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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돌밥회(돌아가면서 밥 사는 모임)’와 ‘클라우트(SNS 영향력 평가 지수)’의 격돌 

2014 지방선거 여야 수도권 大戰 기상도 - 경기도지사 

김재민 경기일보 정치부 기자
새누리당은 김문수 지사 거취 확정돼야 나머지 경합구도 정리될 듯…안철수 신당의 파괴력 주목받지만 민주당 예비후보로의 쏠림 현상 지속

▎서울·인천과 함께 수도권의 3대 축인 경기도. 1200만 명이 사는 경기도의 ‘차기 선장’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95년 이후 5차례 선거에서는 여당이 4승1패로 크게 앞섰으나 표차가 많지 않은 박빙승부가 대부분이었다. 사진은 경기도청 소재지인 수원의 상징인 화성.



1200만 명을 태운 초대형 경기호(號)의 차기 선장은 누가 될 것인가? 2014년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지사를 노리는 여야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새누리당은 가장 경쟁력 있다고 여겨지는 김문수 지사가 불출마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원이 사실상 출마선언을 하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도 마찬가지다.

여야 지도부 모두 승리를 장담하지는 못한다. 새누리당은 거론되는 예비주자들의 경쟁력이 민주당 후보들에 뒤진다는 평가가 많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은 물론 창당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안철수 신당에도 크게 뒤지는 정당지지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새누리당은 ‘후보 경쟁력’, 민주당은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여야 지도부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예비주자들은 각종 토론회 참석과 출판기념회, 특강 등을 하며 부지런히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새누리당 경기도 출신 의원들은 ‘돌밥회’라는 친목모임을 자주 갖는다. 돌밥회란 ‘돌아가면서 밥 사는 모임’의 준말이다. 처음에는 3선 이상 중진들의 주요 참석자였지만 지금은 새누리당 경기도 의원 전원(21명)으로 문호가 개방됐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국회의원이라면 이 ‘돌밥회’부터 공략해야 한다.

2013년 11월 5일에는 화성 갑에서 당선된 서청원 의원의 환영식을 겸한 모임이 열렸다. 지사 선거 출마를 염두에 일부 주자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눈도장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한 초선 의원은 “예비주자들의 미묘한 신경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말했다.

여권의 경기지사 후보구도는 김문수 지사가 3선에 도전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크게 바뀔 듯하다. 김 지사는 현재까지 3선 불출마 쪽에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지도부가 김 지사에게 미련을 버리는 못하는 이유는 현재 거론되는 다른 예비주자들의 경쟁력이 그다지 미덥지 못한 탓이다.

김문수 진짜 불출마하나

김 지사를 제외한 여당 내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은 원내에서 4선의 원유철(평택갑)·정병국 의원(여주·양평·가평)과 3선의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김포)이 꼽히고, 5선의 남경필 의원(수원병)이 있고, 원외 인사로는 박순자·김영선·이범관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최근에는 한선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용인병)도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현재까지 원유철·정병국 의원과 유정복 장관의 삼파전 양상이지만 민주당의 예비후보군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김황식 전 총리 등 제3인물 영입설이 나돌기도 한다. 2013년 두 차례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압승 분위기가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유권자들의 견제심리와 야권연대의 위력이 되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태년 경기도당위원장(성남 수정)은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인천뿐만 아니라 경기까지 먹을 수 있다”면서 “서울·인천은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박원순·송영길)이고, 경기만 이기면 되는데 현재 후보 경쟁력이 새누리당보다 앞선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우려하는 것은 후보 개개인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이른바 ‘올드 보이’들로 인해 젊은 층의 이탈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결과, 검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결과 등에 대한 여론의 향배도 주시하는 대목이다.

