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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박원순 막을 여당 ‘빅카드’는? 안철수 신당 후보도 변수 

2014 지방선거 여야 수도권 大戰 기상도 - 서울시장 

유동근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야권연대 성사되면 현직 프리미엄에 지지율 안정화된 박 시장 유리…새누리당 박 시장 반대 이미지 가진 ‘안정감’ 주는 후보 물색에 총력

▎서울시장은 ‘소통령’(小統領)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다. 때문에 여야는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건다. 다른 지역에서 다 이겨도 서울시장을 빼앗기면 진 거나 다름없다는 말도 과하지 않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서울시 청사 전경.



서울시장 선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2014년 지방선거의 백미(白眉)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의 심장인 수도 서울의 자치권을 ‘여야 중 어느 쪽이 차지하느냐’는 1차적 의미에 더해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까지 가미돼 지방선거 중 최대 관전 포인트에 해당한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의 승패는 수도권 승리 여부가 좌우하고, 특히 서울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절반의 승리를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된다. 그래서 여야는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고 뛰어들 수밖에 없다. 연말 정기국회가 국가정보원과 권력기관의 정치개입 의혹으로 점철돼 성과 없이 끝나고, 곧바로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연말 임시국회가 한창이지만, 여의도 정치권의 시선은 이미 2014년의 서‘ 울시장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대비한 여야 양 진영의 인물 대결 구도는 이미 절반의 진용이 짜였다고 볼 수 있다. 야권의 경우 무소속 안철수 의원 진영의 공천 가능성이 열려 있기는 하지만 단일 후보로 민주당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재선을 위해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 중 박 시장이 인지도와 대중적인 인기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대결을 위한 준비단계에서 대세(大勢)를 굳히려는 야권과 박 시장 최적화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여권의 물밑 기(氣)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한껏 고무돼 있다. 가장 중요한 ‘빅 매치’에서 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 이후 2013년 들어서도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과 정상회담 대화록의 사초(史草) 폐기 의혹 등으로 가뜩이나 수세에 몰려 있는 야권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의 승리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여야의 공수(攻守) 구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박원순 대세론에 움츠리는 민주당 경쟁자들

반대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자칫 중간평가 국면에서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함으로써 정국 운영에 ‘빨간 불’이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벌써부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013년 하반기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초반대의 견고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지지도의 상당부분이 거품이라는 우려가 있는데다 이 거품이 내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급속히 꺼지기 시작해 집권 3년차 즈음에 ‘레임덕 기조’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여야 대치정국에서 죽을 쑨 11월 말~12월 초에는 ‘조기 전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10월 24일 보궐선거로 국회에 복귀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측에서 흘러나왔다. 서 전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의미하기 때문에 위태로운 현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기보다 조기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여야가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에 합의하면서 대치정국이 풀리고 조기 전대론도 쑥 들어갔지만 여권의 위기의식의 일단을 보여줬다.

10%대의 지지율로 절망감마저 흐르고 있는 야권에 일말의 희망을 주는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독주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다. 이미 민주당에는 ‘서울시장 후보=박원순’이라는 등식이 상수로 통용되는 기류가 있다. ‘박원순 대세론’이라는 말이 나와도 크게 문제삼지 않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누군가 마음속으로 서울시장 도전을 꿈꾸고 있더라도 쉽사리 본심을 꺼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박 시장의 세(勢)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내심 시장 도전을 꿈꾸는 중진급 실력자라도 선뜻 후보로 나서겠다는 뜻을 비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2013년 5월에 출범한 ‘김한길 체제’에서 개정된 당헌·당규와 새로운 경선 방식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당내 경선 구도의 전망을 풀어냈다. 그간 국민 참여 경선으로 후보를 결정했던 방식이 시·도당 지부를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뀐 점이 요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변화에 맞춰 중요해진 것은 ‘인물’보다는 오히려 ‘조직’이라고 말했다. 당내 우월한 파벌의 조직력을 등에 업은 후보가 나올 경우, 아무리 박 시장이 대세라고 해도 ‘추대’를 통한 후보직 획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당내 핵심 파벌인 친노(親盧·친노무현)가 후보를 내면 투표권을 가진 구청장 혹은 시의원들이 계파의 방침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는 식이다.

