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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포트] 노부나가, 도요토미, 도쿠가와… 일본 전국시대 3걸(傑)의 경세전략과 리더십 

상상을 초월하는 생존본능, 장렬한 죽음에 대한 희구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퍼시픽21’ 디렉터
출세, 통치, 삶의 마지막 장면까지 제 각각이지만 불굴의 일본정신을 상징… 중국의 <삼국지>가 이기는 부분에서 희열을 느낀다면 전국시대는 지지 않을 때 박수 보내
신문 읽는 재미를 느낀 것은 오랜만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일간지는 스포츠신문이나 쯤으로 변신해 가고 있다. 회고록 ‘소이부답’은 오랜만에 터진, 그동안 잊어버렸던 진짜 저널리즘의 부활로 느껴진다. 장기간에 걸쳐 심도 있게 다뤄진, 특정인에 관한 회고록 가운데 비견할 만한 것이 거의 없을 듯하다. 저널리즘 역사를 통틀어도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스토리로 남을 듯하다.

최근 접한 ‘소이부답’ 가운데 필자가 관심 있게 대한 것은 9월 18일자의 84회 부분이다. ‘권력자의 속성과 2인자’란 소제목 아래 1980년 7월 2일 벌어진 일을 전하고 있다. 장소는 서빙고 보안사 취조실이다. 감금된 김종필을 만나러 당시 보안대사령관 노태우 중장이 찾아왔다. 노 중장은 인생, 군대 그리고 군사정변(政變)의 선배인 김종필에게 조언을 구한다. 김종필은 말한다. “1인자를 절대 넘겨다보지 말라. 의심받을 일은 하지 말라.” 평생 2인자로 살아온 처세술을 노태우에게 전해준다. 그러나 김종필은 글에서 자신은 원래 2인자로서 만이 아니라, “혁명가로 죽을 각오를 하고 세상에 덤볐다”고 회고한다. 자신이 주도한 1960년 4·19 이후 정군(整軍)운동도 “(잘못될 경우) 할복자살할 심정으로 행했다”고 말한다.

84회 회고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에 대한 얘기다. 일본 전국(戰國)시대의 세 영웅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가운데 노부나가를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정군운동 당시 죽음을 각오한 것은 부하의 반역으로 수세에 몰려 할복한 노부나가를 염두에 둔 것이라 설명한다. 얘기를 종합해보면, 김종필이 ‘불꽃의 사나이’라 부른 노부나가야말로 젊을 때의 롤모델로 삼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폴레옹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다는 얘기도 회고록에 나오지만, 일본의 경우 노부나가가 김종필의 우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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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호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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