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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흥섭의 ‘선인의 풍류’] 孔子 불륜을 노래하다 (上) 

 

동아시아의 도덕과 윤리를 지배해온 최고의 유학경전 ‘사서삼경’의 하나로 꼽히는 <시경>에 낯뜨거운 남녀의 불륜 내용을 담은 시가가 담겼다고? 며느리를 탐하는 시아버지, 남매 간의 사랑, 모르는 남녀 간의 야합 등 그 내용도 자못 충격적이다
공자(孔子, 기원전 551~479)만큼 노래를 가까이한 성자(聖者)도 없을 듯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 덕분에 노래와 춤과 더불어 세상을 접했다. 그의 몸에 자연스레 스며든 음악은 이후 그의 위대한 삶의 동반자가 되었고, 학문의 초석이 되었으며, 인격완성에 이르는 길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공자께서 불륜을 노래하셨다고? 이런 ‘발칙한’…. 하지만 결코 부정될 수 없는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로, 이미 800여 년 전 주자(朱子, 1130~1200)에 의해 밝혀졌다. 여기서 주자가 규정한 ‘불륜(不倫, immorality, affair)이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부부관계 아닌) 남녀의 섹스 또는 만남’을 뜻한다. 주자가 누구인가? 그는 과거 조선왕조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700여 년 동안 장악한 유학의 완성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왜 그동안 이런 충격적인(?) 진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답변은 단순하다. 아는 사람은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모르는 사람은 진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럼 아는 사람은 왜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나? 그건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공자를 ‘신의 영토’에 거하고 계신 성스러운 인간 즉 완전무결한 성인(聖人)으로 우러러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신적 위엄을 지닌 공자께서 어찌 보통 점잖은 사람도 입에 올리기를 꺼리는 남녀의 불륜을, 직접 노래했느냐는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 설사 그런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저 어두운 심연에 깊숙이 감춰두고 싶었던 것이다. 공자의 용속(庸俗)한 후학들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거대하고 견고한 ‘형이상학적 위선’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공자의 사려 깊고 솔직한 인간적인 매력은 왜곡되고, 속칭 ‘꼰대유교’가 만연하게 되는 연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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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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