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범죄의 재구성 - 엽기적 인천 母子 살인사건 가족 병리현상의 끝은 어디? 

 

도박 중독에 빠진 아들의 치밀한 지능범죄… 급속한 가족해체 현상으로 존속 살해 빈발



돈에 눈이 멀어 피붙이를 죽이고 질투에 눈이 뒤집혀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산을 차지하려고 모친과 친형을 잔혹하게 살해한 ‘인천 모자(母子) 살인사건’은 지능범인 아들 정씨가 TV에 방영된 범죄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치밀하게 준비하고 학습해 실행한 모방범죄로 드러났다. 최근 빈발하는 존속살해 등 패륜범죄들은 물신주의와 급속한 가족해체가 빚은 엽기적인 사건들로 공동체의 기초인 우리 가정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경계경보를 울렸다.

어머니와 친형을 살해한 ‘인천 모자 살인사건’은 당초에는 단순한 ‘실종 사건’으로 알려졌다. 8월 16일 주범인 차남 정모(29) 씨가 태연하게도 “어머니와 형이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한 결과 도박빚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정씨가 부인 김모(29) 씨와 공모해 모친의 재산을 노리고 치밀하게 계획한 패륜범죄로 드러났다. 정씨는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정씨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던 부인 김씨는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차남 정씨는 2011년 결혼한 뒤에도 씀씀이가 헤프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모친이 마련해준 1억원짜리 빌라도 팔아치우고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짜리 집을 얻어야 했을 정도로 쪼들려 살았다. 정씨는 게다가 1년 동안 강원랜드에 32회나 출입하며 돈을 잃어 8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은행대출도 막히고 친척이나 지인들에게도 더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자 정씨는 지난 7월 인천에 있는 모친을 찾아갔다. 정씨의 모친 김애숙(57) 씨는 인천시 용현동에 시가 7억원 대의 3층짜리 원룸 건물의 주인이었다.

정씨는 처음에 모친에게 1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5000만원만 달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씨는 모친이 충분히 자신의 빚을 갚아줄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친은 정씨에게 줄 재산은 이미 결혼할 때 다 주었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화를 내며 돌아가자 모친은 두려움을 느꼈다. 모친 김씨는 지인에게 “막내아들의 눈빛이 무섭다. 돈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날 죽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도박빚과 과소비로 생활고 겪어

그는 평소 TV에 나오는 범죄 프로그램을 즐겨보던 아내 김씨와 모의해 모친과 형을 살해하고 재산을 상속받을 계획을 짠다. 모친은 7억원짜리 원룸에다 생명보험에도 가입해있어 사망하면 총 2085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세입자들이 내는 월세를 포함하면 김씨의 재산은 10억원에 육박했다.

정씨는 평소 모친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씨의 모친은 사춘기 때는 정씨를 아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큰아들을 더 챙겼다. ‘도박 빚과 생활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친과 형이 다 없어져야 한다.’ 정씨는 아버지도 지하에서 자신을 용서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씨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그는 먼저 인터넷에서 한 방송사의 시사고발프로그램 동영상을 내려받았다. 살인이나 실종 등 강력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특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7월 13일자 방송 분인 ‘여우고개의 비극’ 은 용의자의 부친 살해사건을 다루고 있어 도움이 됐다고 한다. 대형가방을 이용해 시신을 담고 차량으로 운반해 시신을 매장하는 범행수법을 사용한 것도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8월 10일, 정씨는 면장갑 2개와 청테이프 4개, 시신을 둘둘 말기 위한 비닐을 사고, 다음날에는 세정제(락스)를 다량으로 구입했다. 락스는 살인흔적을 지우고 시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훼손하는 용도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아내 김씨가 동행해 정씨가 구입한 도구들을 챙기고 정리해주었다.


▎희대의 인천 모자(母子) 살인사건은 차량 트렁크에 실린 사체의 무게를 밝혀낸 국과수의 과학수사가 해결의 단초가 됐다.



모친 얼굴에 두건 씌워 목졸라 살해

정씨 부부가 범행 실행 날짜로 정한 8월 13일, 정씨는 모친이 살고 있던 인천 용현동을 찾아갔다. 모친은 원룸 건물의 3층에 살았는데, 1∼2층에는 7개의 방에 입주자들이 살고 있었다. 정씨가 흉기나 둔기를 이용해 어머니를 살해한다면 비명 소리 때문에 이웃주민이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었다. 정씨는 수면제를 음료수에 탄 뒤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불면증 때문에 평소 수면제를 자주 복용해오던 터였다.

정씨는 모친의 방에 들어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모친의 얼굴에 두건을 씌웠다. 그리고 나서 미리 준비한 밧줄로 목을 졸랐다. 정씨는 모친의 눈빛을 보지 않기 위해 두건을 씌웠다고 했다. 숨진 모친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청테이프로 모친의 눈을 가렸다.