김문수 지사의 거듭된 불출마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의 3선 도전 여부는 여전히 관심의 초점이다. 한 측근은 “정치는 생명이기 때문에 100%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만한다’는 것이 김 지사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우여 대표(인천 연수)와 홍문종 사무총장(의정부을)에게 ‘좋은 후보를 찾아보시라’고 이미 말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김 지사가 6월 지방선거에 불출마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차기 대선 도전 때문이다. 만약 3선 도전에 나서 당선될 경우 2018년은 돼야 4년 임기를 채우게 된다. 차기 대선이 한 해 전인 2017년에 치러지기 때문에 중도사퇴하지 않으면 대선에 나설 수가 없다. 결국 차기 대선에 도전하려면 지방선거에 불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1951년생으로 새해에 63세가 되는 김 지사는 “도지사에 또 도전하면 내 정치인생은 도지사로 마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 이는 도지사 3선보다는 차기 대선에 마지막 정치인생을 걸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김 지사는 3선 도전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임기 직후에 치러질 예정인 7·30 재·보선 출마를 고려했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2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53조5항 때문에 없던 일이 됐다는 후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 지사의 7·30 재·보선 출마가 어렵게 된 점이 오히려 지방선거 출마로 유턴 가능성을 남겨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지사의 측근 발언 중 “정치는 생명이기 때문에 100%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부분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출마 가능성도 있다’는 여지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크게 악화되거나 여권 예비후보들이 야권 예비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월등히 앞서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는 다시 김 지사를 찾을 것이고, 그는 이를 매정하게 뿌리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분석이다.


▎여권 내에서 차기 경기 도백(道伯)을 노리는 예비주자들은 줄잡아 5∼6명쯤 된다. 사진 왼쪽부터 김문수 현 지사, 원유철·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동적인 원유철, 정적인 정병국

원유철 의원은 정병국 의원과 함께 현재 가장 열심히 뛰는 새누리당 차기 경기지사 예비주자다. 도당위원장, 도 정무부지사, 18대 국회 국방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원 의원은 2013년 12월 4일 경기언론인클럽이 주최한 ‘도지사 출마예정자 초청토론회’에서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리더십으로 GO(Gyeonggi Ok) 프로젝트를 통해 ‘이기는 경기’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예비주자인 원혜영 의원(부천 오정)과 같은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활동하는 그는 토론회 자리에서 “외국에 갈 때 (원혜영 의원과) 옆자리에 앉은 적이 있는데 ‘둘이 한 번 (도지사 선거에서) 잘해보자’고 했다”며 우스갯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또 11월 6일에 대대적인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나는 오늘도 도전을 꿈꾼다>란 책 제목에서 그의 의지가 읽혔다. 제목 중간에 ‘경기지사’라는 말만 끼워 넣으면 바로 출사표가 되는 셈이다. 그의 좌우명은 ‘절차탁마(切磋琢磨)’. 옥과 돌 등을 닦아서 빛을 낸다는 의미로 자신을 더욱 닦아 빛을 내게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는 선관위가 만든 지방선거 일정표가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하며 걸려 있다. 120일 전, 90일 전, 30일 전 등을 꼽아가며 해야 할 일정을 꼼꼼히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론조사를 수시로 실시해서 지지율 변화를 들여다보는데, 민주당 예비주자들(김진표·원혜영 등)과의 가상대결 결과에 대해 정당지지율 차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크게 앞선다고 말할 뿐 구체적인 수치는 말하지 않았다. 당내에서 이미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가는 받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관건이다.

원유철 의원이 ‘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정병국 의원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정치인으로 꼽힌다. 당 사무총장과 18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추켜세워주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기도 했다.

11월 18일 열린 ‘경기도 대선 8대 공약 실천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행사를 주최한 정 의원이 원 의원을 단상으로 불러내 “김 지사의 뒤를 이어 새누리당이 경기도에서 집권하려면 우리가 함께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제가 도지사 후보가 되면 원 의원이 도와주시고 원 의원이 되면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11월 7일 경기언론인클럽 주최한 ‘도지사 출마예정자 초청토론회’에서 여야 예비주자를 통틀어 가장 먼저 사실상의 출사표를 냈다. 그는 “경기도 3.0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문화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만이 창조시대의 경기 3.0시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경기도 K-밸리’의 구상도 밝혔다.

정 의원은 특강과 연설에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가 2005년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2007년 대선 선대위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맡는 등 홍보 부문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는 “상품(이력)은 좋지만 포장(홍보)은 부족하다”는 주변의 지적을 듣고 난 뒤로, 최근 홍보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때 친박(친 박근혜)계 내에서는 ‘비서실장 출신 3인방’인 진영·유정복·이학재 의원의 서울시장·경기지사·인천시장 동시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진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퇴하면서 비서실장 세 명의 동시 출마설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유정복 안행부 장관의 도지사 출마설도 희미해진 모양새다.