대의원들의 추대로 경쟁자가 등장해 최종적으로 박 시장을 꺾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직을 따낼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최소한 박 시장의 독주 구도에 ‘흠집’ 정도는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친노 입장에서는 무주공산으로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다시 내주는 것은 조직 다지기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 후보가 일방적으로 독주하기보다 누군가 경쟁자가 나타나 경선 구도를 만드는 것이 흥행 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야가 공히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무(無)공천’ 문제가 기초단체장의 경우 공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기류도 ‘계파에 의한 조직표 동원’ 방식이 작동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서울시 소속 현역 구청장들의 발언권이 작용하게 돼 각 계파의 방침이 내려질 경우 박 시장이 몰표를 얻을 수는 없으리라는 관측이다.

민주당에서 박 시장이라는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다른 후보군으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박영선 의원(3선·서울 구로을)과 박 시장의 보선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이인영 의원(재선·서울 구로갑), 서울에 일정 지분이 있는 추미애 의원(4선·서울 광진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야권 후보로는 박원순 현 시장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조용히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 시장, 박영선·이인영 민주당 의원,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 김 전 의원은 2012년 대선때부터 ‘안철수 진영’에 몸담고 있다.



대통령과 각 세우는 박원순에게 견제구 날리는 안철수

그러나 한편에서는 “바뀐 당헌·당규가 대세론을 오히려 더 강화해줄 것”이라는 정반대의 전망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재선을 꿈꾸거나 새롭게 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 등이 되기를 바라는 대의원들이 자신의 당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유력 후보’ 쪽으로 쏠리게 될 가능성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세론을 등에 업은 박 시장이 수도권 선거 특유의 ‘바람’까지 불러온다면 그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목해 손쉽게 선거에 임하는 전략이 당내 경선 분위기를 압도하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박 시장이 이미 자체적으로 민주당 조직 인프라 장악에 착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야권에서는 박 시장을 일컬어 ‘주도면밀한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이 오래전부터 재선을 염두에 두고 현역 프리미엄을 활용해 당내 인프라 장악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에 대한 ‘러브콜’은 이미 2012년부터 시작됐다. ‘현장 시장실’과 같은 정치 이벤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 각 구청에 하루 동안 임시 시장 집무실을 차려 놓고 전역을 순회하며 지역 민원을 청취했다. 이 행사에는 서울시내 총 25개의 자치구 중 민주당 소속 20개만 참여했다.

중·중랑·강남·서초·송파구 등 새누리당 구청이 불참한 것만 봐도 이 행사의 정치적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시장식 ‘지역구 관리’였던 셈이다. 박 시장의 관리 행보를 놓고 ‘고차원적인 정치 계산’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한 일종의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비난이 동시에 나왔다.

2012년 11월부터 2013년 후반기까지 1년 동안 현장 민원을 청취한 결과, 은평구 같은 곳에서는 자치구 차원의 숙원사업이었던 뉴타운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는 예상 밖의 성과도 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서울시장과 함께 구청장 대부분을 민주당에 뺏긴 상태에서 바닥민심 장악에서 계속 밀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박 시장은 구체적인 지역 현안에서 새누리당을 잘 견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지 문제를 둘러싼 중요 이슈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상보육 재원 문제에 대해 6월 국무회의에서 중앙정부 매칭 부분을 높이라며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부분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통령과 직접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는 부분은 야권의 정치인 누구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무상보육 정책의 중앙정부 매칭 부분을 늘려달라고 주장하면서 가뜩이나 복지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정부를 공격했다. 서울 전역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홍보전과 공세의 수위를 높이자 곧바로 여권의 ‘눈엣가시’로 급부상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새누리당 등 발끈한 여권이 박 시장에게 역공세를 폈다. 국무회의장과 국회가 ‘돈을 달라’는 박 시장과 ‘못 준다’는 박 대통령의 대리전 현장이 되면서 박 시장의 몸집이 되레 커져버렸다.

또 여권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박 시장 자신이 ‘복지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결과야 어떻든 대통령과 성공적으로 각을 세우고, 또 대립각에 서고도 밀리지 않은 점 때문에 박 시장이 서울시장 재선을 발판으로 대선까지 직행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까지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 쪽에서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안 의원은 최근까지 “독자적으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지방선거 후보를 배출하겠다”며 박 시장과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안 의원이 구상하는 신당 참여에 박 시장이 거부 입장을 밝힌 대목에 대한 서운함도 묻어 있는 듯하다.

