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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 먹고 가자미 먹고’다시 말해서 맛있는 벌레로 보이는 미끼가 달린 낚싯대를 사방팔방으로 꼼작꼼작 흔들어 먹잇감을 꾀이다가 가까이 왔다 싶으면 덥석 물어 삼킨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아귀 무리의 물고기를 ‘낚시고기(anglerfish)’라 부른다. 암튼 먹고 먹힘에 지혜 싸움이 치열하다!그리고 암초(巖礁)가 많은 곳이나 해조류(海藻類)가 무성한 수심 55~150m 층 해저에 서식한다. 육식성으로 주로 머리 위의 유인장치를 까닥까닥 흔들어 어류를 잡지만 낚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오징어나 새우도 잡아먹는다.소화력이 매우 뛰어나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니, 아귀의 뱃속에는 싱싱한 고급어가 들어 있는 수가 있으니 ‘아구 먹고 가자미 먹고’라는 일거양득의 속담이 생겼다. 입을 째지도록 벌리고, 제 몸 두 배나 되는 먹이를 먹어 위(胃)를 두 배까지 부풀일 수 있다 하니 이는 뼈가 상당히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는 탓이다. 그래서 아귀는 뼈가 야문 경골어류인데도 뼈가 물렁한 편이다. 실제로 먹어보면 뼈가 물렁하게 씹힌다.못생겼다고 깔볼 아귀가 아니다. 아귀의 간(肝)은 세계적 별미인 거위 간에 견준다. 그런데 우리는 살을 좋아한다면 일본 사람들이나 서양인들은 간을 아주 즐긴다. 하여 영어권에서는 아귀를 ‘거위물고기(goosefish)’로 부르며 높이 쳐준다. 서양 사람들은 3대 진미로 철갑상어 알 캐비아, 송로버섯, 거위 간(푸아그라)을 꼽는다고 하지. 알다시피 ‘푸아그라(foie-gras)’는 ‘비대한 간’이란 뜻으로 거위나 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컴컴하고 따뜻한 방에 가두고 강제로 사료를 먹여 간을 엄청나게 크게 만드는 것이다.다음에 황아귀(Lophius litulon)를 덧붙인다. 아구라 하면 보통 아귀와 황아귀(yellow goosefish)를 이른다. 황아귀는 역시 아귓과의 어류로 또한 전신에 많은 수염돌기(피부판, 皮膚瓣)가 나고, 역시나 등지느러미 살이 변형된 먹이를 유인하는 낚시와 미끼가 꼿꼿이 서 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며 북서태평양에 주로 서식한다.눈 안쪽 가장자리에는 2개의 딱딱하고 뾰족한 가시가 있고, 눈 뒤에도 역시 같은 꼴의 두 개의 가시가 있으며, 아래턱의 아래쪽 테두리선을 따라 수십 개의 수염 모양의 돌기물이 있다. 살갗엔 비늘이 없고, 아주 큰 놈은 150㎝에 달한다. 주둥아리는 엄청 크고 양쪽 턱에는 매우 날카로운 이빨이 두 줄로 줄지어 있다.아귀들의 아가리가 큰 것은 육식(肉食)한다는 뜻이고, 아주 식성 좋아 큰 것들도 잡아먹는다는 의미렷다! 아무튼 얕볼 생선이 아니다. 아귀는 바닷속 낚시꾼으로 물고기를 낚는 재주가 있더라!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