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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패트롤] 대구·경북 ICT융합의 산실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 

제조업 기반의 정보통신 융·복합산업으로 부흥 꿈꾼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 몰락 위기 … 모바일 융합 지원해 지역 제조업체 신성장 동력 마련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는 대구지역의 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에 연구개발과 제품화, 마케팅까지 원스톱 지원을 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지역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월 7일 오전, 대구광역시 산업 심장부인 성서산업단지. 단지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달서대로를 따라 들어서 두 블록쯤 지나자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신식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10여 개 건물에 대구테크노파크가 운영하는 벤처 공장과 신기술산업지원센터, 융합R&D센터, 모바일융합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이날 기자가 찾는 곳은 모바일융합센터다. ICT융합 관련 생산 제품의 시험인증과 신뢰성 시험, 연구개발을 하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제일 먼저 둘러본 곳은 신기술산업지원센터의 국제인증 모바일시험소. 2층 높이의 공간에 커다란 안테나와 각종 장비가 즐비하다. 2005년에 구축해 KOLAS(한국인정기구), GCF(유럽휴대폰인정기구), PTCRB(북미휴대폰인정기구) 등 각종 국제 공인기관의 공인시험소 자격을 취득했다. 지역 모바일 및 ICT 디바이스 관련 제조사들의 제품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한다.

1, 2층에 전자파적합성시험 인증센터인 EMC 테스트랩이 있는 모바일융합센터 부속동 4층으로 올라가자 여러 대의 3D 프린터가 쉬지 않고 뭔가 모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3D프린터 외에도 디지털 오실로스코프(전압 신호의 변화를 화면으로 관측하는 장비), Wi-Fi/GPS 시험장비, 환경시험 챔버 등 다양한 장비가 갖춰져 있고, 한쪽에는 교육과 소규모 세미나를 진행하는 교육실도 있다. 이곳에서 K-ICT 디바이스랩 판교센터와 원격으로 연결해 영상회의나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회의실과 입주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 카페 등을 갖춘 공동 휴게실 등은 입주기업은 물론 외부 방문객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모바일융합센터가 운영하는 K-ICT 디바이스랩 대구센터다. 판교센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난 4월 문을 열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나 기업이 실제로 시제품을 구현하고 실험할 수 있는 아이디어 솔루션 및 사업화 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 시험인증장비 갖추고 기술개발 지원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회의 모바일융합센터 공동전시관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대구지역 업체들이 전시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가 설립된 것은 2004년으로, 이곳은 지난 10여 년간 대구·경북 지역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요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ICT 분야 중소기업에 모바일 시험·인증 인프라, 연구개발, 기술지원, 마케팅 지원 업무를 수행하며,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국제 시험·인증 기관 역할도 하고 있다. 모바일융합센터가 생기기 전까지 이 지역 ICT 관련 업체들은 시험·인증을 위해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한 인증기관을 찾아가야만 하는 불편을 겪었다. 지역에서 ICT 산업이 활성화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하지만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가 생기면서 이런 고민이 해결됐다. 비용도 사설 인증기관에 비해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통해 연구 개발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는 2010년 9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모바일융합 신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기반을 확고히 다졌을 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대구·경북 지역의 ICT산업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난 6월 대구에서 개최된 차세대 모바일융합기술 컨퍼런스 및 투자유치대전에 참석한 대구테크노파크와 지역 업체 관계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경쟁력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원장 권업)는 2009년 1월, 기존 모바일단말상용화센터를 ‘모바일융합센터’로 바꾸고 모바일·ICT를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모바일·ICT 관련 장비와 제품 등 디바이스 산업 다양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했다. 그중에서도 ICT 분야 중소기업을 위한 체계적인 기업지원 방법으로 모바일 시험·인증 인프라, 연구개발, 기술지원, 마케팅 지원을 연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소기업 지원의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0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모바일융합 신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으로 진행한 인정시험이 100건을 넘어섰고, 국제표준화 제안으로 채택된 분야도 10건이나 된다. 국제모바일시험소의 시험인정가능지역도 세계 58개국 이상으로 확대됐다. 참여 기업의 제품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3천억 원대의 매출 증가는 물론 1천여 명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기업들의 해외 판로확대를 위해서 글로벌 톱 전시회(CES, MWC, IFA 등)에도 지속적으로 참가했다. 지금까지 전체 544개 기업이 참가해 1800여 만 달러의 현장계약을 이뤄냈다. ‘글로벌 비즈니스마켓’의 확고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성과의 저변에는 우리 기업들의 국제시장 인지도를 높이고 전시회 주요 부스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꾸준히 지원해온 모바일융합센터의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국제 전시회 공동참가를 통한 판로 확보 성과


