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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순례] 실무형 인재 양성의 산실 서정대학교 

현장 전문가의 명품교육 미래의 명장 길러낸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취업률 최상위·각종 경진대회 싹쓸이… 4년제 과정 도입해 진로 선택의 폭 넓혀
대학별 취업률은 대학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취업의 질은 관심 밖이다. 이 가운데 서정대학교는 취업의 질과 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정대는 취업률 최상위에 이어 ‘미래가 있는 취업’을 표방한다. 명장을 키우기 위해 졸업 이후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10여 년 만에 수도권 대표 전문대학으로 우뚝 선 서정대의 경쟁력은 바로 ‘힘을 기르자’는 교훈에서 나온다.


▎서정대 캠퍼스는 늘 짙은 녹음과 꽃들의 화사함이 떠나지 않는다. 사소한 조경에도 학생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세심함이 녹아 있다. 이런 관심과 배려가 서정대를 취업률 최상위 대학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자, 주목!”

칼등으로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에 왁자지껄했던 교실이 조용해진다. 스무 명 남짓한 학생의 시선이 높다란 요리사 모자를 눌러쓴 교수를 향했다. 작은 키에 단단한 체구를 가진 교수의 흰색 조리복 가슴에는 ‘대한민국 조리명장’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때 청와대 주방을 책임진 문문술 명장이다. 그는 지금 경기도 양주시의 서정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문 교수뿐만 아니라 이 학교 호텔조리과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들로 짜여 있다. 대한민국 조리명인인 정수근 학부장은 그랜드힐튼, 라마다서울, 신라호텔 주방 책임자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서양조리 전문가다. 이 밖에도 이준열 교수 등 서울의 여러 특 1급 호텔에서 일했던 조리기능장과 조리명인, 제과기능장들이 진행하는 강의는 현장감 있고 실용적이기로 정평이 나있다. 1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유명한 셰프님들께서 가르쳐주시니 집중도 잘되고 자부심도 커진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요리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 학과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 8월 10일 서정대를 찾았다. 2005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취업률 및 자격증 취득비율 조사와 각종 경진대회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해서다. 방학기간인데도 학과마다 학생들이 나와 각자 자격시험 준비에 열중하고 있었다.

8년째 질적 취업률 최상위 대학 명성 유지


▎1. 호텔조리과 학생들이 문문술 명장의 직화요리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 2. 정하정 애완동물과 교수(왼쪽)의 구령에 맞춰 실습용 특수견이 장애물을 뛰어오르고 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학과마다 최적화된 실습실이다. 강의동 건물 한 층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자동차과 실습실은 웬만한 자동차 정비공장 수준의 첨단 장비가 수두룩했다. 이곳은 산업기사·기능사 자격시험장으로 쓰인다고 한다. 엔진 시뮬레이션 장비를 비롯해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하이브리드 엔진 등 최신 장비를 갖췄다. 학생들이 김웅환 교수로부터 엔진 흡배기 테스트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김 교수는 자동차 관련 경력이 40년을 넘는 자동차 정비 명장이다. 2학년인 박지훈(21) 씨는 “정비 경험이 많으신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면 집중도 잘되고 실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며 “2년제 과정 외에 4년제인 심화과정을 통해 공학사 학위를 받을 수도 있어 진로 선택의 폭과 기회도 넓다”고 말했다. 자동차과는 지난해 기능사와 산업기사 60명, 올해에는 기능장 1명을 배출했다. 김 교수는 “국내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와 AS센터, 규모가 큰 정비업체 등에 졸업생의 70%가 취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과에 이어 간호과 실습실로 향했다. 10여 개의 침대와 의료장비를 갖췄는데 마치 종합병원 응급실을 옮겨다 놓은 듯하다. 임상실습실에는 간호복 차림에 청진기를 목에 걸친 학생들이 의자 위에 누워있는 실험용 인체 모형(dummy) 주위에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더미는 전자시스템화되어 있어 교수가 원격조종을 통해 체온·맥박·호흡·혈압 등 바이탈 사인을 조절할 수 있다.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응급조치 방법을 마치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처럼 실습할 수 있는 첨단장비다.


▎서정대 자동차과 실습실은 산업기사 자격시험장으로 쓰일 만큼 최신 장비와 시설을 갖췄다.
2011년에 신설된 간호과는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국가시험에서 응시생 전원이 합격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 3년제에서 4년제 간호학과로 지정돼 3+1 제도를 통해 4년제 학사학위 취득의 길도 열렸다. 내년부터는 4년제 학사학위 과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간호과 학생들 중 가장 맏언니에 속하는 최모(47·3학년) 씨는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가 좀더 전문적인 의료인이 되고 싶어 뒤늦게 입학했다”며 “실습 시설과 교육과정이 현장 실무 위주로 잘 짜여 있어 시험 준비는 물론 취업에도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의 중심 평생교육기관으로 저변 넓혀