정씨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곧바로 친형 정화석(32)씨에게 전화해 “술을 마시자”며 퇴근한 뒤 어머니 집으로 오도록 유인했다. 형이 오는 사이에 김씨 시신은 안방으로 옮겨서 잠이 든 것처럼 꾸몄다. 정씨는 형에게 수면제가 든 맥주잔을 건넸고, 같은 수법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정씨는 형의 시신을 화장실로 옮겨 미리 준비한 칼과 톱으로 팔, 목, 몸통 세 부분으로 토막 낸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았다.

정씨는 범행을 마친 뒤 부인 김씨와 만나 8월 14일 오후부터 15일 오전까지 형 소유의 외제차량을 이용해 사체를 유기했다. 먼저 정씨의 외가가 있는 경북 울진에 형의 시신을 매장하고, 도박장에 다니느라 지리에 익숙했던 강원도 정선군에 모친의 시신을 유기했다. 그리고는 천연덕스럽게도 사흘 뒤인 8월 16일, 그는 경찰에 모친과 형이 사라졌다고 실종신고해 경찰수사의 혼선을 유도했다.

경찰은 처음에 정씨가 모친을 살해한 것은 동기가 충분하다고 봤지만 형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었다. 정씨는 형과는 평소에 의사소통이 별로 없었지만 관계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여러 경로로 조사한 끝에 정씨의 형이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뒤집어 씌우기 위해 정씨가 의도적으로 형을 살해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어머니와 형의 시신을 찾지 못해 계속 실종 상태로 남는다면 어머니의 7억원 대 원룸 건물은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씨가 범행 전 자신의 컴퓨터에서 ‘등기 서류’, ‘가족 간 자동차 명의 이전’, ‘인천 뉴질랜드 화폐 환전’ 등을 검색하고 나서 컴퓨터를 초기화한 흔적을 찾아냈다. 정씨는 범행 뒤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 해외로 도피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정씨는 사건 초기 경찰에 모친의 실종을 신고했을 때도 형이 어머니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었다고 한다. 경찰이 보기에도 정씨는 대단한 지능범이었다.

경찰은 초기부터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몇 가지 정황이 있었다. 우선 모친과 형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 시각에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잤다는 정씨의 주장과 다른 알리바이가 확인됐다. 경찰은 정씨가 8월 14~15일 형의 외제차를 이용해 강원도 정선과 충북 제천, 경북 울진 등지를 다녀온 사실을 고속도로 곳곳에 설치된 CCTV로 확인했다.

경찰이 확보한 통행료 영수증에서는 정씨의 지문이 발견됐다. 탐문 수사를 통해 정씨가 평소 도박을 즐겼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정씨의 지인들은 지난 7월 정씨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어머니에게 돈을 요구했지만, 빌려주지 않아 갈등을 겪었다는 사실도 제보했다. 경찰이 처음부터 정씨에 의한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가능성에 염두에 두고 수사했던 이유다.

완전범죄를 꿈꾸었던 지능범 정씨

8월 22일, 인천 남부경찰서 형사과 수사관들이 정씨를 존속 살해 및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그동안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밀어붙이면 자백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정씨의 컴퓨터에서 살인·실종 관련 방송프로그램과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가 발견된 이유를 따졌다. 정씨는 “아내가 프로파일러가 꿈이다. 그쪽에 관심이 많다”고 둘러댔다.

경찰의 추궁에도 정씨는 “강원도와 울진을 갔다 온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정씨는 변호사를 선임한 뒤 “경찰이 나를 의도적으로 범인으로 몰고 있다. 경찰이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는 정황 증거만으로는 구속영장 집행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지능범이었다.

수사는 난항에 부딪쳤다. 경찰은 정씨의 범행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 착수 후 한 달 가까이 직접 증거를 확보하려 전력을 쏟았지만 범행에 사용된 도구도, 사체도 찾아내지 못했다. 정씨의 완전범죄는 성공을 앞두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정씨도 인간이었다. 심리적 압박이 심했는지 유치장에서 “내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되뇌였다는 사실을 유치장에 함께 있던 피의자가 증언했다. 하지만 정씨는 다음날 그런 사실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경찰은 체포한 지 14시간 만에 정씨를 석방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과 정씨의 피말리는 심리전에서 정씨가 이긴 듯했다. 정씨는 의기양양했다. 경찰에 따르면, 석방될 때 그는 신상노출을 피하려 했는지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으로 나타났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취재진들에게 물러서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기자들을 헤치고 나갔다. 범죄수법을 연구하는 프로파일러들에 따르면, 이는 정씨가 타고난 강심장이거나 특별히 범죄수법을 학습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국과수의 과학수사가 해결단초 제공