‘박심’(朴心) 기다리는 유정복, 다크호스 남경필

하지만 야권에서는 여전히 유 장관을 여권의 유력한 차기 경기지사 주자로 본다. 이유는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다른 예비주자들이 경선에서 유 장관을 꺾기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작 본인은 “경기지사 출마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안행부 장관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할 뿐”이라고 한 발 물러서지만 여전히 인화성이 강한 카드다.

출마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그의 ‘광역의원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꼽는 이도 있다. 선거 때 수족의 역할을 해야 하는 도의원들을 겨냥한 의미 있는 포석이라는 해설이다. 반면 불출마설은 박 대통령이 선거를 총괄해야 하는 안행부 장관을 바꿔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유 장관이 인천 제물포고를 나온 점을 들어 인천시장 출마설도 나온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권의 공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갈 수도 있지 않느냐, 국무총리로 수직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여러 가지 억측과도 얽혀 있다. 결국 유 장관의 차기 경기지사 출마여부는 ‘박심(朴心, 박 대통령의 뜻)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지사를 제외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남경필 의원이 유력한 잠룡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경기지사보다는 오히려 원내대표에 더 마음을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은’ 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불출마 입장을 거듭 피력한 그는 기자에게도 “경기도지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적이 있다.

경복고 출신인 그는 “민주당에서 김진표·원혜영 의원이 도지사 준비에 가장 열심이다”라고 기자가 말하자 “그럼 나까지 나서면 경복고 출신이 3명이나 되네”라며 웃어넘겼다. 최근 한 달에 한 번씩 남경필·원희룡 의원과 ‘남·원·정’ 모임을 재개하고 있는 정병국 의원은 “남 의원은 여전히 원내대표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거들었다.

남경필·정병국 의원의 측근들도 “절친한 두 사람이 (도지사 후보를 놓고) 절대 경선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 의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남 의원의 불출마가 확고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새누리당 당내에서는 남 의원의 경쟁력을 감안, 후보군에서 완전히 제외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49세로 젊은데다 도당위원장과 18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역임하고,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대표를 맡는 등 리더십이 있으며, 무엇보다 수원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수원 출신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도지사 후보가 되면, 맞대응하기 위해 수원 출신 남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괜찮은 구도”라고 말했다. 김문수 지사도 2013년 9월 27일 미국 방문 중 LA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 내 (차기 경기지사) 후보 중 남 의원이 여론조사 등에서 강하지 않느냐”고 언급한 적이 있다.

민주당 경기도 의원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활동에 누구보다 공을 들이는 듯하다. ‘트친’(트위터 친구)과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자신의 활동을 홍보하고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영향력을 평가하는 ‘클라우트’(Klout) 지수에서 민주당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은 새누리당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보다 크게 앞설 정도로 대부분 상위권에 올라 있다.


▎야권은 IMF 외환위기 직후에 치러졌던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에 경기지사 탈환을 노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진표·원혜영 민주당 의원·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



지사선거 ‘재수생’ 김진표, 진격하라 원혜영

민주당의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은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 출신의 3선 김진표 의원(수원정)과 4선 원혜영 의원(부천 오정)이 가장 먼저 손꼽힌다. 3선의 박기춘 사무총장(남양주 을)과 4선의 김영환(안산 상록을)·이종걸 의원(안양 만안), 5선의 이석현 의원(안양 동안갑) 등도 거론된다.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정장선 전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은 바닥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정당 지지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안철수 신당이 뜰 경우 신당 지지율에도 한참 떨어진다. 재·보선 연전연패와 바닥을 기는 정당지지도 탓에 민주당 내에서도 이대로 가다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그런데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특히 안철수 신당이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스스로 환골탈태를 할 것인지, 야권연대 등을 통해 전체의 틀을 바꿀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3선인 김진표 의원을 4선인 원혜영 의원보다 먼저 거론하는 것은 부총리를 두 번 역임한 화려한 경력과 2010년에 실패한 후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 도지사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에게 패해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본선에서 결국 유 후보가 패배했지만, 민주당은 경기도 시장·군수 31명 중 19명, 도의원의 절반이 넘는 완승을 거뒀기 때문에 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한이 됐다.

사실상 도지사 재수(再修)에 나서는 그는 이번에도 가장 유력한 예비후보로 꼽힌다. 특히 인구 100만이 넘는 수원시 출신이란 점이 강점이다. 또한 경기도의 재정상황이 ‘감액추경’을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 출신인 그의 이력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재정 파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전적으로 김 지사의 잘못된 도정 때문”이라고 비판해왔다.