안 의원 핵심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10월 18일 “박 시장이 저희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영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며칠 뒤 “당을 탈당해 다른 신분(안 의원 신당의 후보)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고사했다. 신당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안 의원의 구애를 거부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원순 저격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자천타천 후보는 많지만 적임자가 잘 보이지 않아 고민이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몽준 의원·김황식 전 국무총리·안대희 변호사·홍정욱 전 의원·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진영 의원.
‘서울시장=박원순, 경기지사=안철수 신당 후보’ 절충 가능성

이런 맥락에서 11월 7일 박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결국 ‘안철수 달래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신당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의 조직력과 안 의원의 암묵적 지지가 필요한 박 시장이 두 세력 사이에서 줄타기조차 마다하지 않고 재선에 ‘올인’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의원이 11월 중순 ‘서울시장 공천’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안 의원과 박 시장의 줄다리기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장하성 교수와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한 김성식 전 의원 등을 지방선거의 수도권 공천 후보로 저울질하며 압박을 가한다.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안 의원의 압박이 ‘서울시장=박원순, 경기지사=안철수 신당 후보’ 공식을 관철하기 위한 ‘빅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민주당 대(對) 안 의원 신당 간의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박 시장의 높은 재선 가능성을 민주당이 성공적으로 살리고, 안 의원 진영이 별도의 후보를 내지 않도록 야권연대를 완성해가야 하는 과제가 야권에 남게 된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수세에 있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박 시장 외에 다른 야권 후보가 등장하며 ‘1 대 다(多)’ 구도가 연출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야권연대가 실패해 다자구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새누리당 대 민주당’의 ‘1 대 1’ 구도로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탈환 시나리오는 ‘새누리당 대 신(新) 야권연대’의 대결을 가정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박 시장과의 대결에 최적화된 ‘대항마’를 발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가장 큰 난제는 인물난(難)이다. 여권 내에서 자천타천으로 서울시장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후보군은 나와 있지만, 뚜렷하게 부각되는 후보나 당선 가능성이 커 보이는 후보를 찾기 힘든 까닭이다. 때문에 중앙당과 서울시당위원회를 중심으로 묘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서울지역 의원과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으로 구성된 서울시당위원회는 11월 11일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때문에 만날 때마다 경선 문제가 이슈이지만, 정작 구체적인 인물을 추천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서울시당은 박 시장에 맞설 대항마를 찾기 위해 당내 유력 후보 간 경선을 통해 흥행 국면을 조성하고, 박 시장 시정활동의 허구적인 면을 분석하자는 대응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시당이 시장 후보 적합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6명의 ‘떼 후보군’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자체 조사에는 정몽준 의원(7선·서울 동작을)을 비롯해 ‘이명박정부 마지막 총리’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 지난 대선 박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역임한 안대희 변호사,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진영 의원(3선·서울 용산),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홍정욱 전 의원 등 6명이 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6명의 후보를 각기 내세워 박 시장과 가상대결을 치러봤는데 아무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고 서울시당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반해 박 시장의 지지율은 여러 차례 조사에서 40~50%대의 높고 안정적인 지지율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문종 사무총장은 “중앙당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자체 조사 과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후보군으로 꼽힌 정치인 중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당내 의원 중에서는 정우택 의원(3선·충북 청주 상당), 김종훈 의원(초선·강남을)이 출마에 관심을 보일 뿐이고, 원외에서는 이혜훈 최고위원, 원희룡·나경원 전 의원 정도가 출마 의사와 무관하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이 바라보는 유력 후보군과 실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당사자들 간에 내년도 선거 전망이 어긋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최근 여론조사를 두고 “서울시당이 독단적으로 실시한 조사”라는 반발 기류와 “특정 후보를 부각시키기 위한 기획 성격을 띠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나온다. 쉽사리 대적할 후보를 내놓기 어려운 당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 4월 정도로 예상되는 당내 경선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후보 선정을 둘러싼 당내 잡음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모습.



