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뷰티 시장에선 오프라인 매장이 여전히 강세다. K뷰티 브랜드와 현지 유통채널을 연결하는 랜딩인터내셔널은 미국 내에서 신뢰받는 K뷰티 전문회사로 자리 잡았다.

▎정새라 랜딩인터내셔널 대표는 “올 상반기 한국사무소를 오픈해 미국 유통채널과 K뷰티 브랜드의 교류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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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K뷰티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 그러나 대표 제품인 달팽이 점액 에센스(Snail Mucin Essence)는 출시 초반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달팽이 점액 생성 과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캐릭터 ‘써니 더 스네일(Sunny the Snail)’이다. 써니가 농장에서 친구들과 요가를 하는 등 낮에는 놀다가 밤에 잠들면 자연스럽게 점액이 채취되고 필터링된다는 내용이다. 이 브랜드 스토리는 뷰티 에디터, 매장 직원, 고객에게 큰 웃음을 주었고 제품은 곧 베스트셀러가 됐다.이후 코스알엑스는 울타, 타깃, 어반아웃피터스, 노드스트롬, 인트로폴로지, 덤스토어, 포에버21 등 미국의 주요 유통채널에 성공적으로 입점했다. 이 과정에서 PR, 리테일 마케팅, 인플루언서 협업, 매장 직원 교육 등을 총괄한 곳이 바로 랜딩인터내셔널이다. 물론 코스알엑스의 유연한 대응이 있어 가능했다.정새라 랜딩인터내셔널 대표는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하며 리테일 시장에 관심이 컸다. 특히 K뷰티가 혁신적인 기술력과 뛰어난 품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스토리와 유통 전략을 효과적으로 펼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반대로 미국 유통업체는 K뷰티에 관심은 높지만 효과적인 매장 운영 방향성이 부족해보였다. 이를 파악한 정 대표는 2014년 랜딩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2월 중순 서울에서 만난 정 대표는 “우리는 단순한 유통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브랜드와 유통 채널을 연결하고, 매장 직원 교육과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포함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일한 파트너”라며 “다양한 환경을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내에서 신뢰받는 K뷰티 전문회사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모바일과 SNS 활성화로 모두가 ‘온라인’, ‘온라인’하는 시대에 정 대표가 ‘오프라인’을 강조하는 이유는 미국엔 아직 그 시장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미국 소비자의 90%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구매한다”며 “미국 고객은 제품의 질감·색상·향을 직접 경험하기를 원하며, 이 때문에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하는 매장 직원의 역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랜딩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 100개 넘는 K뷰티 브랜드를 100개 이상의 미국 유통채널에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올해는 30개 브랜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랜딩인터내셔널 한국사무소 오픈업계에서는 랜딩인터내셔널의 경쟁력으로 현지 유통채널의 신뢰를 꼽는다. 랜딩인터내셔널은 10년 이상 현지에서 활동해온 유일한 K뷰티 유통사로, 전략적 성장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기업이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는 반면, 랜딩인터내셔널이 오프라인 리테일 경험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며 맞춤형 인스토어 마케팅, 직원 교육, 판매 전략을 제공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정 대표는 “포용적인 브랜드를 큐레이션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며 다양한 고객층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이런 경쟁력으로 지난 1월 20일엔 월마트 매장 내 ‘뷰티스페이스(BeautySpace)’ 265곳에 K뷰티 제품을 론칭했다. 뷰티스페이스는 유통채널과 브랜드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미국 내 대형마트에 브랜드 섹션을 운영한다. 정 대표는 “뷰티스페이스 담당자들과 상의해 트렌디한 K뷰티 브랜드를 선정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기회라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4월에 또 다른 주요 대형마트에 K뷰티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단순한 입점이 아니라 K뷰티가 미국 리테일 시장 내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전략적인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다.랜딩인터내셔널은 최근 리포트 ‘K뷰티 제2의 물결’을 발간했다. 리포트에서 K뷰티 산업은 두 가지 주요 물결을 거치며 성장해왔는데, 첫 번째가 ‘강남스타일’ 열풍과 함께 시작된 일시적인 트렌드이고, 두 번째가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이 제품의 스토리를 전달하고, 리뷰를 확산하며,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창구 기능을 하면서 K뷰티가 단순한 지역적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무브먼트가 되는 것이 ‘제2의 물결’이라는 분석이다.정 대표는 “이제는 디지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려면, 단순히 온라인에서 바이럴되는 것을 넘어 신뢰받는 오프라인 브랜드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리테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매장 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글로벌 오프라인 매장에서 K뷰티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이를 위해 랜딩인터내셔널은 올 상반기에 한국사무소를 오픈한다. 우선 미국의 대형유통사, 투자자, 인플루언서 등을 한국에 초대해 K브랜드의 제조 과정을 경험토록 할 계획이다. 또 K뷰티 브랜드가 한국사무소를 통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 대표는 “미국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통채널 전략이다. 입점해야 할 채널의 순서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면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는 백인·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 등으로 다양해 각 타깃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