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특별기획] ‘싱가포르 국부(國父)’ 리콴유의 최고 유산(遺産) - 중산층 부흥 ‘홈오너십’ 정책의 허와 실 

주택소유 대국으로 우뚝 선 3세대의 여정… 고용 창출과 안정적 소득 기반 형성에는 중요한 역할 담당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싱가포르 도심에 들어선 HDB(주택개발청)의 공공주택. 덕스턴 플레인에 입지한 이 건물은 50층 타워형 공공주택으로 자동차 공원과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 복합타운으로 조성되었다
우리나라의 서울 크기만 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경제 부국이자 주택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5만7577달러로, 세계 8위이며 아시아에서는 1위를 달린다. 주택 보급률은 1990년에 100%를 넘어섰으며 2013년에는 104.1%에 이르렀다. 싱가포르가 주택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양적 부족문제를 일찍 해결했다는 점 이외에도 2000년에 자가 점유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92%를 갱신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가 점유율은 이후 10년간 다소 감소했으나 2014년에도 여전히 10가구 중 9가구는 자가 가구이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이러한 ‘홈오너십(주택 소유)’의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됐을까?

싱가포르의 홈오너십 발자취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제 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난 1960년대의 시대 상황은 매우 불안했다. 급증하는 이민자도 문제였지만 열악한 주거와 빈곤한 동네가 즐비했으며 무엇보다 정치적 소요와 갈등이 경제난과 더불어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정치경제적 불안기에 초대 총리를 맡게 된 리콴유가 선택한 주거 해법은 자가소유 정책이었다.

그는 국민에게 집을 갖게 하는 것은 국가의 조세기반 구축, 효율적 자산 관리, 재원부담 경감, 근로자 규율의 주요 수단일 뿐 아니라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자가를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개인의 노력과 책임을 강조한 그의 국가철학이 담겨 있기도 했다. 이러한 자가소유에 대한 그의 국가 철학은 아들인 리셴룽 총리로 이어지면서 1959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교체된 적이 없는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의 일관된 정책 기조 하에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또한 토지 국유화를 통한 저렴한 택지 제공, 주택개발청(Housing Development Board, HDB)의 설립과 이를 통한 공공주택의 대중화, 국민연금과 연계된 장기저리의 주택금융 지원의 뒷받침이 싱가포르 홈오너십 모델의 성공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반세기의 싱가포르 성장 동력이자 경제 발전으로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낳았다.

HDB가 건설하는 공공주택은 전체 건설사업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공공주택 건설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이것은 고용 창출과 안정적 소득 기반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도 인구 1천 명당 3~4명 정도가 HDB에 직접 종사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공공주택의 공급은 단순히 국민의 주거 안정을 넘어 직업 안정과 사회 안정의 기틀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인구는 547만 명(거주 인구는 387만 명)이며 가구 수는 117.5만 명으로 평균 가구원수는 3.47인이다. 이렇게 3~4인의 안정된 인구 구조 속에서 주택개발청(HDB)은 이들 가구를 위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HDB는 1964년 2월 12일 설립한 국가 공기업으로 공공주택의 공급 전담기관이다. HDB의 공공주택 재고 수는 1960년에는 단 12만 호 수준으로 전체 가구의 20% 정도만이 거주했으나 이제 약 100만호 규모로 크게 성장했고 전체 가구의 82%가 거주하는 대중 주거문화로 정착되었다.

전체 가구의 82%가 거주하는 HDB 공공주택

HDB 공공주택은 거의 대부분이 분양형으로 공급되며 국민주택규모는 90㎡이다. 우리나라 국민주택규모 85㎡에 비하여 5㎡ 정도 넓은데 이는 우리보다 다소 많은 평균 가구 원수를 감안한 것이라 볼 수 있다. HDB 공공주택의 유형은 방의 개수에 따라 구분되는데 1실형(33㎡)과 2실형(45㎡)이 6.1%를 차지하고 있고 3실형(60㎡)이 23.2%, 4실형(90㎡)이 39.8%, 그리고 5실형 및 고급형(125㎡)이 30.6%를 차지하고 있다. 스튜디오형으로 불리는 1실형과 2실형은 1998년부터 55세 이상 가구의 하우징 옵션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고급형(Executive Condominium)은 199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HDB 공공주택의 특징은 주거 유형별로 소득 상한 기준이 있으며 최소 5년간 의무 거주(고급형은 최소 10년 거주 요건) 해야 한다.

