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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유산을 담은 불가리의 세계 

 

정소나 기자
불가리는 영원의 도시 이탈리아 로마의 유산을 기반으로 탄생한 세계 4대 명품 주얼리 브랜드다. 진귀한 젬스톤과 독창적인 컬러 조합, 특유의 볼륨감을 강조해 차별화한 디자인은 혁신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불멸의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불가리가 140년이 넘도록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로만 주얼러가 된 그리스의 은세공인

불가리는 프랑스의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 뉴욕의 티파니앤코와 함께 세계 4대 하이 주얼리 중 하나로 꼽힌다. 1884년 그리스 출신 은세공인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가 로마 시스타나 거리(Via Sistina)에 첫 부티크를 오픈하며 시작된 브랜드다. 그의 이름을 따라 불가리(S. BULGARI)라는 브랜드로 시작된 이 첫 매장에서는 고대 로마의 건축, 모자이크 등에서 영감을 받은 소티리오 불가리의 정교한 은공예품을 주로 판매했다. 17~18세기 유행한 그랜드투어(Grand Tour·17세기 중반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상류층 귀족 자제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프랑스, 이탈리아를 돌아보며 문물을 익히는 여행)를 즐기던 여행객들에게 사랑받으며 큰 호황을 누렸다.

탁월한 기술과 비전으로 차근차근 성공 가도를 이끌며 1905년 콘도티 10번가(Via Dei Condotti 10)에 역사적인 플래그십스토어로 자리할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이곳이 현재의 불가리 본점으로, 로마의 랜드마크인 스페인 계단이 이어지는 콘도티 거리에 있다.

1920년대 소티리오는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 등을 활용해 그 시대 유행하던 프랑스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의 하이 주얼리를 제작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로마의 헤리티지를 주얼리에 담다


▎불가리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미국 영화배우 앤 해서웨이는 불가리의 네크리스와 이어링으로 빛을 더했다.
소티리오가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두 아들 조르조(Giorgio)와 코스탄티노(Costantino)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이후 그들이 아버지의 주얼리에 대한 열정을 계승해 불가리만의 아이덴티티를 창조해갔다. 당시 보석 세공은 프랑스 스타일의 화려하고 우아한 세공법이 일반적이었는데, 두 형제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주의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19세기 로마 금세공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출하며 불가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고대부터 현재가 공존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로마가 지닌 아름다움은 불가리에는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이렇게 브랜드의 근원이 되는 로마의 헤리티지는 불가리 로고에서도 잘 드러난다. 불가리 가문의 영문 철자 ‘BULGARI’대신 고대 로마식 표기법에 따라 V를 사용해 ‘BVLGARI’로 표기했다. 클래식한 라틴문자를 반영한 불가리만의 레터링 로고 ‘BVLGARI’를 통해 혁신적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불가리의 정체성은 로마에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당대 스타들을 사로잡은 화려한 컬러의 향연


▎2022년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불가리 에덴 더 가든 오브 원더스는 진귀한 젬스톤과 독특한 디자인, 섬세한 세공의 경이로운 조화를 보여준다.
1950년대 중반, 불가리는 진귀한 원석들의 다양한 컬러가 조화를 이루는 주얼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건축물의 둥근 지붕처럼 위쪽을 볼록하고 매끄럽게 다듬는 보석 연마 기술인 ‘카보숑(cabochon)’을 적용해 다양한 컬러의 젬스톤을 금에 세팅한 불가리 특유의 제품을 출시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는 ‘달콤한 삶’을 모토로 삼은, 이탈리아의 화려했던 돌체 비타(Dolce Vita) 시대였다. 이때 콘도티 거리에 자리한 불가리 부티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햅번, 그레이스 켈리 등 영화배우와 사교계 유명 인사들이 모여드는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이들이 착용한 불가리 주얼리와 함께 브랜드의 명성은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널리 퍼져나갔다.

특히 ‘세기의 미인’으로 불렸던 할리우드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불가리 주얼리를 사랑하는 애호가였다. 영화 <클레오파트라> 촬영차 로마를 방문했을 때 불가리와 인연을 맺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불가리의 우아하면서도 독창적인 주얼리를 여러 개 소유했고, 그의 주얼리 컬렉션은 가장 위대한 컬렉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가리 주얼리의 애호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프라이빗 컬렉션.
불가리 제품은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출연한 영화 <네버 소 퓨>(1959), 샤론 스톤이 출연한 영화 <카지노>(1995),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1996)을 포함해 40편 넘는 영화에 등장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글로브 시상식, 칸과 베니스의 국제영화제 등 수많은 레드카펫에도 선보였다. 소피아 로렌, 잉그리드 버그만, 줄리안 무어, 나오미 스콧, 앤 헤서웨이, 젠데이아, 리사 등 전설적인 스크린 스타부터 이 시대의 뮤즈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 유명 스타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타들의 주얼러’로 이름을 알렸다.

