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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일 부동산 패러다임 시프트 비교(比較) - 임대시장과 부동산 간접투자가 대세다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형성 및 폭락 과정은 현재 국내 상황과 유사… 매매차익 노리는 투기수요 사라지면서 임대주택 수요 증가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일본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 타워인 스카이트리에서 내려다본 도쿄 도심.
한국 경제의 미래를 보려면 20년 전의 일본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었다. 문화든 건축이든 일본의 유행이 20년 시차를 두고 한국사회를 풍미했다. 요즘은 그 사이클이 점점 짧아진다. 패션이나 전자제품 등은 사실상 차이가 없어졌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을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과거 일본이 겪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지금 우리가 뒤따라가며 겪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시장이다. 어쩌면 일본은 우리의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일 수도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알고 싶은가? 그러면 일본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된다. 당장 주택 점유 유형 중 자가 소유보다 임대시장이 더 성장하고,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은 1980년대 후반 6대 도시 평균지가가 3배 이상 급상승하는 극심한 버블을 경험했다. 당시 일본의 버블 형성 과정은 지금의 우리와 닮았다. 저금리, 시중에 나도는 풍부한 돈 그리고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확대 등 경제적 요인도 그렇다. 여기에다 오랜 세월 깊이 뿌리내린 ‘토지 신화’도 크게 작용했다. 일본도 한국과 같은 농경 문화권이다. 오랜 세월 ‘토지는 불패’ 즉, ‘지가는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라는 ‘토지 신화’가 형성돼왔다.

일본의 ‘토지 신화’는 우리의 ‘부동산 불패’ 이상의 무소불위의 힘으로 존재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내재돼온 땅에 대한 신앙이 ‘토지 신화’를 만들어냈다. 일본은 태평양판과 아시아판의 두 대륙판의 경계면에 놓여 있다. 그게 원인이 돼 아시아판이 조금씩 태평양판에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진 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난다. 지진과 화산이 많은 나라다 보니 건물을 높게 짓는 걸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진에 강하면서 인명피해가 적고 습도 조절도 좋은 건물로는 목조 건물만한 게 없다는 게 일본인들의 정서였다. 그래서 그들은 집은 언제든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땅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진에 대한 불안과 도시 지역의 조밀성으로 인해 그 지역의 샐러리맨들이 사는 곳은 작고 협소해 ‘토끼장’이라고도 불렸다.

‘토지 신화’ 붕괴와 ‘토지 필패’의 그림자


▎서울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대학생들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건물이나 주택이 아니라 토지가 버블의 대상이 되었다. 버블 당시 일본은 ‘토지가 모든 가치의 기준인 토지본위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이 거품 자산 가치의 대명사도 통했다.

토지 버블 형성의 주체는 기업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본사 빌딩은 물론 기업 활동의 거점이 되는 지점 및 영업소 등이 있는 토지나 건물을 직접 구입했다.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장래의 공장 확대를 위해 토지를 사두거나 사원의 복지 후생시설로 기숙사·사택·휴양원·영빈관 등 기업 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도 ‘토지 신화’의 믿음 아래 마구 구입했다. 심지어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도 금융기관 대출금으로 일단 토지를 취득한 후, 그 토지에 빌딩을 지어서 임대하거나 되팔아 이익을 발생시켜 대출금을 갚으려는 계획 하에 토지구입에 열중했다. 1987년 말 토지가격 총액은 일본보다 국토면적이 25배나 넓은 미국의 같은 해 토지가격 총액의 4배를 웃돌았다. 한 마디로 당시 일본을 팔면 미국 네 개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 일본의 ‘토지 신화’가 붕괴된 이후 일본의 토지가격은 비록 일부 지역에서 최근 다시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도쿄권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지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도 도쿄 도심의 평균 지가는 1990년 당시 최고 수준의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제 일본인들의 머릿속에는 ‘토지 신화’가 아니라 ‘토지필패’로 가득 차 있다. ‘토지 신화’ 붕괴 후 일본인들은 단독주택, 대형아파트는 절대 구입하지 않고, 자신의 부를 안전한 우체국 예금에 꼭꼭 숨겨두고 있다.

일본 부동산의 버블이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1988년 일본의 한 대학생이 도쿄 외곽지에서 자취를 하며 경험한 버블을 담담하게 밝힌 이야기가 있다. 대학 시절 자취를 하던 곳으로 부동산업자가 찾아와 당장 집을 비우면 충분히 보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대학생은 흔쾌히 수락했고 상당액의 보상금을 받아 그 집에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 후 부동산 버블은 꺼졌다. 그런데 그가 직장인이 되어 도쿄에서 맨션을 구입하게 됐는데 그 맨션 가격이 이미 충분히 폭락했음에도 더 폭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되는 주택이나 토지는 신기루라는 관념을 갖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의 부동산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했다. 1990년대 토지가격의 폭락을 경험한 일본 사람들은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로 전환했다. 이렇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으로는 수요측면에서 부동산 가격의 장기 하락세로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가 사라지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1~2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중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공급측면에서도 주택보급률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자가 점유율이 정체상태를 보이면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재고물량이 증가했다. 일본은 꾸준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 1968년에 이미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하고 1998년에는 113%를 돌파했다. 주택 자가 점유율은 1968년 60.3%를 기록한 이후 40년 동안 60% 수준에서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충분한 재고가 형성됐다.