11월 13일 경기언론인클럽 주최 ‘도지사 출마예정자 초청토론회’에서 그는 “파탄난 (도의) 민생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경륜과 지혜를 갖춘 ‘119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민주당의 낮은 지지도’를 지적하자 “그래서 내가 반드시 후보가 돼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고 응답했다.

그는 “중도층의 흡수와 공무원 지지 등으로 낮은 정당지지도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본선 경쟁력은 높지만 당내 경선은 원혜영 의원이 앞선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책임당원, 권리당원 등 어떤 경선 방식으로 하든지 이길 자신이 있다”며 여유를 보였다.

운동권 학생회장 출신인 원혜영 의원은 군사독재 반대 민주화운동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고, 풀무원식품 창업 경영(실물경제), 부천시장(지방행정), 국회의원(중앙정치) 등 다양한 경력을 가졌다. 원 의원은 2013년에 책 한 권을 펴냈는데 제목이 <진격하라>이다. “경제·정치·복지·환경민주주의를 위한 외침이며, 좋은 사회를 향해 진격하라”고 해설을 달았지만 그것을 경기지사로 향해 진격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원 의원은 김진표 의원의 고교(경복고) 4년 후배이자, 대학(서울대) 동문이다. 하지만 원 의원은 대학 졸업장(역사교육과)을 고교 졸업한 지 26년 만인 1996년, 14대 국회의원 시절에 받았다. 1971년 서울대 입학 이후 네 번의 제적과 네 번의 복학을 거듭한 까닭이다. 당내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노계를 중심으로 지지 세력이 넓어 이력이 화려한 김 의원과 경선에서 만나도 유리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경기지역 유권자들이 2012년 대선 때 열린 한 정당의 선거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예전에는 선거 전에 투표할 후보를 미리 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공약이나 유세를 비교한 뒤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통합진보당·정의당과 무소속 의원까지 포함시킨 야당 국회의원 공부모임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을 이끌면서 외연을 넓혀온 점도 눈에 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해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면 야권표가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원 의원은 ‘신당과 후보단일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선 당시 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서울시로 주소를 옮겼던 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그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의 권유가 있었다”고 해명한다.

후보감 없어 애타는 안철수 진영

18대 ‘난장판 국회’에 대한 실망으로 19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정장선 전 의원이 민주당 도지사 후보군의 다크호스가 될지 주목된다. 정 전 의원은 당초 평택을에서 ‘10·30’ 재선거가 치러졌다면, 출마가 예상됐다. 하지만 평택을 대법 판결이 2014년으로 넘어가면서 도지사 도전으로 U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진표 의원을 정세균계, 원혜영 의원을 친노계로 분류한다면 정 전 의원은 손학규계로 분류할 수 있어 대결구도가 나쁘지 않다.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것을 두고 “문제가 있어서 출마하지 못한 것”이라는 악성루머가 생긴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기자에게 “내년에 치러지는 선거에는 출마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도지사 출마보다 평택을 보선에 무게중심이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6·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큰 틀에서 야권의 대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하는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걱정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큰 틀에서 야권에 변화가 이뤄진다면 온건하고 합리적이며 중도 성향으로 3선을 역임한 정 전 의원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진표·원혜영 의원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의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신당의 도지사 후보가 누가 될지도 관심을 끈다. 이용경·김성식 전 의원과 표철수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 전 의원은 안양 출신으로 KT 사장을 역임한 뒤 18대 국회에서 창조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 소장쇄신파로 원외위원장과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18대 국회에 입성해 정책위 부의장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2011년 12월 ‘재창당을 통한 신당 창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당시 정태근 의원 등과 함께 탈당했으며,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다. 표 전 부지사는 안철수 의원, 김성식 전 의원과 같은 부산 출신으로 YTN 보도 부국장, 미디어국장, 방송위 사무총장 등을 거쳐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새정치추진위의 공보단장을 맡고 있다.

안 의원 측은 도지사 후보를 염두에 두고 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정장선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던졌으나 두 사람 다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정치를 안 할지언정 당을 바꾸지는 않겠다”고 밝혔으며, 정 전 의원은 “나 하나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안철수 신당의 인물난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201401호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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