▎1. 아동청소년보육과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점토공예품들을 들어 보이며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 2. 간호과에는 환자의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실습이 가능한 첨단 인체모형 장비를 갖췄다. 간호과는 설립 이후 간호사 국가시험 100% 합격률을 자랑한다. / 3. 김종윤 소방안전관리과 교수가 실습실에서 학생들에게 스프링클러 설비의 작동원리를 가르치고 있다.
잘 짜인 교육과정, 효과적인 교육시설과 더불어 교수의 수준과 열정도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 간호과의 경우 방학 중에도 20여 명의 학생이 기숙사에 머물며 국가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면 숙식은 무료로 제공한다. 교수들이 방학 중에 나와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일종의 심화학습, 방과후 학습인 셈이다. 한주란 간호과 교수는 “어느 과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교수가 학생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진로를 돕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돌아본 아동청소년보육과, 애완동물과, 소방안전관리과 등도 두세 명의 교수가 나와 학생들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과외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은 얼마 가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설립 당시 400명이던 학생 수는 무려 4600여 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전체 취업률이 96%에 달했다. 건강보험 가입자 기준으로 바뀐 뒤에도 2년 연속 수도권 대학 취업률 1위(2010~2011), 한강 이북 대학 1위(2010~2013) 등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취업의 질적 수준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호텔조리과의 경우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다양한 국제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4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전국 전문대학들 중 기능장·산업기사 취득자 수, 경진대회 수상자 수에서 전국 1위(2012~2014년 기준)를 차지하기도 했다. 취업에 있어서도 2008년부터 7년 연속 취업대상자 평균 15% 이상이 서울시내 특급호텔에 취업하는 등 질적 수준도 높다.

올해 상반기에만 10명이 소방공무원에 합격했고, 간호과와 응급구조과는 국가시험 합격률 100%를 기록했다. 자동차과 졸업생의 산업기사·기능사 자격 취득비율은 50%를 넘는다. 유아교육과는 유치원 취업률 81%를 기록해 지난해 교육부의 교원 양성기관 평가에 최우수 등급(A)을 받았다.

2004년에 개설된 애완동물과는 한국애견연맹이 선정한 전국 최우수대학으로 꼽힐 만큼 교육과정이 우수하다. 서정대의 거의 모든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1 자격증 이상을 취득하는 보기 드문 성과를 내고 있다.

짧은 기간에 이런 눈부신 성과가 가능한 건 현장 중심의 실무교육을 강조하는 김홍용 총장의 철학 때문이다. 호텔조리과의 문문술 조리명장, 뷰티아트과의 정매자 교수(미용 명장), 자동차과 학부장인 김웅환 교수(자동차정비 명장) 등 국내 최고로 꼽히는 현장의 ‘마에스트로’들을 필두로 기능장 이상의 장인 출신이거나 국내 유수 기업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현장 전문가들을 교수진으로 영입했다. 김 총장은 “교수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실무 교육을 받은 덕분에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외부 평가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교내 재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서정대가 있는 경기북부는 접경지역이어서 교육 서비스 여건이 열악한 편이다. 서정대는 고등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에서 거점의 역할을 자처한다. 올해부터 학교 부설 군사회연구소에서 군인들을 대상으로 인성지도사 상담과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방학 기간을 활용해 군 초급 장교와 지휘관들에게 인성지도 및 상담기법을 전수하는 과정이다. 전군에서 첫 시도다. 이 학교의 아동청소년보육과가 올해 처음 개설한 인성지도상담 과정을 군부대에 적용한 것이다. 8월에는 맹호부대와 철풍부대 초급장교 180여 명이 총 160시간 과정을 수료해 인성지도상담사 자격을 취득했다.

김예림 아동청소년보육과 학부장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군부대 내 사건사고와 보육시설 아동학대는 관리자들이 갈등 관리와 지도상담을 적절히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며 “관리자부터 인성과 감성적 완성도를 높이고 효과적인 교육 관리 능력을 기름으로써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최근 들어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 시행됐다. 서정대의 판단이 옳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자동차과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위탁반과 일반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학습 병행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직장인 위탁반은 현장 경험은 많지만 심화 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자동차 관련업체 직원들의 학업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일·학습 병행 교육과정의 경우 일반고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현장기술인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재학생들 교육 만족도 전국 최고 수준


▎김홍용 총장은 내로라하는 각 분야의 현장 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해 학생들을 실무형 인재로 길러내는 산파 역할을 해왔다. 그 덕분에 서정대는 설립 10여 년 만에 경기북부지역의 실무형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교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과 성과 보상도 풍부하다. 교수는 물론 청소인력까지 모든 교직원이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동기부여가 학생들을 더 열심히 지도하도록 하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성과가 나타나니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2010년 학교 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재학생의 교육만족도 평가에서 만족한다는 의견이 90%가 넘었다. 장학금 수혜율(40% 이상), 자격증취득, 경진대회 수상 실적, 심화보충학습·현장실무연수 등 모든 평가 분야에서 고른 만족도를 보였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교원 강의평가에선 5년 연속 95%대의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진로를 바꿀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집안형편과 고등학교 시험성적 등 불가피하게 전문대학 과정으로 입학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4년제 과정과 대학원 진학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간호과의 한 학생은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3년 과정을 마치고 얼른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입학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공부를 좀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다른 학교의 경우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지 않는 이상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 학교는 얼마든지 가능해서 심화 과정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대 캠퍼스에는 사시사철 녹음과 꽃이 떠나지 않는다. 청춘을 상징하는 푸르름과 화사함이 떠나지 않길 바라는 김홍용 총장의 희망이 녹아 있다. 학생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자연스레 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한 일종의 배려다. 소나무의 상서로운 기운(瑞·서)과 알록달록한 꽃들이 주는 편안함(靖·정)이 서정대가 지향하는 ‘인성과 기술을 갖춘 인재 양성’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대학 설립 13년째에 접어든 서정대의 눈부신 성과는 아직도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201509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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