일본은 다양한 유형의 소형주택이 발전했다. 부동산에서 매매수익이 아닌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고자 하는 공급 측면의 목표와 급증하는 소수 거주 가구 수요가 초래한 현상이다. 게다가 비용과 커뮤니티 특성까지 고려하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예컨대 셰어형 주택은 비용을 절약하고자 부엌 등 주거시설을 공유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입주자들의 조건과 특성을 한정시켜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제공한다.

2008년 이후 수도권 부동산은 위험자산


▎일본 가나가와현 주택가 모습.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인들은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소규모의 저렴한 토지에 뮤지션이나 오토바이 운전자 등 입주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설계한 주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요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위클리 맨션과 먼슬리 맨션의 경우 가구·가전이 구비되고 보증금, 사례금 등 초기 비용이 없으며, 주로 도심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역과 가까워 직장인들의 세컨드하우스로도 활용된다. 콤팩트 맨션은 입지·안정성·디자인의 강점을 가진 주거 형태로 여성 싱글, 시니어 커플,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 등 1~2인 가구를 위한 30~60㎡ 규모의 소형 아파트다. 원룸보다는 크고 일반 아파트보다는 작으며 보통 50~60가구가 한 동(棟)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주택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성장했다. 버블 붕괴 이후 분양시장이 축소되며 부동산·건설 회사들이 부동산을 직접 보유·운영·관리하는 종합자산 관리사업을 강화하거나, 토지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토지 주인과 부동산을 공동으로 개발·신탁·운영하는 등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일부 부동산 회사는 기존의 부동산 분양사업에서 탈피해, 다양한 방식의 임대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일본은 자기 및 타인 소유의 주택을 임대하고, 전문적인 운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 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주택임대관리 사업은 소유 주택 임대와 위탁 임대관리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소유주택 임대란 건설 및 매입을 통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임차인에게 임대서비스를 제공하고 임대료를 수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위탁 임대관리란 임대주택 소유주와 계약을 맺고 임차인 모집, 임대료 징수, 시설 유지관리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업무를 칭한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 의하면 2008년 당시 주택임대관리 기업이 운영하는 주택은 1350만 호로 민간 임대주택의 45%를 차지했다.

콘셉트 맨션은 도심 내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소유 주택 임대란 건설 및 매입을 통해 임대 주택의 소유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임차인에게 임대서비스를 제공하고 임대료를 수수하는 제도다. 위탁 임대관리란 임대주택 소유주와 계약을 맺고 임차인 모집, 임대료 징수, 시설 유지관리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제도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 의하면 2008년 당시 주택 임대관리 기업이 운영하는 주택은 1350만 호로 민간 임대주택의 45%나 차지하였다.

뿐만 아니라 초저금리·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부동산경기 침체시기에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도 특징이다. 일본의 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는 2001년 도입된 이후 높은 유동성 및 소액 지분 투자가능 등의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2004년 이후 급성장하였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전 세계 리츠시장에 분산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확대는 그동안 직접 주택투자에 의존하던 부동산투자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면서 고령화 대비를 위한 자산증식의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2천 년대 초반에 형성된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서울 강남지역 등 소위 ‘버블세븐’ 지역부터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가 2005년부터는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과열 방지를 위해 주로 세제 강화, 투기수요 억제, 분양가 인하 유도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일정 정도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듯하다가 효력이 떨어지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2008년 들어 MB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주택정책의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그동안의 수요 억제보다 지방 미분양아파트 감소, 아파트 공급 확대와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공급 측면에서의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던 정책이 다시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을 불렀다. 실제로 2005년 이후부터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전까지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무려 45% 상승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같은 기간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지수는 겨우 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당시 수도권 부동산 버블도 근본적으로 뿌리 깊은 ‘부동산 불패’ 신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패’도 일본의 ‘토지 신화’와 같이 농경시대로부터 내려오면서 형성된 뿌리박힌 의식이다. 이러한 의식 위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 또한 빠르게 증가하면서 부동산은 가장 좋은 투자처로 인식됐고 부동산 가격은 다른 어느 자산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그동안 정부는 수십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쇠를 담금질하듯 오히려 더욱 단단해졌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부터 국내 주택시장의 흐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기 충격에서 본격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한 2009년 하반기부터 비수도권의 매매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부산, 대전 등 일부지역의 경우 과열에 가까운 모습이 나타나면서 점차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번졌다. 2005년부터 2015년 1월까지 지방 5대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약 28% 상승했다. 특히 부산의 경우 60% 급등했다.

