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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현 바잉스퀘어 대표 

K패션 도매 플랫폼 선두 주자 

여경미 기자
K콘텐트, K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브랜드 홀세일(Wholesale, 도매) 분야를 선도하는 바잉스퀘어는 낙후된 글로벌 도매 유통 구조를 정리하고 노동집약적 도매 거래 관행을 개선해 적재적소에 K패션의 활발한 수출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최정현 바잉스퀘어 대표는 브랜드 유통 시장에 산재한 불편함과 비효율성을 플랫폼으로 해소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K패션 기업이 어떤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할지, 해외 진출 방법을 몰라서 수출을 망설이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우리의 우수한 기술로 만든 옷이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길 바라며 글로벌 브랜드 홀세일 플랫폼을 고안하게 됐습니다.”

유망한 K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도 글로벌 진출 판로를 몰라서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최정현 바잉스퀘어 대표가 미국 뉴욕에서 목도한 쇼룸의 풍경은 충격 아닌 충격이었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아직도 종이를 주고받으며 옷을 거래하는 거예요. 바이어에게 ‘왜 아직도 온라인이 아닌 아날로그식으로 거래하느냐? 혹시 이 종이가 분실되면 어떻게 하느냐” 등 문제점을 지적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업계 관행이니 그냥 따르라’는 것이었습니다. 패션업계의 수출입에도 ‘오더 룰(거래 충족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기존 유통 방식은 공급자 중심의 아날로그 거래가 대다수였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이야기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AI 기술의 접목으로 자동화와 무인화가 화두였지만 최정현 대표가 본 패션업계는 카탈로그를 직접 확인하고 오프라인에서 사인을 주고받는 등 IT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또 브랜드마다 제시하는 최소 구매 수량과 가격, 필수 반영 카테고리 등 오더 룰도 반영해야 해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들기도 복잡했다. 최 대표는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고 개선하고 K패션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가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면서 생각한 사업 모델은 수수료만 남기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변화였습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주체자의 행동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 게 플랫폼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현지에 가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전 세계에 포진한 바이어가 쉽고 빠르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최 대표는 플랫폼 출시에 앞서 해외 진출 시 가장 높은 진입장벽이 뭘지 고민했다. 그는 이 플랫폼을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한 후 브랜드 오너나 디자이너 등 업계 관계자 100여 명을 만나 애로 사항을 들었다. 이들이 해외 수출을 하려면 꼭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었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이를 알선해주는 에이전시를 선택하고 이후에는 A벤더, B벤더 등을 만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였다. 에이전시를 구하지 못하면 수출해야 할 지역에 직접 상품을 들고 가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옷을 제작했어도 수출 지역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거나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직원을 채용해도 리스크가 컸다.

플랫폼으로 해외 수출 방식의 간소화


▎바잉스퀘어 플랫폼 이미지. 바잉스퀘어는 플랫폼을 통해 패션 기업의 해외 수출 방식을 간소화했다. / 사진:바잉스퀘어
최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고자 2019년 바잉스퀘어를 설립했다. 브랜드 도매 환경 조성의 편리성을 내세운 플랫폼을 설계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10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컨템퍼러리), 러닝, 스포츠, 럭셔리 등 카테고리별로 나눈 3300여 개 브랜드를 담아 ‘카탈로그샵’ 플랫폼을 오픈했다. 카탈로그샵은 디지털 상품 카탈로그 기반 기업 간 도매 솔루션으로, B2B 기업 고객이 국가별 언어와 통화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플랫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브랜드 전용관 서비스가 있다. 바잉스퀘어는 글로벌 바이어를 대상으로 K패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브랜드별 전용 페이지로 운영한다. 최 대표는 “K브랜드들은 카탈로그샵에 입점해 빠르게 브랜드를 홍보하고 B2B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며 “브랜드에 대한 설명과 대표 이미지, 최신 기사, 룩북과 추천 상품 등을 하나로 묶어 선보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K브랜드 수출에만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플랫폼에선 글로벌 브랜드의 수출입도 간소화된다. 글로벌 공급사 170여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 유통 기업 이커머스 200여 곳 등에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도매 유통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유럽 정통 하우스 브랜드부터 자크뮈스, 아워 레가시, 아크테릭스, 포터, 캐피탈, 온러닝, 새티스파이 러닝 등 트렌디한 신진 패션 브랜드의 도매 상품 리스트를 제공한다.

최 대표는 바잉스퀘어의 장점으로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더욱 직관적으로 탐색하고 빠르게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간 공급사별로 제공되는 데이터는 엑셀, PDF 등 파일 형태가 상이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중간 유통사 혹은 구매자가 이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정형화해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이를 통일하기가 어려워 누구 하나 쉽사리 뛰어들지 못했다. 이런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바잉스퀘어는 상품 카탈로그에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형화된 데이터로 가공하도록 구현했다. 또 바잉스퀘어 플랫폼 내에서 브랜드별 오더 룰을 예측하고 이를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무엇보다도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플랫폼을 제작해 B2C 이커머스처럼 쇼핑하듯 도매 주문을 할 수 있게 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바잉스퀘어에는 상품별 정보를 담아 주민등록번호처럼 식별할 수 있는 번호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품정보 고유 번호를 식별하거나 AI를 활용해 상품 카탈로그를 만드는 기술 등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바잉스퀘어를 이용하면 일일이 주문서를 작성하거나 이메일과 메신저를 활용해 오더를 컨펌하지 않아도 원하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카탈로그화된 상품들은 ‘주문 - 컨펌 - 인보이스 발행 - 결제 - 배송 - CS’ 과정을 거쳐 유통된다. 누군가가 장바구니에 A라는 제품을 사고 싶다고 요청하면 바잉스퀘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를 통해 찾는 목록이 저장되고 이 브랜드를 소싱할 수 있는 공급사의 리스트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뉴욕 한복판에 자리한 바잉스퀘어 쇼룸

최 대표는 플랫폼 기업으로 서 본업에 충실할 생각이지만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는 패션업계 특성상 2024년 10월 뉴욕 브루클린에 396㎡(120평) 규모의 쇼룸을 마련했다. 그는 “브랜드가 해외에 처음 진출할 때 쇼룸에서 진행되는 케이스가 많다”며 “브랜드 입장에서 쇼룸에 입점했다는 자체가 브랜드 포트폴리오상에 상당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바잉스퀘어는 전략적으로 중국, 일본, 홍콩에 법인을 설립했다.

“바잉스퀘어가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 일본, 동남아입니다. 수출하려는 국가의 문화, 타깃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이 지역에 법인을 설립했고 미국 뉴욕에 쇼룸을 마련했습니다. 이곳에서 세계 많은 바이어를 만날 생각입니다.”

바잉스퀘어는 201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해 1년 만에 거래액 80억원을 기록하고 창업 5년 만에 2024년 누적 거래액 1400억원을 돌파했다. 2020년 7월 시드 투자를, 2022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183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최근 바잉스퀘어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4년도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의 시장확대형 부문에 최종 선정돼 ‘AI 기술을 적용한 상품 카탈로그 구현 및 B2B 플랫폼 개발’ 비용을 3년간 지원받을 예정이다. 최 대표는 “그간 브랜드 유통 시장에 산재한 불편함과 비효율성을 뛰어난 사업성과 기술력으로 해소할 수 있음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라며 “글로벌 B2B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을 다짐했다.

-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504호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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