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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에 대한 열광과 두려움업계 분석에 따르면, 딥시크는 뛰어난 알고리즘 성능만 내세우기보다 실제 활용성에 무게를 둔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면 기업과 개인이 AI를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지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이는 마치 아이폰 초창기에 애플이 직관적인 UX로 시장을 놀라게 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모바일결제나 생활 밀착형 플랫폼 분야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여왔다. 딥시크도 이와 같은 접근법을 자사의 인공지능 모델에 접목해, 일상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라는 웅장한 세트장을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가 크게 좌우되는 만큼, 미국 역시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중국은 빠른 실행력과 정부 차원의 막대한 투자, 방대한 빅테크 생태계라는 삼박자를 갖추었다고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등 이미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발판으로 AI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정부도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비교적 저렴한 인건비와 연구개발 비용도 중국이 가진 또 다른 이점으로 꼽힌다. 무대 세팅 비용이 합리적이면 작품(모델)을 더 자주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딥시크가 “중국이 드디어 AI 무대에서 굵직한 배역을 맡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미 해당 ‘무대장치’를 충분히 갖춘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美, 스푸트니크 모멘트 혹은 또 다른 도약?딥시크 발표 이후 미국에서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했고, 텍사스 주정부는 딥시크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단순히 보안이나 정보 유출 우려를 넘어 “중국의 AI가 이렇게 빨리 따라오다니”라는 충격이 서려 있다. 이쯤 되니 “미국이 다시 한번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맞이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다만 미국에는 여전히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막강한 빅테크 기업과 클라우드·반도체·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의 경쟁우위가 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 같은 존재들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적인 인재 풀, 탄탄한 스타트업 생태계, 자본력과 기술력이 있다.흥미로운 건,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말이 과거에도 ‘위기→투자→도약’의 사이클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로 쏘아 올려졌을 때, 미국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며 과학기술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한 전례가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우주 경쟁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딥시크 발표가 AI 분야에서 미국이 ‘또 다른 도약’을 시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AI 역량을 단단히 다진다면, 중국의 부상에 맞서 더 빠른 속도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결국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단지 겁에 질린 표현이 아니라, ‘다시 불이 붙었다’는 긍정적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AI 연구에 대한 투자와 규제 정비, 윤리와 안전성 확보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딥시크 쇼크가 이 추진력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있다.인공지능 프로덕트는 알고리즘 대결이 전부가 아니다. 영화 시나리오가 훌륭하다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지 않듯, AI도 UX와 디자인, 플랫폼 전략 등이 고루 뒷받침돼야 비로소 가치가 높아진다. 사람들은 AI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내 생활에 녹아드는가’를 중시한다.디자이너와 기획자 입장에서는 AI가 또 다른 캔버스가 된다. 이들은 AI를 좀 더 인간 친화적으로 만들고, 매력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다. 차세대 운영체제, 일명 ‘AI OS’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미래의 플랫폼 지형도가 바뀔 수 있다.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기존 OS 생태계와 다른 양상의 경쟁을 불러올 전망이다.
건설적인 경쟁과 인류를 위한 진화기술은 영웅의 무기가 될 수도 있고, 악당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딥시크 발표 이후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단지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AI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위험이 있다.AI 모델이 정교해질수록 편향, 개인정보보호, 윤리성 문제가 동시에 커진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더라도 최소한의 윤리 기준과 투명성, 공공성은 지켜져야 한다. AI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때, 더 많은 사람에게 이 기술이 골고루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과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특히 AI가 가져올 일자리 변화와 사회적·문화적 충격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다. 자동화와 알고리즘이 빠르게 발전하면,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직업군이 탄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건설적 경쟁’의 핵심이다. AI 활용 능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전체적인 경제 파이가 커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가 그랬듯, 이번에도 ‘AI 시대의 또 다른 도약’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핵심은 경쟁 자체가 아니라, 그 경쟁을 통해 AI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이다. 디자이너, 기획자, 엔지니어, 정책 입안자들이 협업해 AI를 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도구로 만들어가야 한다. AI는 이제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가꾸어나가야 할 거대한 자산이다. 마치 다음 시즌을 끊임 없이 기다리게 하는 시리즈물처럼, 이 거대한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렸다.
※ 이상인 - 이상인 디자이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미국 본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리즈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