새누리당은 김황식·정몽준·진영 등 놓고 저울질

일단 10여 명의 후보군 중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김 전 총리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여러 지역구를 돌며 바닥민심을 훑어봤는데 김 총리를 적임자로 보는 여론이 많았다”며 ‘김 전 총리 추대’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김 의원은 김 전 총리의 장점이 감사원장 출신으로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에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박 시장이 자신의 재선과 민주당의 서울지역 기초단체장·기초의회의원들의 당선을 위해 시정 전반을 망쳐놓고 있는 데 반해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행정을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설명도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이든 어떤 자리든 아직 선출직 출마에 큰 뜻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식적인 당의 출마 제의가 없었던 만큼 수락 여부를 결정적으로 말하지 않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의 주류 세력인 친박 성향의 지도부는 누구든 박 시장을 꺾을 수 있는 카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내심 대중적 인지도와 선거 경험 면에서 김 전 총리를 압도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을 적임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 전 총리든 당내에서는 정 의원이든 결국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최종적인 서울시장 후보 결정의 열쇠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단일 후보를 미는 추대 방식보다 당내 경선을 통한 경쟁 방식의 후보 선출이 바람직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정 의원과 김 전 총리의 경쟁력이 모두 출중한 만큼 한 명이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되면 다른 후보는 경기도지사로 출마하는 복안도 함께 제기된다. 결국 후보 적합도는 어느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으며 박 시장과 대립구도를 짜는 데 유리한가를 놓고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의 경우 박 시장과 ‘안정 대 불안정’의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호남 출신인 점도 수도권 승부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MB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만큼 친이(親李·친이명박)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거꾸로 반(反) MB 정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친박 입장에서도 유력한 대권 후보로 성장할 수 있는 정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들린다.

서울시장 선거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친박 성향의 후보를 공천했다가 선거 결과를 둘러싼 책임의 화살이 박 대통령과 여권 내 친박계로 향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선출직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상 출마할 경우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는다.

박 시장 ‘불안정’과 새누리당의 ‘안정’ 구도 먹힐까

반면 정 의원이 낙점될 경우 박 시장과의 구도에서 ‘귀족 대 서민’ 프레임이 작동해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 의원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재계 인사였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 ‘글로벌시티 서울 대 구(舊) 서울’의 구도가 작동해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을 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과의 격차가 김 전 총리에 비해 작게 나온 점도 강점으로 분류된다. 기초연금 문제로 박 대통령과 입장 차이를 보이다 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난 진영 의원이 당의 추천 명단에 들어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당내에서 진 의원이 박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했다며 ‘배신자’ 낙인을 찍는 기류가 있었음에도 후보군에 올랐다.

진 의원 추천 기류 역시 박 시장과 대립각에 설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이 복지 재원 문제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복지 문제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진 의원이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진 의원 측에서는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출마 관측과 거리를 두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항마들의 공통점이 박 시장의 반대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듯이 향후 대응전략 역시 대립 구도를 중심으로 짜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11월 중순 열렸던 국회 대정부질문을 계기로 박 시장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서울시장 선거를 겨냥한 사전포석으로 박 시장의 시정활동 과정의 전횡을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홍문종 사무총장과 김성태 의원이 ‘박 시장 때리기’의 총대를 메고 있다. 홍 사무총장은 12월 서울대공원에서 벌어진 호랑이의 사육사 습격 사건을 맹비난하며 박 시장 시정활동이 비전문성에 근거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김 의원도 대정부질문을 통해 박 시장의 각종 전횡과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 시장의 전횡 사례로 서울 구룡마을, 마곡지구 개발 과정에서의 각종 특혜 의혹을 집중공략했다.

새누리당은 박 시장이 오세훈 전 시장이 계획한 각종 사업을 이름만 바꿔 자기의 공적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변공원 설립 계획을 화목원으로 바꿨을 뿐 개발 정책이라는 기조는 일관되며 경전철 재개에서 보듯이 자기 정책이 없는 시장이라는 비판이다. ‘박 시장 표 정책의 부재’, ‘정부 복지정책에 반대하는 불안한 후보’라는 논리를 덧씌워 향후 ‘안정 대 불안정’ 구도로 몰아가겠다는 의도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주된 공세는 박 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지방선거용 사전 선거운동을 한다는 데 맞춰졌다. 현장시장실이 자기 당 챙기기 식의 조직 관리이며, 서울지역 곳곳에 설치했던 ‘박근혜정부 복지후퇴’ 플래카드 역시 실질적인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다는 식이다.

김 의원은 “박 시장은 감성정치의 산물. 환경운동가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 ‘박원순 표’ 정책이 없고 전임 시장 정책을 가져다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유착 의혹까지 받고 있다”며 “박 시장의 ‘불안정’과 새누리당의 ‘안정’ 구도로 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라며 대응전략을 설명했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계속되는 새누리당의 박 시장 때리기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201401호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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