새로운 시장과 세대에서 더 친근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 와중에 그는 주기적으로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멘토링을 많이 해준다. 자신이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돌아보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멘토가 자신을 지지해 주어 여기까지 왔는지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말한다.
▎뉴욕 록펠러빌딩 옥상에서 포즈를 취한 로라 김과 페르난도 가르시아 몬세 대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사진:LAURA KIM |
|
다음은 뉴욕에서 김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의 일부다.
모니카: 일찍부터 창의적인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로라: 제 부모님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저와 형제들에게 자유를 갖고 더욱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를 바랐던 거 같아요.
모니카: 장시간 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경력 전반에 걸쳐 강한 직업윤리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로라: 일에 대한 추진력을 갖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해요. 저는 친구들과 나가서 술 마시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좋았어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니카: 처음 패션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리더십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요?
로라: 저는 25살에 디자인 디렉터로서 오스카의 팀을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두려웠어요. 모든 팀원이 저보다 나이가 많았으니까요.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할 때도 있었어요. 그때는 나만 모든 일을 잘하고 완벽하게 해내면 끝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제 목표는 매일 팀이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들이 즐겁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패션업계에서 일하면 여행도 다니며 자신만의 프린트와 주얼리를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이렇게 팀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즐거운 일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모니카: 강력한 팀을 구축하려면 팀의 강점과 개인적인 관심사를 활용하여 팀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하지만 리더로서 팀의 강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팀원들은 단순히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무언가를 잘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로라: 저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저를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관찰하고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요.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수 있어요. 누군가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저는 좋은 대답을 할 수 없죠. 저는 제 자신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주면 정말 고마워요.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사무실에 있는 디자이너의 얼굴을 보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눈치챌 수 있어요. 또 그들이 왜 걱정하는지도 알 수 있고요. 아무래도 제가 밑바닥부터 이 일을 배우고 함께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고민과 걱정을 하는지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모니카: 일을 아무리 좋아해도 막막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로라: 13년 동안 오스카를 위해 일했는데, 그는 암으로 크게 아팠고 자신의 뒤를 이을 사람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는 저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제 실력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제가 언론에 나가거나 네트워킹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전 바꿨어요. 오스카는 제가 스튜디오에서 디자인을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어요.
모니카: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로라: 저는 의사결정이 빠른 편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답을 구하죠. 가끔은 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덕분에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저는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을 뿐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보지만 시간 낭비는 싫어해요.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싫어요. 나에게 시간은 회사의 돈과 에너지입니다.
모니카: 오스카 드 라 렌타와 같은 기존 브랜드에서 일할 때는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나요? 기존 브랜드와 자신의 목소리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로라: 오스카는 강한 DNA를 가지고 있고 저는 그 DNA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많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그러하듯 그 DNA를 거스르는 대신에 기꺼이 받아들였어요. 저는 ‘로라가 오스카라면 어떤 옷을 입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했어요.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했죠. 오스카에 대한 저의 비전은 여성으로서 제가 이 브랜드에서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에 대한 것에서 출발했어요. 다행히도 제가 좋아하는 DNA라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요.
모니카: 몬세는 어떤가요?
로라: 몬세는 한국적인 느낌을 주려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이 반은 한국적이고 반은 미국적인 브랜드 느낌을 알아봐주셨어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한국 드라마와 문화를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모니카: 젊은 디자이너들이 패션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로라: 항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세요. 열린 마음도 중요해요. 오스카가 좋은 예입니다. 그는 매일 밤, 때로는 새벽 1시까지 외출했지만 돌아와서 ‘로라, 누가 이걸 입고 있는 걸 봤어요’라고 말하곤 했죠. 그는 끊임없이 시야를 넓히고 관련성을 유지했습니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했다.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