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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日常반추’] 밤의 축복! 

인공 조명은 생체리듬 교란 등 건강 해치는 원인이기도 해… 어둠 속의 잠은 모든 생명체를 치유하는 수단이 된다 

장석주 전업작가
밤은 어둠의 시간. 어둠은 사람을 잠들게 하고 꿈꾸게 한다. 밤은 멈춤과 우주적 사색, 그리고 명상으로 이끄는 시간이 된다. 그러나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밤이 점점 짧아진다. 어둠을 없애는 수많은 조명과 소음 때문이다. 밤의 상실은 곧 사람의 심리와 감정,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오늘부터라도 자연이 준 축복인 밤을 만끽하라!
태양이 지상의 동물과 식물에게 필요한 자양분을 머금은 빛을 쏟아부을 때, 이성(理性)이 폭주한다. 이성의 폭주에 찬물을 끼얹고 제동을 거는 것은 어둠이다. 잠의 무게로 눈꺼풀이 저절로 닫히고 이성이 잠에 빠질 때 이성의 압제에 웅크려 숨죽이던 귀신·좀비·뱀파이어·드라큘라·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어둠 속에서 활개를 친다. 어둠에 잠긴 숲에선 야행성 포식자인 사자·호랑이·표범·퓨마, 그리고 올빼미·수리부엉이·흡혈 박쥐들이 분주하게 활동을 시작한다. 어딘가에 해가 뜰 때, 거꾸로 어딘가는 밤을 맞는다. 해의 뜨거운 숨결이 사라지고 밤의 차가운 입김이 대지를 덮는다. 밤은 지평선과 사물들을 삼켜버린다.

밤이란 실은 지구 반쪽이 자기 그림자에 갇히는 시간이다. 지구가 태양을 등지면서 지구 한쪽은 어둠에 묻힌다. 이것은 지구가 자전(自轉)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의 한쪽은 하루의 반을 자기 그림자 속에 잠기는 것이다. 우리는 이때를 ‘밤’이라고 부른다. 대체적으로 밤은 고요하고 밀도가 높은 어둠에 잠기는 시각이다.

대개 해가 저무는 것과 동시에 우리에게 할당된 하루 몫의 노동은 끝이 난다. 어두워질 때 우리는 회사나 일터에서 퇴근하고, 학교나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긴다. 도심의 거리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이 쏟아져 나와 정체되기 일쑤다. 저녁 한때는 이들로 인해 반짝 활기를 띤다. 밤 10시가 지나면 도시 바깥의 숲과 들판에는 짙은 어둠이 깔리며, 도시 외곽을 돌아가는 국도에는 상향등을 켜고 어둠 속을 질주하는 자동차들이 간간이 눈에 띄고, 도심의 거리도 한적해진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공적 장소에서의 무자비한 밝은 빛을 피해서 사적이고 내밀하게 퍼지는 어스름한 빛의 세계로 안착하는 것이다. 생물들은 이 어둠의 시간을 잠을 자는데 쓴다. 밤이 오면 사람들은 봉급과 맞바꾼 노동과 수고의 시간에서 풀려나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잠잘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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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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