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jREPORT 건강검진 |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 인테리어에 숨은 건강 이야기 

여기 병원이야, 리조트야?
목적과 반대되는 병원 구조 벗어나 물·흙·나무·바람 등 자연요소 도입 

이항복 월간중앙 기자 [booong@joongang.co.kr]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 들어서서 유기농 가운으로 갈아입으면 손목에 찬 전자시계가 순차적으로 동선을 안내한다. 그 안내를 따라 물과 바람이 있는 숲길, 흙의 공간 등을 걷다 보면 어느새 건강검진이 모두 끝나 있다.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 인테리어 곳곳에 숨어 있는 건강 이야기를 들어본다.

새로 이사한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는 서울 태평로의 서울시청 앞 옛 삼성본관 지하층이다. 지하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내려서면 화사한 햇볕과 함께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유리로 만든 계단 아래의 물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호텔 같은 분위기의 건진센터 로비가 눈앞에 펼쳐진다.

로비에서 다시 분리된 남녀 전용공간으로 들어가 유기농 가운으로 갈아입으면 그때부터는 전자 태그를 내장한 손목시계가 알려주는 동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손목시계는 접수창구에서 나눠준다. 시계의 안내를 따라 물과 바람이 있는 숲길, 흙의 공간 등을 걷다 보면 어느새 건강검진이 모두 끝나 있다. 이렇게 걷는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의 이곳저곳에는 건강이 숨어 있다.

기존의 건진센터들은 주로 대형건물에 위치해 대부분의 방에 창문이 없고 외부 자연과 격리된 공간구성을 하고 있다. 건강을 곧 ‘자연성의 회복’이라고 본다면, 자연과 분리된 현대의 병원 공간은 건강을 회복시키겠다는 병원 고유의 기능이나 목적과 반대되는 건축공간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새로 문을 연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는 이렇게 잘못된 병원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자연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실내공간으로 유입해 삭막한 병원이 아니라 리조트나 공원에서 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선 건진센터에 필수인 로비·접수대기공간·휴식공간 등 수검자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는 물·흙·나무·바람 등 자연의 요소를 이용해 공간을 디자인했다.

물과 바람이 흐르는 로비_ 수검자들이 처음 접하는 로비는 물을 활용한 공간이다. 지상에서 내려오는 계단은 유리로 만들어 자연채광을 최대한 지하로 유입하게 돼 있다. 계단 아래 부분은 대형 수조로 처리함으로써 자연채광을 난반사시켜 최대한 로비로 들어오게 했다. 로비 벽면에는 버블패널을 설치해 ‘물이 흐르는 벽’을 만들었다. 이 버블패널은 공기방울이라는 시각적 요소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여줌으로써 바람이라는 자연의 요소를 실내로 끌어들인다. 물이 흐르는 벽은 로비와 접수대기장소를 나누는 장치다. 수검자들이 로비를 거쳐 물의 벽을 통과하면 비로소 접수대기 장소로 들어가게 된다.

숲의 신선함이 살아 있는 접수대기 장소_ 물이 흐르는 벽을 지나 접수대기 장소로 들어서면 좌우 긴 벽면에 기대 ‘송악’이라는 다년생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녹색의 자연을 연출하는 동시에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공간이다. 이곳 녹색의 접수대기 장소와 로비는 버블패널로 나뉘면서도 물의 흐름이 이어져 연결된 공간임을 보여준다. 조명은 천장면 자체가 빛을 내는 바리솔로 처리해 빛이 충만한 하늘처럼 보이게 디자인했다. 수검자들은 접수대기 장소의 숲의 벽을 통과해 다음 공간인 탈의실로 이동하게 된다.

흙의 기운이 충만한 중앙 휴게공간_ 탈의실에서 수검복으로 갈아입고 문을 나서면 실제로 검진의 기능이 이루어지는 건진센터의 중심공간인 중앙 휴게공간이다. 휴게공간을 둘러싼 네 면에는 황토로 만든 전통 꽃담을 설치해 어느 곳에서나 흙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노란색 계열의 황토색은 자칫 건진을 받으면서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완화해주는 심리적 효과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휴게공간은 수검자들이 나무 밑에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건물의 기둥·보와 각종 설비시설을 나뭇가지처럼 꾸미고, 곳곳에 책꽂이를 설치했다.


병원에서 길을 잃다?

사람들은 낯선 공간에 들어서면 불안감을 느끼다 서서히 공간의 구성을 이해한 다음부터 안정감을 느끼고 그 공간에 호감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때문에 자신의 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지닌 채 찾게 마련인 병원은 그 어떤 공간보다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은 복잡한 동선으로 이루어져 공간에 대한 친숙감이 떨어진다. 복도에 놓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우두커니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나 벽을 바라보는 것이 대부분의 병원에서 느끼는 체험이다.

병원, 특히 건진센터는 여러 가지 검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검사 순서가 바뀌기 때문에 수검자들이 혼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수검자로서는 어느 순간이든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인지할 수 있어야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하면서도 위치 파악이 쉬운 구조가 가장 훌륭한 병원동선체계일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는 수검자들로 하여금 쉽게 공간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수검할 수 있도록 ‘센트럴파크’ 개념을 도입했다.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던 휴게공간을 모아 외부공간 느낌이 나는 하나의 커다란 휴게공간을 만들고, 그 주변에 각종 검사실을 배치한 것이다.

대부분 병원 공간 구성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공간의 가장 말단에 검사실이 위치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검사실은 대부분 창문이 없어 마치 교도소의 독방에 갇힌 듯 밀폐된 느낌을 주는 공간구조를 띠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는 이같이 고립된 느낌을 주는 검사실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 휴게공간을 향한 검사실 벽면에는 창문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검사실 내부에서도 휴게공간을 바라봄으로써 안정된 마음으로 검사 받을 수 있게 했다. 각 검사실 사이의 벽에도 기능적으로 방해받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창문을 많이 만들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검자의 시선보다 높은 곳에 창문을 만들어 다른 검사실의 천장만 바라볼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이로써 각 검사실은 서로 시각적·심리적으로 관계를 가지게 되고, 그 안에 머무르는 수검자는 좀 더 안락하고 쾌적한 공간 분위기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들 검사실은 또한 색을 최대한 절제한 백색 공간으로 디자인해 검사 기능을 위한 최적의 공간을 연출했다. 특히 방과 가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여러 가지 검진장치가 어지럽게 배치돼 있던 검사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의자를 제외한 모든 가구를 빌트인(Built-in)으로 제작해 공간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

201101호 (2011.01.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