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글로벌 톱 3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 A를 획득했다. A등급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완성차 그룹은 전 세계에서 4곳뿐이다. 한층 높아진 위상만큼 현대차·기아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

▎현대차·기아 본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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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모두 A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가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각각 ‘A3’, ‘A-’로 평가한 데 이어 지난 8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 이하 S&P)도 현대차·기아에 ‘A-’를 부여했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셈이다.지난 8월 22일 현대자동차그룹은 S&P가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다. S&P는 신용등급을 AAA에서 D까지 22개로 구분한다. 현대차·기아가 받은 ‘A-’는 상위 7번째 등급으로, 신용 상태가 양호해 신용위험이 크게 낮다는 뜻이다.
토요타, 혼다, 벤츠와 어깨 나란히
▎현대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206만3934대를 판매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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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는 현대차·기아의 등급 상향 조정에 대해 “지속 향상 중인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견조한 수익성과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갖춘 것을 고려했다”며 “지난 3년간 제품 믹스 개선과 주요 시장점유율 증가, 우호적 환율 등으로 수익성이 향상된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또 S&P는 신용등급 전망과 관련해 “현대차·기아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해 포트폴리오가 균형 잡혀 있어, 전동화 전환기의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정적 전망은 향후 12~24개월 동안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기아의 유연한 생산 능력은 신용평가 상향에 주효했다. 현대차·기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함께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세에 기민하게 대응한 조치다.또 현대차·기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합산 에비타(EBITDA·상각전영업이익) 마진율은 10%를 웃돈다. 에비타는 이자비용(Interest)과 세금(Tax), 감가상각(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Earning)을 가리킨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이 현금창출능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또 최근 현대차가 인도에서 최대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점도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이다.현재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모두 A등급을 받은 완성차 그룹은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총 4곳이다.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도 신용등급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리딩 자동차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현대차·기아는 신용등급 A 트리플 크라운 달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위상을 공고히 했다. 미래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 과정에서 신규 주주와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필요시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현대차·기아는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면서 항공, 전자, IT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글로벌 리딩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3곳에서 모두 A등급을 받은 것은 현대차·기아의 우수한 재무건전성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이로써 글로벌 시장 대외 신인도 상승과 자금조달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대차·기아 모두 실적 호조세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합산 매출액 139조4699억원, 합산 영업이익 14조905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연결기준)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 매출액 85조6791억원, 영업이익 7조83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0.7% 감소했다. 지난 1월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차는 2023년 실적과 비교해 매출액 4~5%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기아는 반기보고서(연결기준)에서 올 상반기 매출액 53조7808억원, 영업이익 7조69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특히 매출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7.7%, 12.6%이다. 지난 4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기아는 전년 대비 매출액 1.3% 성장을 목표로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현대차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에 따른 수요 둔화와 주요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한 인센티브 상승 추세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 9%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 관계자는 “고수익차 중심 판매와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의 선전, 믹스(차량용 구성비율) 개선 효과, 업계 최저 수준의 인센티브, 원자재가 하락에 따른 재료비 감소, 우호적 환율 효과로 수익성 확대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