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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EPORT 건강검진 | 인터뷰-한원곤 강북삼성병원장 

일회성 검진 벗어나 관리 검진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따라 30만 명 코호트스터디… 존스홉킨스도 기대 커 

이항복 월간중앙 기자 [booong@joongang.co.kr]

건강검진은 이제 질병예방이라는 원래의 목표를 넘어 건강관리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건강검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강북삼성병원 역시 그 누구보다 앞서 이 같은 건강검진의 변화 방향을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최근 서울시청 앞 태평로 삼성 본관 지하에 1만㎡ 규모의 검진센터를 마련하고 30여 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추적검진을 통해 개인 차원의 건강관리는 물론 조직이나 단체 단위의 질병 발생 추이까지 예측해 향후 국민 건강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한원곤 강북삼성병원장을 만나 대규모 검진센터 개소 의미와 향후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건강검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제 일반에서도 깊이 인식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속에서도 여전히 건강검진을 외면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왜 건강검진이 중요한가 다시 한번 강조해 주시죠.

“기본적인 건강검진의 중요성이야 백 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죠. 그러나 이제는 검진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됐어요. 보통 검진이라면 그저 피 검사 해서 건강을 점검하고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제는 이런 것에서 벗어나 자기 몸의 현재 상태를 점검해 좋은 점은 유지시키고 나쁜 것은 계속 추적해가면서 보완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에요. 말하자면 질 관리 차원의 검진으로 들어가야지, 형식적으로 몸무게나 키를 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거죠.”

―일회성 검진은 의미가 없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우리 병원이 그 패러다임을 바꾸는 선봉장이 되겠다는 것인데, 우리 병원은 그 가이드라인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었어요. 이런 기준이 없으면 지난해에 비해 키가 1cm 줄어들었다고 해도 무시하고 넘어가죠. 그렇지만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키를 쟀는데 줄어들었다면 그 이유를 찾아야죠.”

―이번에 새롭게 대규모로 건강검진센터를 만드셨죠? 그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근래에 와서는 상당히 많은 병원이 건강검진에 초점을 맞추고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사실 우리 강북삼성병원이 국내에서 최초로 ‘건강검진’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어요. 고려병원 시절 일본을 벤치마킹해 최초로 검진센터를 만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건강검진이라는 용어는 물론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이제 모든 병원이 건강검진을 실시하니 기득권을 잃어버린 셈이네요?

“저희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미국의 존스홉킨스 병원과 협약을 체결했어요. 존스홉킨스 병원 관계자들이 대단한 검진센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유수의 병원을 다 돌아보고 결국 우리를 선택했어요. 그 이유가 우리는 대부분 기업을 상대로 하는, 말하자면 단체검진을 한다는 점이에요. 단체검진이 왜 중요하냐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노인들이 아니라 30, 40대의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속 추적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아, 이 질병의 흐름은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죠. 나아가 특정 단체나 조직의 건강지도를 만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존스홉킨스가 매력을 느낀 것이지요.”

―단체검진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어언 10년쯤 됐죠. 그렇지만 우리도 그동안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지 못해 그냥 일반적인 데이터를 쌓아둔 상태였지요. 그런데 이번에 존스홉킨스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노하우를 가르쳐준 거죠. 덕분에 우리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된 것이죠.”

―그런데 강북삼성병원의 수검료가 비교적 고가인 것으로 압니다. 훨씬 많은 검사를 하면서도 더 저렴한 병원도 많던데요?

“검사 종류만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에요. 질을 올려야지. 시장에서 콩나물을 조금씩 더 집어주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우리는 확실한 퀄리티 스탠더드에 따라 집단추적검진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관리해준다는 차원에서 검진을 실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일회성 검진과는 차별성이 있어요.”

‘아파야 병’이라는 인식 버려라

―그렇다면 일반인들도 삼성강북병원 검진센터를 통해 검진받다 보면 자동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항상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죠. 매년 추적해야 상태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관리죠. 그저 뭐 하나 덤으로 더 검사해준다는 식으로 가면 생명력이 길지 못하죠. 10년 후에는 엄청난 차이가 나게 돼요. 일회성 검진은 단발로 끝나지만 우리는 10년, 20년 추적검사해서 예상까지 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미리 막아줄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먼저 이런 쪽으로 강조하고 나아가면 다른 모든 병원도 발전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종합병원이 건강검진까지 다 가져가려 한다는 비판 속에서 이렇게 넓은 검진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었나요?

“우리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가의 검진뿐만 아니라 단체나 기업 혹은 조직의 건강을 관리하겠다고 했잖아요. 가급적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추적검사를 하려다 보니 넓은 공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지요. 이를 통해 단순한 결과 통보가 아니라 정확한 분석과 향후 관리까지 가능한 것이니까요. 앞으로는 관리가 검진의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될 거예요.”

―또 다른 특화검진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예를 들면 뇌혈관·췌장·심혈관,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특화해놓고 있어요. 이런 질병을 병원과 연계해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어떻게 국민 질병의 패턴까지 잡아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인데, ‘코호트스터디(cohort studies)’가 그 답입니다. 우리는 ‘강북삼성코호트스터디(KSCS)’를 진행할 것입니다. 여기에 ‘바이오뱅크(Bio-bank)’를 만들어 샘플을 보관한 다음(물론 동의를 받아) 향후 우리나라의 질병 패턴, 만성병의 흐름, 문제점 등을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거예요. 한 30만 명을 수십 년 동안 추적조사하는 거지요. 10년, 20년을 바라보고 하는 일입니다.”

―그 정도라면 존스홉킨스에서도 많이 기대하겠네요?

“미국 의료체계에는 검진이라는 것이 없어요. 그러니까 와서 보고 아주 신기해하죠. 미국에서는 다 병으로 하지 않으면 안 돼요. 기껏해야 지역사회의학, 예를 들면 어떤 한 지역에 대한 특정 질병의 상태를 알아보는 식이지요. 그러면 검진 나가서 그것만 살펴보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처럼 전반적으로 실시하는 검진은 없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많은 기대를 할 수밖에 없죠.”

―앞으로 건강검진센터를 어떻게 운영해나갈 계획인가요?

“제가 지금 개인적 목표로 삼은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확장과 동시에 질적으로 더 다져야 할 시기입니다. 지금도 질적인 면에서 우리가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다져나갈 것입니다. 즉 모든 작업에 따르는 운영 매뉴얼을 하나하나 다 만들고 이를 통해 검진의 질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검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암은 곪아 터져도 아프지 않아요. 암이 다 퍼져나가 죽기 전에야 아픔이 느껴져요. 그러니 병원을 찾지 않아요. 그런데 철조망에 긁혀 피가 나면 얼른 병원을 찾죠. 이제는 병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가져야 할 시대가 왔어요. ‘아파야 병’이라는 공식을 깨야 해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검진을 받나 하는 생각을 깨야 해요. 자주 검진을 받고 자기 몸을 관리하고 문제를 빨리 발견해 해결하면 행복한 삶을 오래 가져갈 수 있는 것이지요. 많이 안타까운 현실은 40대부터 건강을 잘 관리하면 80대, 90대까지 문제없이 살 수 있는데, 이때 무시하고 넘기면 50대, 60대에 발견돼 늦는다는 거죠. 미리 해결이 되면 이제는 거의 90대까지 문제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검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201101호 (20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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