반면, 수도권 주택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가 진행되고 있으며, 신도시와 대형일수록 더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에서 2015년 1월까지 약 9% 정도 하락하고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아파트 거래량 면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비수도권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모습이 보인다.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를 전후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수도권에 비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 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경제성장률 둔화, 금리 상승, 금융권의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주택담보 대출 등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갱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산층 이하 계층이 가진 가계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 자산에 편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가계 빚도 빠르게 증가했다. 많은 사람이 무조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전제 하에서 자신의 빚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금융기관 대출에 편승해 부동산 구입에 나섰다. 이런 상태에서 만일 어떤 계기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가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생각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부동산이 이미 위험자산이 되어버렸고, 국내 부동산시장 패러다임도 덩달아 변화하고 있다. 우리도 가구 소형화 및 주거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추어 중대형 주택 수요는 감소하고, 소형 주택 위주의 수요가 증가한다. 주택 보급률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자가 점유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면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재고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처럼 주택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자가 점유율도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0년에 처음으로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 101.9%에 도달했고, 자가 점유율은 2005년 55.6%에서 2010년 54.2%로 하락했다.

장기침체에 빠진 주택경기의 구원투수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 빌딩에서 바라본 타워펠리스와 강남 아파트단지.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이 최근 들어 주춤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리츠와 부동산펀드 등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급성장한다. 2002년 도입된 국내 리츠는 실질적으로 금융위기 직전부터 급성장했으며, 2004년 도입된 부동산펀드도 꾸준히 성장하면서 순자산 규모로 2004년 9천억원에서 2014년 9월 말 현재 27조4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의 침체로 인해 부동산 직접투자 위험이 커지면서 거래가 위축됐다. 대신 부동산을 선호하는 자금들이 부동산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로 집중되고 있다. 현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대체투자 수단으로 부동산펀드 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의 경우 총자산 대비 대체투자 비중은 2014년 8월 말 현재 9.2%(41조9천억원), 이중 40% 이상이 부동산 간접투자에 쏠려 있다. 부동산 간접 투자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실적을 기록 중이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2011년 이후 연평균 10.6%, 2012년 이후 연평균 14.4%, 리츠 수익률도 금융위기 전후만큼은 못하지만 여전히 8%대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확대는 장기침체에 빠진 주택경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 주택임대 시장을 정상화시키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기여한다. 나아가 주택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위축되었던 부동산 시장의 회복도 촉진할 수 있다. 주택임대 시장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불필요한 부동산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으로 끌어 들이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도 탄력을 받게 된다.

우리도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조응해 여러 가지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민간 임대주택 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세제혜택과 금융지원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전문적 임대주택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 사업 육성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의 임대주택 시장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투자자의 임대주택 시장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임대주택 평형의 다양화, 시설 유지·관리 서비스 개선 등 임대주택의 양적,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임대주택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토지를 빌려 임대주택을 건설·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의 택지구입비 부담을 덜게 된다. 민간 임대주택에 대해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공 임대주택 수준으로 임대료를 묶는 준(準)공공임대주택의 도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민간 임대주택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에도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을 도입해 투자비 절감의 길을 터야 한다. 주택건설 총 사업비 중 약 40~70%에 이르는 택지구입비 부담이 줄면 임대주택 사업자와 무주택 세입자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계약갱신 청구권’, ‘월세 보조금’ 도입 검토해야


▎일본 도쿄의 긴자 거리. 일본인들의 ‘토지 불패’ 신화도 20년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무너졌다.
주택 공급 정책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분양용, 매매용 주택보다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주택보급률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관성 있는 주택보급률 향상 정책 및 지역별·평형별·유형별 특성에 맞는 공급을 통해 주택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주택 패러다임도 ‘사는 것(소유)’에서 ‘사는 곳(활용)’으로 변하게 된다. 분양주택보다 임대주택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대형 주택 임대관리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강화에 대비하여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의 정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본은 주택보급률이 110%에 도달하기 전까지 임차인의 계약갱신권, 임대료 규제 등 강력한 임차인 보호정책을 유지해왔다.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계약갱신 청구권’,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월세 보조금’ 등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활성화에 수반하는 제도적인 정비도 필수적이다. 리츠와 부동산펀드로 이원화된 부동산 간접투자 제도뿐만 아니라 사모투자와 관련한 법제를 종합적으로 재정비해 입법 미비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한편으로, 성장 가능성 있는 시장의 위축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부동산 취득 후 등록된 펀드에 대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취득세 감면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짐에 따라 부동산 펀드의 위축이 우려된다. 국내 신규 투자대상 발굴뿐만 아니라 해외부동산에 대한 투자확대도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부동산 간접투자 운용의 전문성 제고, 리스크 관리, 국가 차원에서의 종합 네트워크 구축도 절실하다.

-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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