경찰은 공개수사에 들어갔다. 실종된 모자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실린 전단지가 전국 곳곳에 뿌려졌다. 하지만 어디서도 신고전화는 없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살해됐다는 의심을 굳히고 정씨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우연하게 찾아왔다. 미궁에 빠질 뻔한 살인사건을 해결한 단초는 CCTV 영상에 주목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첨단 과학수사 기법이었다. 국과수는 차량의 보이지 않는 적재물 등을 찾아내기 위해 차체가 내려앉은 정도를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비리자금을 현금으로 사과상자에 담아 차량으로 이동시키다 적발된 뒤 범행을 부인할 경우 국과수가 직접 비슷한 무게의 물건을 실어 차체가 내려앉은 정도를 증거로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국과수는 8월 14일 정씨가 차량을 몰고 모친 집 앞을 지날 때 찍힌 CCTV 영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씨 혼자 타고 있는 차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차체 중심이 밑으로 내려앉아있다는 것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국과수는 더 정밀한 측정을 위해 어머니 김씨와 장남의 몸무게를 합친 125kg의 물건을 동일 차종에 싣고 100차례에 걸쳐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차체의 내려앉는 정도가 CCTV 영상 안의 정씨 차량과 96% 가까이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결과를 보고받은 경찰은 정씨가 주범이라는 심증을 굳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씨를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에둘러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정씨의 부인인 김모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들였다. 경찰은 국과수의 연구결과를 들이대고, 정씨가 차량으로 이동한 경로까지 그려 가며 김씨를 압박해 들어갔다. 완강하게 부인하던 김씨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기법도 동원됐다. 상대방의 범죄 사실을 밝혀 주면 형량을 감해 준다는 수사관의 유혹에 빠져 상대방의 죄를 고변하게 만드는 수사기법이다.

9월 17일, 김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남편이 경북 울진에 시신을 유기한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태가 급변하자 남편 정씨가 당황했다. 정씨는 철석같이 믿었던 부인 김씨가 “남편의 소행”이라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씨는 9월 18일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정씨가 돌발행동을 벌인 것이다. 경찰과 정씨의 피 말리는 심리전에서 이번에는 경찰이 승기를 잡았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경찰은 9월 22일 정씨를 다시 체포했다. 심증은 확실했지만 증거인 사체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경찰은 보강수사한 내용을 토대로 기가 한풀 꺾인 정씨를 집요하게 추궁해 들어갔다.

9월 22일 저녁, 경찰의 끈질긴 설득에 부인 김씨가 시신 유기 장소를 마침내 털어놓았다. 김씨는 이튿날인 9월 23일, 강원도 정선까지 경찰과 동행해 시신 유기 장소를 정확히 지목했다. 경찰은 김씨가 말한 곳에서 모친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묵비권을 행사하던 차남 정씨는 모친의 시신이 발견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느꼈는지 24일 새벽에 형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털어놓았다.

수사관들은 “어머니 시신을 찾았으니까 이제 장례 등의 절차를 밟을 것 아니냐! 그러면 형의 시신도 찾아서 장례를 치러줘야 되지 않겠느냐?”며 정씨를 설득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인천남부경찰서 윤정기 형사과장은 “수사관의 설득에 정씨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내가 형의 시신을 찾아주겠다’고 얘기하면서 형의 사체가 묻힌 곳을 말했다”고 전했다.

9월 24일, 세 토막으로 절단된 정씨 형의 시신이 정씨의 외가가 있는 경북 울진군 서면에서 발견됐다. 살해 당시 사용한 밧줄도 함께 발견됐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씨의 아내 김씨는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자 심리적 압박을 느꼈는지 집 현관 기둥에 목을 매 자살하고 말았다. 아내의 사망 사실을 뒤늦게 경찰에게 전해 들은 정씨는 “내가 잘 챙겨줬어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씨는 존속살해 및 살인, 사체유기, 사체훼손 혐의로 구속됐다.

백일하에 전말이 드러난 끔찍한 존속살해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한 네티즌은 “형의 몸을 잘라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래도 30년 동안 어깨동무하며 같이 자랐을 텐데”라며 정씨의 범행에 치를 떨었다. 정씨의 변호인도 변호를 포기하고 사임했다. 정씨는 돈 때문에 모친을 살해했지만 그에게 이제 돌아올 것은 감옥살이뿐이다.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등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사람은 상속인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해체된 가정이 잦은 존속살해 불러

매년 늘고 있는 존속살인은 사실은 ‘돈 문제’가 아니라 누적된 ‘가정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돈 문제라면 존속살인이 극빈층이나 빈곤층에서 더 많이 일어나야 되는데 중산층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가정마다 여러 가지 형태로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결국은 개개인의 가족 구성원으로 향하게 되면서 이것이 한 순간에 폭발해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가족이니까 참고 살아주겠지 하고 풀지 않고 지나가다 보면 그런 것들이 오랫동안 쌓여 한순간에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 범죄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아들 정씨에 의해 숨진 김씨는 남편과 10년여 전 사별한 뒤 홀로 두 아들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장남과는 최근까지 다정한 사진을 찍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차남인 정씨와는 잦은 말다툼을 하는 등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 정씨는 범행을 자백하면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어머니와 형이 아니라 “돌아가신 아버지”라고 대답했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미움, 그리고 자신보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형에 대한 열등감이 범죄의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사회를 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정도 가족간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그 분노가 개개인의 가족 구성원에게 향하게 되면서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가족 간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가족 간의 불화를 막기 위해 가정마다 지혜를 짜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201311호 (2013.10.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