공공주택의 공급대상은 아시아 문화권의 전통적 가치 유지와 정부의 가족지향적 가치를 반영하여 주로 부부 중심의 혈연 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구입 자격 요건은 21세 이상(스튜디오형은 55세 이상)의 싱가포르 시민권 보유자다. 55세 이상 가구가 입주하는 1실 스튜디오형의 소득 자격 기준은 월 소득 1만 싱가포르 달러(약 802만원)이며, 도심에 입지한 3실형 및 프리미엄 3실형과 4실형 이상 공공주택의 월 소득 상한 기준 또한 1만 싱가포르달러(약 802만원) 이하이다. 3실형이라고 하더라도 도시 외곽이나 표준형인 경우와 2실형공공주택의 월 소득 상한 기준은 5천 싱가포르달러(약 401만원)이다.

고급형의 경우, 월 소득 상한 기준은 1만2천 싱가포르달러(약 963만원)이다. 싱가포르 근로자의 중위 소득이 2013년 7870싱가포르달러(약 631만원)이고, 2014년 8290싱가포르달러(약 665만원) 정도이므로 HDB 공공주택 입주자는 중위소득의 60%에서 140%까지가 입주 대상층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주택 모델인 것이다.

싱가포르의 높은 자가 점유율은 이러한 HDB 공공주택의 인기와 대중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HDB에 거주하는 가구의 91.8%는 스튜디오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자가 가구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공공주택의 구입 가격은 연 소득의 평균 5배 정도로 연소득의 20배를 훨씬 넘는 민영주택 가격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공공주택의 인기는 저렴하다는 장점과 더불어 일정 의무기간(5년)(고급형의 경우 10년 의무거주) 이후 재고 시장에 매각하여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기 문제나 과다한 시세 차익에 대해 HDB는 시세 차익의 일부를 환수하고 있으며,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재판매 절차와 가격 신고 상황을 감시감독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주택구입자금 지원은 국민연금과 연계되어 있다. 이는 구미의 주택구입담보대출인 모기지(mortgage)와 같은 기능을 하지만 근로자가 본인이 매달 납부하는 국민연금 계정에 쌓인 돈에서 주택구입자금을 꺼내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국민연금은 고용주와 근로자가 각각 기여하여 조성되는데 2010년 기준으로 근로자 소득분에 대해 고용주는 20%, 근로자는 15%를 각각 적립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인출 가능한 금액은 집값의 120%까지(2002년부터 적용) 가능하며 상환 기간은 5년에서 25년(당초 30년)까지다. 이러한 국민연금 주택구입자금 지원은 매우 저렴한 특징이 있다.

국민연금(CPF)을 통한 장기 저리의 주택자금 지원


▎공공주택 외에는 부유층이나 외국인이 거주하는 콘도미니엄이 있다. 콘도미니엄은 수영장, 사설 경비서비스 등이 갖춰진 고급 아파트를 지칭한다.
근로자가 납부한 국민연금은 그 납부가액에 대해서 수신 금리가 적용되며, 여기서 주택구입자금 인출 시 대출 금리가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사실 주택구입자가 국민연금으로부터 인출하는 자금의 이자 부담은 이 둘 간의 금리 차이인 1% 정도다. 그래서 공공주택 구입 시 자금 조달은 1차적으로 국민연금의 납부액에서 인출하는 방식으로 조달되며, 이 자금이 부족할 시 HDB가 제공하는 주택구입자금 융자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택구입자금 지원 방식은 민영주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국민연금과 연계한 이러한 주택구입 자금 조달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었다. 국민연금의 본연적 기능은 노후 생활 안정이 목적인데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국민연금을 노후가 되기 전에 모두 인출하게 될 경우 노후 생활 안정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집값 하락 시에는 상환 불능 상황도 맞게 될 것이다. 이에 2002년부터 주택구입 초기 부담금을 국민연금에서 20%까지 인출 가능한 것을 2004년에는 18%, 그리고 2008년에는 10%로 하향조정했다. 즉 그만큼 주택구입 초기에 개인 부담이 점차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와 더불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크게 폭락하고 대출 규제도 까다로워지면서 싱가포르의 자가점유율은 2010년 87.2%까지 떨어지면서 1990년으로 다시 회귀했다.