▎대구모바일융합센터에 있는 K-ICT 디바이스랩은 판교에 이어 대구에 두 번째로 설치됐다. 입주기업들이 자유롭게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공간이다. 공동작업장의 3D프린터에서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모바일융합센터의 이런 지원에 힘입어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이 센터에 입주해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무선영상 송수신 장치를 개발한 ㈜알엔웨어의 경우 모바일융합센터의 지원을 받아 창업 5년 차의 젊은 기업인데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알엔웨어가 2년여 간의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시장에 내놓은 무선영상 송수신 장치인 ‘애니싱크’는 외국산 경쟁 제품보다 조작하기가 편리하고 최대 10분의 1로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알엔웨어의 두 번째 개발품인 ‘애니아이오티’도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한창이다. 애니아이오티는 사물인터넷 환경을 구현하는 장치인데 여러 대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무선으로 연결해 스마트홈, 스마트오피스를 구현해준다. 아직 사물인터넷 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애니아이오티는 독보적인 기술로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철 알엔웨어 팀장은 “연구와 시제품 개발에서 상품화까지 진행하는 기간에는 아무런 수익이 없어서 비용이 큰 장벽이었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인 시제품 제작을 위한 비용을 모바일융합센터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었고, 각종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국제적인 마케팅을 벌여 판로를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융합센터 담당자들의 열성적인 사업 참여가 인상적이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협력이란 느낌이 들도록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줬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순정형 AV 내비게이션 제품을 개발·공급하는 ㈜디젠이 모바일융합센터와 손잡은 것은 MU모듈과 연동이 가능한 전장기준을 만족하는 중국향 AVNT 시스템 제품 개발을 위해서였다. 디젠 종합기획실의 양재준 차장은 “내비게이션의 GPS와 DMB의 통신, 스마트폰과의 통신들이 상당히 복잡해 품질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모바일융합센터의 지원으로 자체 TMU UI 및 시나리오 개발과 검증, TMU GUI 및 HMI 개발, 연동 Middleware 개발을 이뤄낸 데 이어 그간 보유하지 못했던 기술을 축적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TMU 기능 탑재에 따라 기존 AVN 제품에서는 제공하지 않던 수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기술 적용과 품질 안정화에 대한 노하우 확보는 물론, 향후 개발과 영업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젠은 2014년 제품 개발을 완료하자마자 현대모비스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연 70억원의 매출증가를 이뤄냈다. 디젠은 ‘모바일융합 신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의 우수성과를 이루어낸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모바일융합센터는 중소기업들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며 개발된 기술의 제품화를 앞당기기 위해 인프라를 활용한 품질 확보 지원과 기술 지원, 시제품 제작 및 인증을 지원한다. 특히 모바일융합센터 내에 있는 국제모바일시험소에서는 중소기업들도 부담 없이 단말기의 국제표준 적합성 여부를 시험 및 인증할 수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자원을 대폭 절감할 수 있어 호응이 뜨겁다. 또 독자 개발과 공동연구 개발을 통해 기업에서 요구하는 차세대 모바일융합 기술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 발굴, 융합 제품 창출, 마케팅 지원을 진행한다.


▎모바일융합센터 신기술산업지원센터의 국제인증모바일시험소는 국내외 국제 공인기관의 공인시험소 자격을 취득해 지역의 모바일 및 ICT 관련 제조사들의 제품 개발을 돕고 있다.
모바일융합센터는 작지만 내실 있는 조직으로 불린다. 센터장을 비롯해 전 직원이 29명인데 그 중에서도 3분의 2가량은 연구기술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 연구기술 인력들이 기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다. 지난해 8월 공모를 통해 취임한 최석권(55) 센터장 역시 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29년 동안 LG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해 R&D 실무 능력과 디바이스 사업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다.

최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에서 ICT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과거의 모방·추격형 성장모델을 버리고 시장선도형, 창의형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ICT 산업은 수평적인 융합 구조다. “기존에는 대기업 중심의 네트워크, 단말, 콘텐트와 플랫폼이 서로 수직적이고 독립된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요소가 수평적인 위치에서 서로 융합하며 새로운 가치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중소기업 중심의 ICT 융합 시대가 도래했음을 뜻한다. 이를 위해 최 센터장은 “모바일-ICT를 기반으로 한 융합 디바이스의 강소기업 육성을 위하여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가진 중소기업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지원사업의 단편적 지원보다는 기업과 함께 호흡하며, 진정한 성공·성장 동반자로서 기업과 함께 달려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인력 중심의 기업지원 기관


▎최석권 모바일융합센터장(사진)은 LG전자연구소에서 29년간 근무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에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2015년 7월로 ‘모바일융합 신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의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모바일융합센터는 그 동안 축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중소기업지원 시스템 구축이라는 새로운 숙제 앞에 서 있다. 최 센터장은 “모바일융합센터의 새로운 도약”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모바일융합센터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수요연계형 데일리 헬스케어 실증단지 조성, 데이터 기반 지식서비스, 지역산업진흥사업(스마트 지식서비스, 스마트 분산형 에너지), 차세대 임베디드시스템 산업 육성사업 등 다양한 기업 지원 분야를 체계화했다. 이를 통해 지역 기업의 우량화와 세계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난 4월 오픈한 K-ICT 디바이스랩의 효율적인 운영과 일반인, 대학생에서부터 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 등 지원 대상의 폭을 넓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글로벌 스타제품 창출을 위한 창업-벤처기업 양성 허브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모바일융합센터의 새로운 도약’에 대한 최 센터장의 확신은 확고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혁신을 이끌어내는 상상을 하지만 직접 그것을 시도하는 이는 드물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는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실현하고 사업화 시킬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ICT 기반 중소기업의 중흥을 희망한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201508호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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