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2위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을 최소 두 곳 줄이고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협약도 해지하겠다고 발표해 전 세계 자동차업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오늘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장악한 상황에서, 전통의 강자인 폭스바겐조차 그들의 빠른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혁신에 뒤처지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폭스바겐 이슈는 자동차업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SDV라는 개념은 지난 2010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테슬라의 모델S는 세계 최초로 OTA(Over-The-Air) 기능을 선보여 차량이 스마트폰처럼 무선으로 업데이트되는 기술혁신을 증명했다. 이는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2010년 초반, 대다수 자동차 제조업체는 전기차와 SDV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고, 테슬라를 진지한 경쟁자로 보지 않는 우를 범했다.이후 테슬라가 지속적으로 SDV 기술을 발전시키자,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그제야 대응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아우디는 2014년에 인터넷 연결 GPS를 선보였고, BMW도 제한적인 OTA 기능을 도입했다. 2017년 GM과 벤츠가 뒤따랐으며, 2020년에는 포드, 2021년에는 도요타, 2022년에는 현대가 SDV 시장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그동안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SDV 기술 기반의 혁신적인 변화는 아이러니하게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가 전무해 곧바로 전기차와 SDV로 도약할 수 있었다. 최근 세계 자동차 박람회에서 중국 전기차의 소프트웨어 수준은 기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보다 우수했고, 테슬라 기술을 능가하는 경우도 보았다. 테슬라 오너드라이버로서 이 차이를 실감했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동차업계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공포 수준으로 밀려왔다.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오랜 기간 독일, 미국, 일본 등 선도 기업들의 실수와 성공에서 배우고, 재빠르게 모방해 따라잡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구사해 발전해왔다. 하지만 한국보다 자동차 기술이 수십 년 앞선 독일조차 중국의 혁신적인 행보에 뒤처진 지금, 한국이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중국의 신생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