싱가포르 공공주택의 홈오너십 위기는 이렇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표면화되었는데 이즈음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상의 위기도 동시에 불어닥쳤다. 구미 선진국에 비하여 싱가포르의 평균 가구원수는 3.5인 수준으로 높은 편이고 1인 가구 비율도 전체 가구 중 10%로 낮은 편이지만, 문제는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이다.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일본보다 더 낮다. 2014년 224개 국가 중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넷째의 저출산 국가로, 인구 1천 명당 출생아 수가 7.91인에 그쳤다. 이는 일본의 8.23인, 우리나라의 8.33보다 더 낮다.(자료 CIA World Factbook 2013) 이제 싱가포르는 전통적인 4∼5인 가족 구조에서 한 가구에 1.19 자녀만 있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며 가구원수는 3인 이하로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집값 하락 우려와 저출산·고령화 문제라는 두 가지 요인으로 향후 싱가포르 공공주택 모델의 지속가능성이 점쳐질 것이다.

우선 싱가포르 정부는 자가점유율 제고를 위해 저소득층의 주택구입 지원에 역점을 두었다. 2009년 2월부터 시행한 저소득층 주택구입 지원 프로그램인 ‘AHG (Additional CPF Housing Grant)는 월 소득 5천 싱가포르달러 이하(약 400만원)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국민연금으로부터 주택구입자금을 더 많이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월 소득이 1500싱가포르달러 이하(약 120만원)인 최저소득층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추가로 최대 4만 싱가포르달러(약 3250만원)를 더 인출할 수 있다. 월 소득이 6500싱가포르달러(약 522만원) 이하인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2013년 7월부터 시행하는 SHG(Special CPF Housing Grant)를 통해 국민연금에서 추가로 더 주택구입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 월 소득이 5천 싱가포르달러(약 400만원) 이하의 경우 최대 2만 싱가포르달러(약 1600만원)까지 융자를 더 받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홈오너십은 부담능력이 관건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장기할부금을 완납하면 온전한 자기 집이 되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빚이 아무리 많아도 집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을 일은 없다.
또한 저출산 대책으로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HOPE(Home Ownership Plus Education Scheme)는 35세 이하의 젊은 저소득층 가구[월 소득 1500싱가포르달러 이하(약 137만원)]에 출산 장려를 위해 국민연금에서 주택구입자금 융자를 최대 5만 싱가포르달러(약 4천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는 안정된 주택 마련이 자녀 출산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나왔으며 융자 상환은 본인의 국민연금 계좌로 연간 분할 납부하게 된다.

고령화를 위한 공공주택 옵션도 강화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은퇴 노인층 중 75%가 주택자산은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계층임을 인식하여 2009년부터 63세 이상 고령자 공공주택 옵션 프로그램으로 ‘리즈 바이백(Lease Buyback)’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주택연금과 유사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고령자가 해당 주택을 HDB에 매각(전부 혹은 일부 매각 가능)하고 그 매각 대금의 일부를 매달 연금의 형태로 받으면서, 고령자는 해당 주택을 30년간 임대로 거주하는 제도다.