불가리의 혁신의 정수, 하이 주얼리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젬스톤의 선명한 컬러와 눈부신 광채로 완성된 특별한 예술 작품이다. 하이 주얼리가 불가리의 정수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독보적인 컬러에 있다. 불가리는 유색 원석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유례없는 컬러 조화를 시도하며 창의적인 이탈리안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컬러뿐만 아니라 주얼리 세공법도 이탈리아 문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불가리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고스란히 재현한 카보숑은 로마의 기념비적인 돔 형태를 닮은, 우아하고 여유로운 곡선미를 강조한다. 원석의 단면을 많이 깎아내는 과감한 커팅이지만, 완성도 높은 주얼리를 위해서 아주 값비싼 유색 원석에도 카보숑을 대담하게 사용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로마 공방에서 작업하는 숙련된 장인들은 극도로 복잡한 디자인을 현실로 불러내며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불가리 주얼리의 탁월한 촉감은 여러 세대를 거쳐 계승해온 장인의 노하우와 독창성으로부터 탄생한다. 첫 번째 스케치부터 폴리싱, 스톤 선택, 세팅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는 전통과 혁신, 오랜 노하우 사이의 보이지 않는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스킬 그 이상이 요구된다.


▎불가리 주얼리와 함께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 셀레나 고메즈.
경매시장에서도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는 인기가 높다. 실제로 세르펜티 컬렉션은 지난 몇 년간 경매시장에서 추정가가 75% 이상으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이다. 지난 2011년, 크리스티 뉴욕(Christie’s New York) 프라이빗 경매에서는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불가리 컬렉션이 총 1580억원에 낙찰돼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럭셔리 브랜드 반열에 오르다


▎플래티넘 소재에 에메랄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주얼리를 착용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얼러로서 명성을 떨친 불가리는 기업의 비전을 확대하고자 시계 제조 세계에 뛰어들었다. 현재 하나의 아이콘이 된 불가리 시계는 1975년 첫선을 보이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계기로 시계는 불가리의 주요한 사업이 되었고, 1980년 불가리는 스위스 워치 메이킹의 중심지에 불가리 타임(Bvlgari Time)을 설립했다. 이후 2000년부터 10년에 걸쳐 시계 제작 공정의 수직 통합화를 이루며 무브먼트 개발·조립부터 케이스, 브레이슬릿, 다이얼 등 모든 공정을 인하우스에서 제작하는 진정한 워치 메이킹 매뉴팩처로서의 준비를 마쳤다. 1993년 불가리는 스위스에 불가리 퍼퓸(Bvlgari Parfums)을 설립했고, 1996년에 첫 액세서리 컬렉션을 론칭하며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불가리 그룹은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2001년에는 호텔 & 리조트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1년 불가리는 럭셔리 그룹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에 합류했다. 140여 년 동안 정교한 장인정신, 선구적인 디자인, 대담한 컬러 조합으로 로마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이자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불가리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럭셔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리처드 버턴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약혼 선물로 바친 90캐럿에 달하는 에메랄드가 세팅된 불가리의 목걸이 펜던트.
더 나아가 불가리는 수많은 자선사업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환경적 책임에 대한 헌신, 자연과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혁신한다는 신념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예술적인 장인정신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차별화된 스타일에 더해진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중점으로 한 혁신. 로만 하이 주얼러 불가리의 브랜드 가치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이유다.

[박스기사] 불가리 시그니처 주얼리 컬렉션


1. 불가리의 영원한 아이콘 | SERPENTI

1940년대는 불가리 특유의 이탈리아 스타일이 두각을 나타냈다. 불가리를 잘 표현해주는 시그너처 아이템인 ‘세르펜티(Serpenti) 컬렉션’도 이때 선보였다. 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하는 ‘세르펜티’는 풍요와 지혜, 부활과 불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세르펜티는 뱀이 지닌 힘과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뱀의 비늘 모양에서 착안한 개별 부속을 촘촘하게 연결한 코일 형태로 제작됐다. 많은 부속을 하나의 유기적인 형태로 연결한 세르펜티 주얼리는 특유의 유연한 디자인으로 착용감이 매우 편안한 것이 특징이다.

2. 불가리와 로마의 교감을 담다 | DIVAS’ DREAM


1956~60년대 돌체 비타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불가리는 세계적인 영화배우를 비롯한 디바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타들의 주얼러’로 자리매김했다. 스타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불가리는 디바들이 지닌 매력과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디바스 드림(Divas’ Dream)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여성미를 그대로 담아낸 유려한 곡선과 다양한 젬스톤을 접목한 것이 특징으로, 고대 플라워 장식 모티브에서 영감을 받은 부채꼴 모티브에 특별한 형태와 컬러를 입힌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3. 로마의 재해석 | B.zero 1


고대 로마제국 시대의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컬렉션. 밀레니얼 시대를 맞아 1999년 첫선을 보인 이래로 고전적인 비제로원 특유의 디자인은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스타일로 재해석되었다. 1980년대 불가리 하우스의 주얼리 스타일을 재해석하여 스터드 장식으로 과감한 대비감을 더하고 더블 로고로 영원한 불가리의 시그니처를 표현했던 ‘비제로원 락’ 컬렉션은 전통에서 벗어난 과감한 스타일로 대담한 정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현대적이면서도 시크한 매력을 지닌 비제로원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도전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을 선사하기에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사랑받는 컬렉션이 되었다.

-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제공 불가리

202406호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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