또한 실버 하우징 보너스(Silver Housing Bonus) 제도도 있다. 고령자가 공공주택을 다운사이징하여 좀 더 작은 규모의 공공주택(주로 스튜디오형)으로 옮길 경우, HDB가 최대 2만 싱가포르달러(약 1600만원)까지 보너스를 주는 것이다. 이 보너스 제도는 55세 이상 월 소득 3천 싱가포르달러 이하(약 240만원) 가구가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HDB 공공주택은 신규 공급뿐 아니라 노후기의 현금 확보 수단, 임대주택 그리고 다운사이징을 위한 통로의 역할 등 다양한 용도로 재고를 관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지속된 홈오너십 성장이 위축되면서 이제 싱가포르 사회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가소유가 사회경제적 안정성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나 경제와 고용 불안 조짐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과연 홈오너십이 최상의 길인지 재고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홈오너십의 탄탄대로는 집값이 계속 올라주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서 아무리 많은 자금을 융자해도 노후 불안 문제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집값이 50% 이상 떨어진 타격을 경험을 한 싱가포르인들에게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와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따라서 자신의 주택이 사회보장을 대신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편, 2010년 이후 주택가격이 다시 크게 오르면서 홈오너십은 새로운 부담위기를 맞았다. HDB 공공주택의 신규 가격은 2013년 말 평균 50만 싱가포르달러(약 4억원)(2013년)이다. 이것은 중산층 연소득의 4~5배 수준이지만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연소득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민연금을 통해 추가 인출 융자를 더 해준다고 하더라고 사실상 구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 목표는 홈오너십 그 자체가 되기보다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부담가능성)’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리콴유가 남긴 최고의 유산, 홈오너십은 3세대에 걸쳐 내려왔다. 2013년 한 조사에서 국민의 97%가 자가를 꼭 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싱가포르의 홈오너십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본다. 하지만 이러한 유산이 앞으로의 반세기를 더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공 신화와는 다른 스토리가 필요할지 모른다. 시대가 많이 변했고 수요자의 니즈도 많이 다양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시장이 과거와는 달리 부담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미래의 싱가포르 홈오너십은 싱가포르 정부가 이 시장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중산층 주택부흥 전략’ 세워야


▎인구밀도 세계 3위인 싱가포르는 ㎢당 7615명(2014년)이 거주하는 초고밀도 지역으로 공공주택의 층수도 20~30층이 대부분이다.
싱가포르의 이러한 독자적 정책 노선과 흔들림 없는 자가 소유로의 여정은 국민과의 약속을 바탕으로 한 높은 신뢰에서 비롯되었다. 싱가포르가 자가 소유정책 50년사에서 이뤄낸 성과는 많다. 먼저 가계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고서도 홈오너십 사회를 이뤄냈다는 점과 초기 주택구입 부담을 크게 낮춤으로써 저소득층도 언제든 홈오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또한 엄격한 자격조사와 의무 거주기간을 정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 정착을 이뤄냈다는 점도 있다.

한국의 경우도 자가 소유정책이 1970년대 ‘1가구 1주택 보급’이라는 슬로건 하에 주택보급률 100% 달성을 위해 추진되었다. 그러나 주택보급률은 이미 2008년 100.7%로 100%를 초과 달성했고 2013년에는 103%가 되었지만 자가 점유율은 지난 40년간 계속 55%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동안의 많은 신규 주택공급에 비해 자가 가구가 많이 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자가 점유율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2000년대 이후 1~2인 중심의 인구가구 구조 변화, 저출산 고령화와 소득 양극화 등은 자가 수요보다는 임차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우려되는 중산층 감소는 자가 소유의 사다리를 탈 수 있는 계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14년 이후 ‘공유형 모기지’, ‘디딤돌 대출’과 같은 금융 지원을 통해 내집마련의 길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 부채와 자가 구입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대출 의존적인 자가 구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인가. 싱가포르식의 공공분양주택의 성공 신화를 한국도 한번 재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중산층을 위한 내집마련 혁신’과 같은 정책도 필요하다.

2000년 이후 우리는 공공임대주택에 많은 투자를 해 왔으며, 그로 인해 2014년 장기공공임대주택은 109만호(전체 재고대비 5.6%)가 보급됐다. 이제 저소득층 3가구 중 1가구는 여기에서 장기적인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중산층을 위한 주거 지원정책은 공공금융 지원 이외에는 사실상 정책의 사각지대로 남겨졌다. 이제 금융 지원과 연계된 공공분양주택으로 주택 사다리를 만들어 ‘중산층 부흥 전략’을 세워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주택구입비와 대출 부담 완화라는 점에서 금융 따로, 공급 따로 하는 방식보다 금융 지원과 연계한 공공 분양주택 공급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고부담 주택시장에서 새롭게 ‘어포더블(부담가능)’한 주거 해법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201505호 (2015.04.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